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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 Ego, 황혜정

작가 황혜정의 작업은 몰랐던 자신의 이면을 찾으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게 남자일까? 여자일까? 한 사람일까? 두 사람일까? 성별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나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황혜정의 작품에 쏟아지는 질문들. 작가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저만의 경계가 있어요. 누구나 그렇잖아요. 여기까지만 해야 한다거나, 여자 혹은 남자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그걸 허물고 싶었어요. 이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경계를 두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곧게 뻗은 눈썹을 반대 방향으로 쓸어 올릴 때 손에 닿는 까슬까슬한 감촉,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을 때 느껴지는 숨 막히는 편안함, 두툼한 옛날 솜이 불을 덮을 때 온몸을 짓누르는 육중한 안정감 등 황혜정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집착하는 촉감에 관해 말을 꺼냈다. 보는 눈에 따라 이상하거나 아름다운 그의 작품은 모두 어릴 적부터 유독 촉감으로 쾌감을 느끼거나 위로를 받았던 작가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작업의 시작 역시 색보다 ‘텍스처’ 기반이다. 대비되는 촉감을 나란히 두었을 때의 이질감, 혹은 비슷한 촉감끼리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를 연구해보는 식이다.

‘An Escape’, Mixed media, 300×150(mm), 2016
‘An Escape’, Mixed media, 455×379(mm), 2016
각각 ‘An Escape’, 209×200(mm), 2016

“그렇다고 만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촉감을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그리고 제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몸에는 모두 눈이 없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람들이 그 눈을 보고 무언가를 알아채는 게 싫더라고요.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지만, 다 아는 것도 싫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싫어요. 사실 평소에도 이런 상반된 감정이 들어요. 진짜 내 모습을 알아채는 순간, 반가우면서도 인정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만큼은 더 솔직하고,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하려고 해요. 종종 애초에 알지 못했던 제 모습이 작업 안에 드러날 때가 있을 정도로요.” (황혜정 작가는 현재 카라스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활동 중이다. www.karasgallery.org)

‘Ambiguous Lines’, 2128×1000(mm), Pencil on paper, 2017

결국 우리가 보는 건 혼돈과 혼란을 통해 찾아낸 작가의 진짜 자아이자 비슷한 흔들림 속에서 나타나는 우리 자신의 이면일지도 모르겠다. 종종 드러내고 싶지 않던 감정을 표출할 때 진짜 자신을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작가가 <플레이보이>의 이면을 떠올리며 흥미로운 작품을 보내왔다. “퇴근 후의 ‘플레이보이’를 생각했어요. ‘플레이보이’를 떠올려보니 늘 화려하고 멋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항상 긴장된 모습을 유지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딘가에 기대거나 파묻혀 편안한 감촉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작업하던 중에 창립자 휴 헤프너의 부고 소식을 들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고요. 다 내려놓고 편안해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제는 그래도 괜찮잖아요.”

‘Ambiguous Lines’, 2128×1000(mm), Pencil on paper, 2017
‘Ambiguous Lines’, 500×500(mm), Pencil on paper, 2017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포토그래퍼 김잔듸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