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YS 이승준

이승준의 브랜드 PLYS 안엔 상반된 세계들이 충돌한다.

PLYS 이승준
걸려있는 래글런 소매 니트 톱과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 톱, 이승준이 입고 있는 그래픽 프린트 티셔츠는 모두 PLYS 제품

제가 진행하는 베를린 베이스 브랜드 PLYS로 올해 13회 삼성 SFDF 펀드를 수상했어요. 그 핑계로 오랜 만에 한국에 장기 체류 중이고요. 온 김에 한국 내에서 프로덕션도 알아보고, 소재 리서치도 하고, 다양한 업체를 만나 협업을 논의하고 있어요.

베를린에 정착한 건 2011년이에요. 처음 베를린을 방문한 건 2001년 영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인데, 물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베를린은 굉장히 발전했죠.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어요.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주는 예술적 감성이죠. 서점, 레코드점, 갤러리 같은 곳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자전거 가게조차 예술적으로 여겨지거든요.

또 다른 이유를 꼽으라면, 도시 전반에 흐르는 느슨한 리듬이에요.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여겨졌죠. 파리, 앤트워프, 밀라노, 런던…. 패션으로 손꼽히는 많은 도시를 경험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베를린은 스쳐가는 도시라고 표현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두말없이 베를린행 티켓을 끊었어요.

하드코어 클럽을 드나들다 도라에몽 전시를 보러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드러그 스토어에 가면 과자와 온갖 영양제를 카트에 가득 담는다. 올해 삼성 SFDF 펀드를 수상한 이승준의 브랜드 PLYS 안엔 그렇게 상반된 세계가 충돌한다.

사람들은 PLYS 하면 의상에서 쉽게 보지 못하던 색 감과 그래픽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게 아주 밀레니얼스럽다가도, 언뜻 하드코어적으로 여겨진다고 하더군요. 맞아요. PLYS는 베를린의 클럽 신과 전자음악, 거리 풍경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베를린은 ‘빡세게’ 노는 도시거든요. 처음 정착했을 땐 저도 그 일부였고요. 놀려고 마음먹으면 진짜 끝장나게 놀 수 있는 곳이 베를린이에요.

2016년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그 시간이 결국 제 브랜드에 녹아 있다고 봐야 하니까요. 클럽 신과 거리 풍경,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세계인 장난감의 느낌을 니트에 담고 싶어 일부러 신경을 자극하는 색채를 사용하고 있어요. 강렬한 색채 자체가 에너지를 뿜어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옷을 입고, 또 마주치는 사람들이 그 강렬한 컬러를 보며 일상에서 탈출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해요. 제가 그렇듯이요.

저는 색을 정말 좋아해요. 실에 색이 입혀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굉장한 자극을 받아요. 염료를 사용해 원사에 색을 입히는 건, 물감으로 종이에 색칠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즐거움이에요. 브랜드 이름도 거기에서 왔어요. 니트 원사의 한 올을 1플라이(Ply), 두 겹으로 꼰 걸 2플라이스(Plys)라고 하거든요. 니트를 집중적으로 전개할 계획이기도 하고, 겹쳐진다는 의미가 제 작업 방식과 닮아 브랜드 이름을 PLYS라고 지었어요.

PLYS 이승준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 톱은 PLYS 제품

브랜드를 니트웨어로 한정한 건, 어릴 때 집중력 장애 판정을 받은 것 때문이기도 해요.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지 못하죠. 그래서 풀 컬렉션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제가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아이템만 하기로 한 거예요. 우븐과 다르게 실을 선택해 스와치 테스트를 하고, 원사 제작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총괄하죠. 그게 참 매력 있어요. 어차피 무슨 일을 하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잖아요. 그러니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브랜드를 론칭하고 롤모델로 삼은 건 독일의 안경 브랜드 마이키타예요. 역사가 길지 않은 브랜드인데, 모든 제품이 베를린의 마이키타 하우스에서 연구, 개발을 거쳐 생산돼요. 유통에도 제약을 두죠. 전 세계에 입점한 마이키타 공식 리테일 숍에서도 최소한의 재고만 갖고 있고, 물품이 떨어지면 본사에서 직접 납품을 받아요.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고급화를 추구하는 방식이죠. 꿈꾸다 보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제 비즈니스 파트너가 마이 키타의 창시자인 필립 하프만과 같은 경영 철학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와 계획하는 건, PLYS를 대표하는 네온 컬러 니트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키즈웨어, 액세서리, 양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거예요.

PLYS 이승준
걸려있는 래글런 소매 니트 톱과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 톱

엊그제 일본에 다녀왔어요. 모리 미술관에서 하는 도라에몽 전시 때문에요. 언제나 그렇듯 오락실에 가서 새로 나온 게임도 해보고, 도시 사진을 많이 찍어왔어요. 일본은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게 보여요. 도라에몽 전시를 보고 기프트 숍에 있는 도라에몽 잡동사니, 그리고 드러그 스토어에서 산 과자와 영양제 등 수 많은 물품으로 슈트케이스를 채워왔어요. 아, 그리고 시나가와 수족관에서 돌고래 쇼도 봤어요. 돌고래의 미끌미끌함이 마치 라텍스 같아 섹시해 보이더라고요. 돌고래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Credit

  • 에디터 이선영
  • 포토그래퍼 김지양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