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광고 배너

봉태규

봉태규는 연기, 삶, 가족, 휘둘리지 않겠다는 마음에 대해 쉬지 않고 얘기했다.

로브 재킷은 PRIV SPOONS CLUB, 브리프는 COMME DES GARCONS SHIRT 제품

깡깡 언 거리를 지나 봉태규의 집을 찾았다. 그는 포근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고, 아내의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집 밖의 누구도 본 적 없는 사사롭고 은밀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연기에 대해, 삶을 바꾼 가족에 대해, 휘둘리지 않겠다는 마음에 대해 쉬지 않고 얘기했다. 마침 커튼 사이로 햇살이 들이치고 있었다.

“사실 연예인이란 말 정말 멋진 거잖아요.
하나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많은 가능성을 가진 단어죠.
저는 여러 의미로 연예인이고 싶어요.”

Q1 이젠 아내의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한가요?
예전엔 어색한 적도 있어요. 우린 매일 자연스럽게 보는데, 촬영은 덜 자연스럽잖아요. 요즘은 편해요. 그리고 아내는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잖아요. 분명 아내만 포착할 수 있는 제 모습이 있어요. 다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Q2 아내이자 사진가인 하시시박은 봉태규가 집에서 무언가에 집중할 때 가장 섹시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순간을 담기로 한 거예요.
그랬나요?(웃음) 저는 약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아내는 사람을 관찰하는 눈이 남다른 편이에요. 그래서 제 일상적인 모습에서 섹시함을 발견해준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이런 눈을 가진 사진가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Q3 집에선 부지런한 편인가요?
뭐든 같이 하려고 해요. 살림도 육아도 아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고요. 사실 남자들이 살림을 대부분 안 하잖아요. 이유는 밖에서 소비를 위한 노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고요. 그럼 아내의 노동의 대가는 누가 지불하죠? 결국 아내의 노동을 착취하는 건 남편일지 몰라요.

Q4 “살림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다.”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방송에선 편집된 얘기가 있어요. “살림은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는 아들로서 엄마의 노동을 착취하며 컸어요. 매일 밥해주는 것도 당연하게 받았고, 엄마가 받아야 할 어떤 보상에 대해 서도 생각하지 했으니까요. 이걸 결혼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제가 놀랄 만한 얘기 해드릴까요?

Q5 놀랄 만한 얘기요?
아들 둔 엄마들이 모인 몇몇 카톡방에서 저를 무지 싫어한대요. 이유는 살림에 대한 제 얘기가 퍼지면 자기 아들 고생할 것 같아서래요. 밖에서 일하고 온 아들 집에서 편히 못 쉬게 할 말이라는 거죠. 쇼킹하죠? 이분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에요.

Q6 연기 얘기를 하자면, 어느덧 데뷔 17년 차예요. 봉태규는 첫 등장부터 남달랐어요. 길거리 캐스팅으로 단번에 주연으로 데뷔하다니.
압구정 갤러리아 건너편 맥도날드 앞이었어요. 아르바이트 구하러 다니던 중이었거든요. 오렌지색 떡볶이 코트를 입고.(웃음) 근데 누가 불쑥 명함을 주며 오디션 보러 오래요. 가족들에게 말했더니, 안 믿더라고요. 고민하다, 경험 삼아 갔어요. 그렇게 임상수 감독님의 <눈물>로 데뷔하게 된 거예요.

Q7 데뷔 이후 9년 동안 탄탄대로를 달렸어요. 그러다 잠시 활동이 뜸한 적도 있었는데, 이유가 있나요?
계약한 영화 몇 편이 엎어지기도 했고, 허리 수술을 해서 쉬어야 했어요. 그때 주변에서 한마디씩 보태더라고요. “연기 스타일을 바꿔봐라, 너무 코믹한 캐릭터만 해서 그런 거다.” 이런 말 들으니 더 혼란스러웠어요. 꽤 헤맸죠. 그러다 올해 연극 <보도 지침>을 하다 깨달은 게 있어요.

Q8 어떤 깨달음이요?
‘불필요하게 열연하지 말자.’ 저는 어떤 배역을 맡으면 그 캐릭터의 전사나 삶을 해석하고 파악하려고 했어요. 제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을지 고민한 것도 있고요. 이게 극에서 캐릭터가 생동하지 못 하도록 가두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Q9 3년 만에 TV 드라마로 돌아와요. <리턴>의 김학범, 이 캐릭터에 어떤 끌림을 느꼈나요?
사학재단 재벌의 아들이고 무서울 게 없는 친구예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할 때 아내에게 보여주며 물었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난 충분히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데, 왜 고민해? 전에는 주인공 했는데, 이건 조연이라 너무 작게 느껴져?” 정곡을 찔렸어요. 그리고 <리턴>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고현정 선배님에게 잊을 수 없는 말을 들었어요.

Q10 어떤 말이요?
“우리, 진짜 열연하지 맙시다.” 우와~ 진짜! 제가 몇 년간 고민해서 깨달은 말이잖아요. 고현정 선배님이 대단한 분인 건 알고 있었지만, 더 깜짝 놀랐죠. 저 이 작품 진짜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11 주변 시선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진 건가요?
많이요. 부정적 시선을 신경 썼다면, <살림하는 남자들> 안 나갔겠죠. 근데 이 예능 이후로 나름의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팟캐스트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비슷한 의미에서 얼마 전 에세이 <개별적 자아>도 낸 거고요. 저는 지금이 좋아요. 냉정하게 말하면 부정적 시선에 매몰되면 이득 될 게 없어요.

Q12 휘둘리지 않겠다는 거죠? 본보기가 있나요?
최근에 가장 큰 자극과 영감을 받은 건 배우들이 아니라 한국 가수들이에요. 몇몇 가수는 노래를 직접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도 선택해요. 이젠 큰 방송국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파워를 가진 뮤지션까지 나왔죠. 저도 주체적인 활동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Q13 뮤지션 안승준과 함께하는 팟캐스트 <우리는 꽤나 진지합니다>는 주체적인 활동 중 하나인가요?
네. 팟캐스트는 온전히 제 것이고 프로듀서의 태도로 임하고 있어요. 내용은 살림에 대한 얘기를 해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 안에 여성 인권에 대한 얘기가 들어가요. 그만큼 남성인 제가 이 얘길 어떻게 다룰지 늘 고민해요. 여성인 아내가, 나아가 여성인 사람들이 사회에서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14 “안녕하세요. 연예인 봉태규입니다.”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소개했어요. 스스로 연예인이라 소개하는 연예인이라니.
신인 때 인터뷰를 하면 “저는 연예인이 아닌,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랬어요. 어느 날 연예인이란 단어가 배우보다 하대받는 것 같다는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연예인이란 말 정말 멋진 거잖아요. 하나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많은 가능성을 가진 단어죠. 저는 여러 의미로 연예인이고 싶어요.

Q15 혹시 돌아보면 좀 아쉬운 순간이 있어요?
<논스톱>에서 하차했을 때. 정말 즐거웠거든요. 같이 출연한 배우들이 진짜 대학교 친구 같았고, 시트콤 속 대학 생활이 현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즐거웠어요.

Q16 그 즐거운 순간을 박차고 나올 만큼 중요한 게 뭐였나요?
정극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린 제가 생각하기에 코믹한 이미지에 갇히는 게 싫었고 왠지 배우로서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서 억울했어요. 코미디 연기를 쉽게 보는 사람도 있었고, 제가 잘될 때, “운이 좋아서 잘됐다”는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어요. 유일하게 후회되는 순간이에요. 그때 좀 더 즐겼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걸 이젠 알거든요.

Q17 코미디 작품 속 봉태규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직 어디에도 밝히지 않은 건데, 곧 독립 영화를 찍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거기서 데뷔 초에 보던 제 모습이 좀 보이지 않을까 해요. 현실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인 이야기고, 저는 이래저래 고충을 겪는 배우 역할을 맡았어요. 힌트는 <여자들> 만든 팀과 함께한다는 것.

Q18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홍상수 감독님. 진짜 예술가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 후> 봤어요?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장면 기억나요? 저는 그게 판타지 같거든요. 보는 내내 ‘우와~!’ 했어요. 어떤 기법 없이 이런 연출을 해낼 감독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 만큼.

Q19 지금의 봉태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 세 개만 꼽는다면요?
먼저 시작. 요즘의 저는 리프레시된 느낌이에요. 설레고, 떨리고, 긴장돼요. 데뷔 초에나 느꼈을 법한 그런 감정이 뒤섞여 있어요. 그리고 연예인. 저는 연예인인 게 좋아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박원지. 제 아내 이름이에요.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이름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Q20 돌아보니 인터뷰 곳곳에, 특히 고민과 행복 지향점에 가족과 연관된 대답이 있어요. 그만큼 결혼 후 봉태규의 삶은 많이 바뀐 건가요?
저도 이런 감정은 처음 느껴봐요. 결혼하고 아내에게 개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웠어요. 가족에게 늘 고마운 건 제가 모르기 때문에 분명히 잘못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남편이라서, 아빠라서 곁에 있어주는 거예요.

Credit

  • 에디터 양보연
  •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 헤어 박슬기
  • 메이크업 박슬기
  • 스타일리스트 남궁철
  • 어시스턴트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