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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애니메이터 김상진은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스스로 즐겁다.

김상진김상진김상진

요즘도 매일 그림을 그리세요?
그렇죠. 제 직업이 그건데요.

최근 몇 년 동안은 애니메이터보다 캐릭터 디자이너로 더 활발히 활동하셨죠.
디즈니에 있을 때 처음 10년은 애니메이터로, 다음 10년은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애니메이터는 개별 신 하나를 책임지고 작업하고, 캐릭터 디자이너는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게 되죠. 부분을 보느냐, 전체를 보느냐의 차이랄까요.

실제 그림과 씨름하는 애니메이터와 달리, 캐릭터 디자인은 상상력의 비중이 더 큰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지금 로커스에서 제작 중인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는 캐릭터 디자인이 다 끝났어요. 저는 현재 단계에서 다시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죠.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징이랑 디렉팅. 아무래도 제가 캐릭터 디자인을 했으니까, 생각했던 표정이나 연기가 잘 나오나 검토하고 수정합니다. 작품 감독은 따로 있으니, 전 그중 애니메이션을 감독하는 거죠.

영화에 비교하면 촬영감독의 역할 같은 걸까요?
영화엔 아마 이런 역할이 없을 거예요. 그보다는 연기감독?

한 인터뷰에서 애니메이터란 직업을 설명하며 “캐릭터에게 연기를 시키는 것”이란 표현을 썼죠.
그렇죠. 애니메이터는 “연필로 연기를 하는 배우”란 말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배우처럼 여기는 순간도 오겠네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거울 앞에서 동작도 지어보고.
처음 하는 일이 카메라 켜놓고 자기가 연기를 해보는 거예요. 배우인 셈이죠. 그걸 참고해서 CG 캐릭터에 입혀보고.

캐릭터 디자이너도 큰 틀에선 애니메이터의 범주에 넣을 수 있나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를 통칭 애니메이터라고 부르기도 해요. 정확히 따지면 실제 캐릭터의 연기와 움직임을 만드는 사람들이고요. 저도 소개할 때는 애니메이터 김상진이라고 하죠. 애니메이터 겸 캐릭터 디자이너라든가.

캐릭터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요? 원하는 표정과 동작의 가이드라인까지 모두 정하나요?
디자이너마다 달라요. 저는 예전부터 CG 모델링이나 캐릭터에 뼈대를 심는 작업에까지 다 관여했어요. 제가 처음에 2D 그림을 그리면서 원했던 느낌이 있는데, 그게 CG로 잘 구현되도록 돕는 거죠. 일반적으로 2D 작품은 애니메이터들이 그림으로 애니메이션을 하면,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그림을 집어넣는 사람들이 있어요. 인 비트윈, 동화(動畵)라고 하죠. CG엔 그런 파트가 없어요. 컴퓨터가 다 해주니까. 애니메이터가 몇 가지 주요 포즈만 잡으면, 컴퓨터가 이어 붙이는 거죠.

2D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부터 그림을 그려왔지만, 디즈니도 사실상 2D 애니메이션 제작을 중단한 상태죠. 위기감을 느낀 적도 있나요?
그렇지 않아요. 회사에서는 오히려 2D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을 훈련시키고자 했어요. 미술하는 사람들의 기본 중의 기본이 드로잉이니까요. 저도 전공자가 아니라, 처음엔 그게 굉장한 콤플렉스였어요. 디즈니 입사하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 같은 과정을 거쳤죠. 드로잉 수업 듣고.

디즈니에 입사한 1995년은 흔히 말하는 ‘디즈니 1차 르네상스’가 정점을 찍은 직후였죠. <라이온 킹>이 1994년에 나왔으니까.
막 내리막길을 탈 때 들어간 셈이죠.

이미 그런 분위기였나요?
처음에야 황금기의 맛에 좀 취해 있던 때였죠. 2~3년 지나면서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꼈어요. 저는 그래도 디즈니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 이후 회사가 2D 작업을 안 하겠다고 선포했을 때, 고민을 많이 하긴 했어요. CG 트레이닝을 받고 CG로 넘어가느냐, 디즈니를 나가느냐의 선택지가 주어졌으니까요.

2010년 <라푼젤>부터 2016년 <주토피아>까지, 지금은 디즈니의 ‘2차 르네상스’로 불리는 시기이기도 하죠. 그 기간 동안 캐릭터 디자이너로 <라푼젤>, <겨울왕국>, <빅 히어로>, <모아나> 등에 참여했고요. 그리고 불현듯 퇴사 후 귀국을 결정했어요. 이만하면 됐다, 같은 심정이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디즈니에서 20년이나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세상은 어떤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리고 디즈니의 다음 라인업이 속편들(<주먹왕 랄프 2>와 <겨울왕국 2>)로 잡혀 있었고요.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속편은 크게 흥미롭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원작이 있는 작품과 원작이 없는 작품을 비교한다면요?
<빅 히어로> 같은 경우엔 시작 단계에서 마블의 원작을 전혀 안 봤어요. 나중에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찾아봤죠.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영향을 받는 게 오히려 안 좋은 것 같아요. 몰라야 완전히 다른 뭔가가 나올 수 있고. 사실 대부분의 작품은 감독의 아이디어 스케치라는 게 있어요.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관람객의 연령을 고려하기도 하나요?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관객도 즐겼으면 하는 맘으로 어떤 캐릭터를 어른스럽게 그려본다거나.
글쎄요. 캐릭터 디자이너로는 디즈니에서만 일을 했으니까, 이미 제 그림도 디즈니 스타일에 익숙해졌죠. 너무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고 있나, 란 생각을 가끔 해보지만 그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니까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결코 아이들만 보는 작품은 아니죠.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이랄까? 어른 되면 극장 가서 안 보는 장르가 돼버린 느낌이 있죠.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한국은 더 심한 것 같아요. 미국 영화엔 등급이 있잖아요, PG13, R 레이티드 같은. 거기선 R 레이티드 작품도 심심찮게 나와요. 하지만 디즈니나 픽사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에선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거고.

꼭 등급을 떠나서라도, 디즈니에서는 왜 <치코와 리타>나 <카우보이 비밥> 같은 애니메이션을 시도하지 않는 걸까요?
방침이겠죠. 그런 걸 다른 데서 하고 있기도 하고. 디즈니가 잘하는 걸 하는 거죠.

‘디즈니 스타일’ 그림체에서 탈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나요?
가끔요. 좀 다른 얘긴데, 기본적으로 다양한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 연상호 감독의 작품들은 아이들이 볼 수 있을 만한 건 아니죠. 그런 게 많아져야 해요. <마당을 나온 암탉>도 인상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아치와 씨팍>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언젠가 제가 디즈니에서 해온 것들과 결이 다른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면 해보고 싶어요.

하필 성인용이라고 하면 꼭 ‘19금 콘텐츠’를 다룬 작품이란 고정관념이 있어요. 90년대의 <블루 시걸>이라든가.
맞아요. 퀄리티에 대한 얘길 안 할 수 없죠. 이를테면 성인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질적으로 우수한 애니메이션이 필요해요. <블루 시걸>은 저도 좀 보다 말았어요.

가장 그리기 성가시고 귀찮은 부분은 역시나 머리카락인가요?
인체 중에는 눈이에요. 제일 어려워요.

표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까요?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 하면서도 고치고 또 고치고 수정한 부분이 눈이에요. 아주 자그마한 차이로 뉘앙스가 바뀌니까요. 눈썹 각도와 눈꼬리 각도가 1밀리미터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에 따라 전체 표정의 느낌이 달라지고.

동작에서라면요?
동작도 표정처럼 뉘앙스를 담긴 하지만, 눈만큼 어렵진 않아요. 특히 클로즈업 장면의 눈처럼 연기가 힘든 부분이 없어요.

주요 캐릭터 플린 라이더와 고델을 디자인한 <라푼젤>을 두고 “가장 까다로운 CG 모델링 소재들로 도배되다시피 한 이 야심 찬 애니메이션은 기존 디즈니-픽사 스튜디오의 성과물을 뛰어넘는 기술적 완성도(<인크레더블>의 옷감 질감과 머리카락(!) 표현을 멀찌감치 뛰어넘는다)”란 평(허지웅)이 있었어요. “불빛과 머릿결이 만져져요”(박평식)도.
동의합니다. 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라푼젤>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픽사와 경쟁하고, 픽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준 영화. 그전만 해도 픽사의 독주였죠. <라푼젤>은 원래 2D로 만들려고 한 작품이에요. 그런 긴 머리를 우리가 CG로 해본 적이 없거든요.

머리카락은 2D보다 3D 구현이 어려운 건가요?
아직도 그렇죠. 오히려 CG로 하는 게 더 힘들어요.

2013년 <겨울왕국> 신드롬 이후, 김상진이란 이름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어요. 예능처럼 묻는다면, 이사님(그는 현재 로커스 스튜디오 이사를 맡고 있다)에게 <겨울왕국>이란?
어떤 가능성? 어마어마한 흥행이었죠. 당시 느낌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에 가까웠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와 좋은 캐릭터가 있다면 한국 관객들도 애니메이션을 볼 준비가 되어 있구나, 란 사실을 알게 된 가능성.

OST의 ‘Let It Go’를 비롯한 여러 성공 요인이 있었죠. 하지만 <겨울왕국>이 사회 현상이라 부를 만한 의미를 가진 건, 결국 캐릭터의 힘이 아니었나 싶어요. 엘사와 안나의 관계, 둘의 성격, ‘러브라인’ 등이 전통적 디즈니 여성 캐릭터와 달랐죠. 단순하게는 주체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고요. 캐릭터를 그릴 때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나요?
디자이너는 우선 외모를 어떻게 그릴 것이냐에 가장 집중하긴 하죠. 두 자매가 달라야 하고, 캐릭터의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헤어스타일을 고민하고, 옷을 입히고. 무엇보다 애니메이터들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예를 들어 엘사가 산 정상에 오를 때 ‘Let It Go’를 부르면서 변해가잖아요. 자아를 찾는 모습. 그게 완벽한 연기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겨울왕국>은 디즈니 최초로 여성 감독이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여성 캐릭터의 변화가 더욱 도드라졌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난해 개봉한 <모아나> 역시 여성영화비평가협회상 ‘Best Animated Female’ 부문을 수상했죠. 수상작을 선정할 때 성격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외형까지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는 조금씩 변해왔어요. <미녀와 야수>의 벨 캐릭터부터 <뮬란>을 거쳐 지금에 오기까지.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는 그래도 바비인형 같은 체형이었죠. <모아나>는 거기서 한 걸음 더 진일보한 거고요.

세상의 수많은 애니메이션 중, 단 하나의 캐릭터를 맡아 디자인해볼 수 있다면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뭐랄까, 한국에서 태어난 슈퍼히어로를 그려보고 싶어요. 마블식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진짜 영웅. 꼭 슈퍼파워를 갖고 있을 필요는 없겠죠.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김상진김상진김상진

너무 만화적 영웅보단 실제 현실에서의 영웅 같은 캐릭터인가요?
그렇죠. 어떤 여자아이일 수도 있고,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중년의 남자일 수도 있고.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어요.

만화적 상상력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디자이너의 이상이라기엔 꽤 의외인데요?
원래 캐릭터 디자인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많이 참조해요. 관객이 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거죠. 최종본에서는 편집됐지만, <모아나>에 갓난아이 모아나가 태어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아기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제 딸아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 머리가 되게 곱슬곱슬했었거든요. 지금은 완전히 생머리가 됐지만. 토실토실한 볼, 동그란 눈도. <라푼젤>의 마녀 고델은 제 와이프의 친구를 참조했고요.(웃음)

(웃음) 당사자도 알고 있나요?
영화 다 끝나고 얘기해줬죠. 좋아하더라고요. 그전엔 와이프한테 몰래 친구 사진 좀 많이 모아달라고 했죠. 그런 게 결국 캐릭터를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만들거든요.

관찰력과 상상력.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똑같이 가야죠. 디즈니의 수장 존 래시터가 항상 제일 강조하는 게 그거예요. 리서치! 캐릭터든 배경이든.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뭔가요?
애착이 가는 건 <라푼젤>의 고델이에요. 그리는 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고, 고생도 많이 했거든요. <모아나> 캐릭터도 기억에 많이 남고요.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디즈니에서 일할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많이 다르죠. 환경도 규모도 제작비도. 경험 면에서도 많이 부족하고. 물론 큰 틀은 비슷하게 가려고 해요. 개인적으로는 꽤 도전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충분한 경력이지만, 여전히 성장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나요?
(웃음) 좀 그렇죠. 매번 다른 작품 할 때마다 내가 이전에 안 하던 걸 집어넣어볼까, 계속 생각해요.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의 차별점을 꼽는다면요?
스토리로든 영화 전체의 비주얼로든, 미국 대형 상업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어보려 합니다. 전통적 애니메이션의 꼴을 따르지만, 우리식의 트위스트를 넣어보려 했고요. 예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곱 난쟁이의 비밀이 있다, 라는 설정으로요. 전반적으로는 외모만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우화랄까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메시지인 것 같아요. 참된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인천공항 단기 체류자들을 위한 성형 클리닉을 만든다는 뉴스를 봤어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더불어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지금까지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면서 질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이들을 위한 거니까 쉬워야 한다, 혹은 쉬워도 된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면 오히려 더 품질에 신경 써야죠. 아이들 먹거리는 내 먹거리보다 주의를 기울이잖아요. 그런데 왜 볼거리엔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다시 한 번 감히 말하자면, 저나 감독님이나 모든 크루들이나 한국 애니메이션의 차원을 조금이라도 올려놨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입니다.

더빙에 클로이 모레츠와 지나 거손이 참여하는 등, 영어로 녹음해 ‘월드와이드’ 배급에 집중하게 되나요?
기획 단계부터 그게 목적이었어요.

한껏 기대를 품게 되는 소식인 한편, ‘로컬’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다소 생겨요. 예를 들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은 ‘로컬’로 제작되어, 해외로 팔려나가는 방식이죠. 언어야말로 그 애니메이션이 어디서 왔는지 판단하는 기본 요소가 되고요.
그러면 당연히 좋죠. 맞는 말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만큼 역량이 돼요. 우리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고요. 한국에서 만들고 싶은 거 마음대로 만들어서 해외 시장에 릴리스하는 건 모든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의 꿈일 거예요.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고, 지금은 전략적으로 해외 시장과 관객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제작하는 거랄까.

국내 시장 자체가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그게 제일 크죠. 인프라가 탄탄해지면, 지브리 같은 스튜디오가 생길 분위기가 형성될 거예요. 역량 면에서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오!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이라 인식하고 찾아볼 테고.

다음 세대에 맡겨야 할 몫일까요?
제가 활동하는 동안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르죠. 곧 그렇게 될지.

감독 욕심은 없나요?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이름을 떨친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처럼.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참여한 모든 크루의 총합인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고 싶어요. 그게 더 필요한 것 같고. 감독은 좋은 스토리가 있거나, 내가 해보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글쎄요. 생각이 있긴 합니다. 지금으로선 모르겠고.

‘필생의 작품’ 같은 것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하나요?
구체적으로 그려본 건 없어요. 저는 그냥 일을 하면서 재미있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듯해요.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도 굉장히 고생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재미가 있어요. 그게 뭔가를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네요.

매 순간 재미없으면 동력을 잃는 사람이 있을 테고, 목표 지향적으로 거기 도달하기 위해 힘든 순간도 견디는 사람이 있을 테죠.
저는 전자 쪽인 것 같네요.

그래야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거겠죠? 내가 재미없이 그리는데, 보는 사람이 재미있을 수 있나 싶어요.
제가 애니메이터들한테 주문하는 것도 그거예요. “야, 좀 재밌게 해봐! 그냥 재밌게 해!” 어차피 애니메이션이 다 재밌자고 하는 일인데. 우리가 로켓 과학자도 아니고,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잖아요. 스스로가 즐겁지 않으면 누굴 즐겁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참여한 모든 크루의 총합인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고 싶어요. 그게 더 필요한 것 같고, 감독은 좋은 스토리가 있거나, 내가 해보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글쎄요. 생각이 있긴 합니다. 지금으로선 모르겠고.

Credit

  • 에디터 유지성
  • 포토그래퍼 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