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야구해설위원 대니얼 김은 내일보다 오늘을 산다. 그 삶이야말로 야구를 닮았다.

대니얼 김

비시즌 기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시즌 끝나자마자 쉬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보름 정도. 곧 가족들 보러 미국에 잠시 다녀올 예정이에요. 유튜브 방송을 좀 하고 있고. 야구는 끝이 안 나는 것 같아요.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야구 팬들의 관심이 스토브리그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오프시즌이 없는 느낌이죠.

야구 애호가들 중에선 스토브리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정규 리그의 실제 경기보다 더 즐기는 경우도 종종 있죠.
정규 시즌은 경기 위주로 가지만 스토브리그는 드라마 같으니까요. 예를 들어, 얼마 전 강민호 선수가 떠났을 때 롯데 팬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삼성 팬들은 너무 행복해했죠. 그러다 며칠 후 롯데가 민병헌 영입과 손아섭 재계약을 성사시키니 롯데 팬들이 다시 기뻐하고. 보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미가 있어요.

프로야구 해설위원, 메이저리그 전문가, 칼럼니스트….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세요?
많이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잘 모른다’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저한테 더 플러스인 것 같고. 물론 해설위원 활동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요즘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려면 해설만 해선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플랫폼도 상당히 다양해졌고. 공중파, 케이블, 종편, 아프리카 TV, 유튜브 등. 해설위원이다, 라고 제가 결론을 내리는 순간 다른 부분에 소홀해질 수 있겠죠. 잘 모른다는 마인드로 있다 보면 더 많은 걸 시도하게 되고, 더 많은 기회가 오는 듯해요.

처음 시작이 해설위원은 아니었어요.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프런트 출신의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한국 야구계에 등장했죠.
2010년 처음 한국에 들어왔고, 첫 시작은 칼럼이었어요. <스포츠동아>에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이후 포털 사이트에서 칼럼을 쓰게 됐고요. 그러다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가면서 갑자기 해설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제가 준비하던 것도, 바라던 것도 아닌데. 2년을 하고 난 다음에 한국 프로야구 해설을 할 수 있게 됐죠. 그렇게 길이 생기더라고요.

1990년대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송재우란 비선수 출신 전문가가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메이저리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생겼죠. 류현진 선수에게 유독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나요?
엄청나게 고맙죠. 제가 개인적 친분은 없거든요. 그래서 결혼식에 초대받진 못했지만 정말 기쁘고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일할 때 만난 김병현, 서재응 선수 다 특별하지만 최근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이후 제 경력에 임팩트가 가장 큰 사람은 류현진 선수예요.

대부분의 해설위원이 선수 출신이에요. 간혹 기자 출신도 있고요. 프런트 출신 해설위원에겐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장점이자 단점일 거예요. 좀 다른 각도와 시선으로 경기를 해석할 수 있겠죠. 선수 출신 해설위원은 대개 현역 때 아주 잘했던 선수들이에요. 야구선수로서는 천재죠. 근데 천재들이 왜 자기가 잘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저는 팬의 입장에서 알아보기도 하고, 연구도 해보고, 나는 못하니까 더 궁금해서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프런트 일이 경기 전부터 전략적으로 팀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쪽에 가깝다 보니, 해설도 비슷한 관점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즉각 경기 흐름을 좇기보다.

거시적 관점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이를테면 선발은 몇 명에 어떤 선수들이 있고, 불펜은 어떻게 꾸려야 하고, 어떤 선수는 투구 수가 몇 개까지 가능하고, 만약 그 투수가 못 버텼을 때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이고. 다 알고 있어야 해요.

야구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모두 다를 거예요. 크게 승리, 경기의 질, 재미 정도로 나눌 수 있을 테고요. 어떤 입장인가요?
과정이 제일 중요해요. 결과도 아니고 재미도 아니고. 야구는 배트가 부러지거나 빗맞은 타구가 나와도 안타가 될 수 있어요. 정말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가면 아웃이고요.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거예요. 실패가 70%인 스포츠기 때문에 결과에 목매면 멘탈이 버틸 수가 없어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결과를 받아들인 뒤 다음으로 가야죠.

“과정이 제일 중요해요. 결과도 아니고 재미도 아니고. 야구는 배트가 부러지거나 빗맞은 타구가 나와도 안타가 될 수 있어요.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거예요.”

대니얼 김대니얼 김

대니얼 김의 삶도 그렇게 ‘야구적’인가요?
그랬더라면 지금 뉴욕 메츠 단장을 하고 있겠죠.(웃음) 노력은 하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말하긴 어려워요.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말처럼 쉽지 않을 뿐. 그래서 제가 나름 세운 원칙이 있어요. 야구에 빗대자면,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두지 말고 오늘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 내일 경기는 내일 생각하고. 어찌 보면 무책임하죠. 저한테는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떻게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에 취직하셨어요?”인데, 그걸 막 준비하고 자격증 따고 한 게 아니거든요. 눈앞에 있는 걸 열심해 했고 나름 잘했기 때문에 다음이 열린 거예요. 어쩌면 그런 것도 과정이겠죠. 단, 목표가 없는 과정에 충실히 임하는 것.

야구인의 가장 이상적인 마음가짐 아닐까요? 야구는 축구나 농구, 올림픽이랑 다르게 매일 경기가 열리잖아요. 모두 똑같이 중요한 경기고. 이기든 지든 떨쳐내지 못하면 다음 경기에 다시 100%로 임할 수 없겠죠.
저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편이에요. 야구도 마찬가지잖아요. 투수가 두들겨 맞고 만루 홈런 내주고 그러면 자신감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견뎌야 해요. 무슨 방법이 있겠지, 생각하면서. 방법을 못 찾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러면서 강해지더라고요.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한 케이스로서, 다소 보수적인 야구계의 텃세를 느낀 적은 없나요?
있었겠죠. 그런데 별로 신경을 안 써요. 텃세 있을 만하죠. 선수들이 저를 보면 “쟤 뭐야”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100% 이해해요. 감수해야 할 부분이죠. 물론 제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고요.

그만큼 지지도 받고 있죠. 대니얼 김은 스포츠로서의 야구‘만’ 아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아요. 야구를 더 즐겁게, 투박하기보다 세련된 관점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 같죠.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한테 감사한데, 저는 뉴욕에서 자라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맨날 스포츠 라디오를 들었어요. 스포츠 라디오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만나는 교집합이죠.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거든요. 때로 공격적이기도, 웃기기도 하고.

유튜브 개인 방송 ‘DKTV’에서는 강력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어요. “KBO 리그 전체의 망신.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 구단 맞는가?”라든가.
이런 방송을 되게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TV 방송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DKTV는 작가도 없고 PD도 없고 미리 대본을 쓰고 녹화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일단 녹화 버튼을 누르고 나서 얘기하는 거니까. DKTV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해요. 모바일로 볼 수 있는 프로야구 콘텐츠가 많지 않더라고요. 저부터가 유튜브를 즐겨 사용하거든요. 어딜 가고 싶거나 사고 싶으면 리뷰를 본다거나. 작년 이맘때 차를 샀는데, 유튜브에서 본 시승기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런데 막상 야구 관련 영상은 하이라이트 정도를 제외하면 없더라고요. 매사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걸 만들려 하면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갖고 있는 것들로 가능한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퀄리티의 아웃풋이 될 수 있을까? 스마트폰으로 녹화해서 편집 앱으로 마무리해요. 일단 만들어서 올린 거죠.

구단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는데, 관계자분들이 본 건 알고 있어요.

팬들의 반응은 꽤 격하기도 했죠.
이슈가 생겼고, 거기에 대해 필터링 없이 이야기하다 보면 당연히 팬들 입장에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겠죠. 악플도 달리고 욕도 많이 먹지만, 저는 그런 반응도 콘텐츠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구독자 수, 조회 수는 늘어나고.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웨그(Swag)’네요. 나를 욕해도, 시청자는 쌓이고 있어.
맨 처음엔 500에서 1000, 그러다 2000에서 3000, 어느 순간 5000이 되더니 그다음엔 1만으로 뛰더라고요. 그렇다고 큰 돈을 버는 건 아니에요. 100명 앞에서 말하는 것도 떨리는데, 만 명 앞에서 뭘 한다고 생각해보면 그 자체로 동력이 생기는 거죠. 지금 한국에서 “나는 꼭 지상파에 나가야겠다”는 사고는 약간 구식인 것 같아요. 여건이 되면 모든 플랫폼에서 흥미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일단 제가 재밌거든요. 동시에 팬들도 좋아하니까 ‘윈윈’인 거죠.

달리 말하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야구 관련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이런 환경에서 전문가는 어떤 특장점이 있어야 할까요?
글쎄요. 제 장점은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로 칼럼니스트로 심각한 글도 쓰고, SNS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음 날엔 중립 해설위원의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다양한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한 시대라는 말인가요?
물론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죠. 곳곳에서 캐릭터는 달라도 메시지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요. 저는 사실 어디에서도 선발에는 못 드는 식스맨 같은 느낌이에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는데, 분명히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겠죠.

해설위원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한국에서는요. 지역 방송이 아니니까. 편파 해설에 대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해설위원이 편파를 할 이유가 없어요. 하고 싶지도 않고, 얻는 것도 없고. 단, 해설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 가지에 꽂힐 때가 있어요. 끝나고 방송 보면 자신도 느껴요. 그렇다고 한 팀을 응원했다는 게 아니라, 그 주제로 길게 얘기를 한 거죠. 하지만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봐요. 해설위원이 그 정도의 선택권은 있다고 보고요.

아직도 야구 보는 게 즐겁나요?
그럼요. 똑같은 팀이 만나도 경기 내용이 똑같진 않으니까. 물론 재미없는 경기도 있지만, 한국 야구는 굉장히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이 많아서.

야구는 때로 참 신기해요. 한 자리에 사람을 세 시간, 길면 네 시간 넘게 묶어놓을 수 있는 스포츠잖아요. 영화도 쉽게 못하는 일이죠. 그러면서 어마어마한 열광을 사는.
그건 간단해요. 고스톱을 생각해보면 돼요. 축구나 농구와는 리듬 자체가 달라요. 오히려 배구랑 비슷하죠. 고스톱 패 돌리고, 싸우고 금방 끝나잖아요. 중간중간 해설하고. 그리고 또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죠. 야구가 그렇잖아요. 타자 들어오고, 투수가 공 던지고 잡으면 끝. 그리고 또 다른 타자와 투수의 게임 시작.

하나의 세 시간짜리 게임이 아닌, 그 안에 최소한 아웃카운트 개수만큼의 게임이 있다는 말인가요?
최소 54개의 게임을 세 시간 동안 하는 거예요. 제가 내린 결론은 그거예요.

야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수비요. 수비는 정직해요. 홈런도 정직하지만 바람이나 구장 크기의 영향을 받긴 하죠. 타격이 어느 정도 하늘에 맡기는 거라면, 수비는 자기 앞으로 오는 공을 잡는 거니까. 쫓아가든, 앞뒤로 가든 온전히 선수의 능력으로 하는 거예요.

대니얼 김

Credit

  • 에디터 유지성
  • 포토그래퍼 김지양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