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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적 오타키

오타키는 서울에서 가장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든다.

변칙적 오타키

Q1 오타키(Otakhee)는 오타키(Autarky, 자급자족)를 뜻하는 말인가요?
맞아요. ‘자급자족’은 제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거든요. <녹색평론>에서 읽은 말인데, 자급자족은 중앙권력에서 거리를 두고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더라고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 읽었는데 마침 제가 생태주의에 심취해 있었고, 당시 이런저런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름을 짓게 됐어요.

Q2 자급자족은 상업적 성취를 목표로 한 음악과 별 개로 음악의 완성도를 추구하겠다는 의미였나요?
음악을 하며 독립적인 활동을 한다거나, 커머셜한 뮤지션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은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상업적 음악을 등진다는 의미는 아니었어요. 그것만을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는 거였죠. 제가 그러도록 노력하지 않아도 제 음악이 상업화되는 것도 상관없고요. 제게 음악은 그냥 음악이에요. 솔직하게 대하고 싶거든요.

Q3 오타키의 음악은 선택하는 장르나 작법 등 매번 새로운 시도로 가득해요.
프로듀서라는 수식어가 붙는 편인데, 저는 음악가라는 표현이 더 마음에 들어요. 스스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제약 없는 음악가이고 싶거든요. 그래서 만드는 음악이 힙합일 때도, 테크노 일때도, 재즈일 때도 있는 거고요.

Q4 최근작 <Dawn>엔 어떤 음악적 시도를 했나요?
훨씬 미니멀하고 반복적이에요. 디트로이트 하우스 장르에서 나올 법한 둔탁함과 소울풀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죠. 쉽게 말해 ‘생소리’를 토대로 만든 댄스 음악이랄까.

Q5 오타키의 음악은 국내외 리스너와 평단 모두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아요. <Dawn>의 반응은 어떤가요?
<Dawn> EP가 나오고 나서 프랑스 레이블 싱크로폰(Syncrophone)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 음악을 레코드로 발표하고 싶다고. 덕분에 재작년에 발매한 <Floating On/ Inhale> EP가 프랑스에서 레코드로 발매됐고요. 뮤지션으로서 이런 일은 매우 고무적이죠.

변칙적 오타키

Q6 해외 뮤지션과의 협업은 전에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스톤스로 레코즈(Stones Throw Records) 소속이자 월드클래스 언더그라운드 MC M.E.D.와 공동 작업한 <Psychedelic Weather>.
협업을 제안한 제 메일에 답신이 온 것 자체가 신기했어요. 당시의 저는 음악적으로 증명한 게 지금만큼은 없던 시절이니까. 지금이라면 좀 더 덤덤했겠죠. M.E.D.와 작업하며 놀란 건 그의 프로페셔널한 태도였어요. 그리고 제가 중간에 금전적 문제로 협업을 그만하자고 한 적이 있는데, 이런 답장이 왔더라고요. “개의치 말고 그냥 작업하자. 곡을 더 보내달라.” 여러 가지로 M.E.D.와의 작업은 지금도 생생해요. 영광이었죠.

Q7 <Psychedelic Weather>의 1번 트랙 Wurrup은 일본 베테랑 프로듀서 DJ 미츠 더 비츠(Mitsu The Beats)가 리믹스하기도 했어요.
‘Wurrup’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츠 더 비츠가 내한했고, 공연장 백스테이지에 인사 하러 갔어요. 그런데 미츠 더 비츠가 제 음악을 이미 들었다며 리믹스를 제안하는 거예요. 베테랑 뮤지션이기도 하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죠. 그런데 몇 주 만에 완성해서 보내왔어요.

Q8 2월은 실험적인 사운드로 가득한 <Heavyweight Dancer>를 발매한 지 1년이 되는 달이에요.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뮤지션으로서 저를 한 단계 성장시킨 앨범이에요.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고요. 미국 래퍼 디클레임(Declaime)이 참여한 점도 그렇고, 전작에 비해 사운드가 더 정밀하게 짜인 느낌이 있죠. 자신도 있었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은 아쉽기도 해요. 이름과 달리 ‘고독한 댄서’가 된 것 같달까.(웃음)

Q9 데뷔작 <Smoked Jazz EP>는 재즈 앨범이었어요. 다루지 못하는 악기를 배워가면서까지 직접 거의 모든 소리를 만들었죠.
<Smoked Jazz EP>는 당시의 제 모습이 투영된 앨범이에요. 당시 저는 그런 식으로 음악을 탐구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아방가르드 재즈와 프리 재즈에 심취해 그런 음악을 만들게 됐죠. 직접 악기를 배워가면서까지 소리를 만든 건 뭔가 육체노동이 들어간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음악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걸 직접 소리를 내며 답하는 방식을 반복했어요. “기술적으로 연주를 못하더라도, 오늘 여기서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뇌었죠. 수록곡 ‘Chal_Ra’가 대표적 결과물이고요. 당시 심리 상태와 음악에 대한 갈급함 등 제 모든 ‘순간’이 담긴 앨범이에요.

변칙적 오타키

Q10 몇 차례 좋아한다고 밝힌 미국 프로듀서 매드 립(Madlib)의 음악 성향, 행보와 닮은 점이 있어요. 영향을 받은 건가요?
그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제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의 음악 프로젝트 ‘Yesterdays New Quintet’의 영상을 보며 영감 받기도 했고요. 그의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나 행보, 결과물을 보면 기인으로 느껴질 만큼 멋지거든요.

Q11 <Smoked Jazz EP>를 발매하는 데 360사운즈 소속 DJ 소울스케이프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어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당시 저는 소울스케이프 형과 친분이 거의 없었는데, 형을 찾아가서 <Smoked Jazz EP>를 들려줬어요. 그리고 연락이 왔어요. 정식 앨범으로 제작, 발매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소울스케이프 형이 아니었더라면 <Smoked Jazz EP>는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Q12 프리 재즈부터 테크노, 힙합 등 오타키의 디스코그라피는 다양한 장르를 다뤄요. 그야말로 변칙적이죠. 내일의 오타키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요?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똑같아요. 차이점이라면 음악적 뉘앙스와 탐구하는 방식 그리고 그 범위의 규모가 다른 것 같아요.

Q13 더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남았나요?
김오키와 기타리스트 이태훈. 기회가 된다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소라. 그의 보이스를 좋아하거든요. 딥하우스 비트 위에 이소라의 목소리가 얹혀지면 어떨지 궁금해요.

Q14 음반 중 바이닐 형태로 발매한 게 더러 있어요. 바이닐에 대해 생각하나요?
저보다 윗세대의 사람들에게 레코드는 오래된 음악 매개체로 인식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저보다 어린 세대에겐 새로운 매개체예요. 바이닐 시장이 무너진 걸 아는 사람에겐 추억이고, 요즘 젊은 친구들에겐 신기한 문화인 거죠. 저는 레코드 숍에서도 일을 하고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큼지막한 레코드 커버가 예쁘다는 이유로 사가는 경우도 꽤 많아요.

Q15 레코드 숍에서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며 음반을 소비하는 현장을 직접 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레코드 숍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음악 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조영남 음반을 찾는 중년부터 음원 차트에 있는 음악을 찾는 젊은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죠. 어떤 음악이 사랑받는지, 세대별, 유형별로 나뉘는 것도 보이고 요. 한 가지 공통점은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악’을 기다리고 갈구한다는 거예요.

Q16 DJ 활동도 보여줬지만, 많진 않아요. 아무래도 DJ보다 프로듀서로서 더 증명하고 싶은 건가요?
저는 DJ보다 프로듀서의 성향이 더 강해요. 하지만 DJ로도 활동할 의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불러주는 클럽이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웃음)

Q17 언더그라운드 뮤직 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음악 전체 신을 보면 비즈니스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 외적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시도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고요. 반대로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어요. 상업적 목표가 있는 음악이 있듯이, 음악적 시도와 탐구에 집중하는 뮤지션도 있어야 전체적인 균형이 맞다고 봐요. 좀 아쉬운 건, 이미 국내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많은데, 이들을 서포트하고 성장시켜줄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점이 에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요.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똑같아요. 차이점이라면 음악적 뉘앙스와 탐구하는 방식 그리고 그 범위의 규모가 다른 것 같아요.”

Q18 1인 레이블 Ironshop48 Records를 설립했어요. 주체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행보인 거죠?
음악을 만들어 발표할 수 있는 ‘저만의 영역’이 필요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제 음반을 스스로 컨트롤하고 싶어서였죠. 이런 의미를 종합해 ‘IRS48 RADIO’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제 방식대로 일주일에 한 번 믹스하고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선보이고 있죠. 음악을 찾고, 듣고, 재밌게 하려는 노력이에요.

Q19 오타키가 음악을 만드는 원천은 무엇일까요?
저는 음악 말곤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사람이에요. 제가 쉰다는 건 강박적으로, 습관적으로 작업하는 것을 잠시 멈추는 것 정도 거든요. 쉬면서도 악기 연습을 한다거나, 음악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향을 찾거나 해요. 딱 잘라 말하면 ‘본능’. 음악 안 만들면 죽을 것 같아요.

Q20 정해둔 목표가 있나요?
생존하는 것. 언제까지 음악을 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살아남으려 노력할 거예요.

Credit

  • 에디터 양보연
  • 게스트 에디터 visbin
  • 포토그래퍼 윤석무
  • 장소 sete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