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미쉐린 2스타 셰프, 임정식

임정식 셰프는 곰탕을 만들고 냉면을 뽑아낸다. 그는 그렇게 한식의 본질에 더 가까워졌다.

한국인 최초의 미쉐린 2스타 셰프, 임정식한국인 최초의 미쉐린 2스타 셰프, 임정식

2년 동안 매일 냉면을 먹었더니 정말 냉면집 사장이 됐어요. 냉면은 현재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한국 음식 같아요. 그리고 국밥.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재밌잖아요. 해외에는 그런 식문화가 없거든요. 캐릭터가 확실하죠. 해외 어디에 내놔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북한과 남한의 국물 요리, 냉면, 국밥을 내놓는 곳. 그래서 이름도 ‘평화옥’이에요. 한국의 노포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중앙에 긴 커뮤니티 테이블을 만들고 혼자 온 손님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깍두기나 찬을 자유롭게 덜어 먹을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껏 “한식이란 무엇이냐”는 질문,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한식이 한식이죠.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겠어요. 그 누구도 한식을 정의 내릴 순 없어요.

하루에 1천 그릇 정도 파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매운양곰탕이 600그릇 정도 되고요. 쇠고기로 낸 육수가 베이스인데, 고춧가루를 넣어서 육개장처럼 얼큰해요. 평양냉면은 몇 주 전부터 시작했어요. 시행착오가 정말 많았거든요. 한 100번 정도? 메밀이라는 식재료가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잘 마르고 부러져요.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수준까지 올랐어요.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 요소는 다 뺐어요. 심플하게 가려고요. 매운양곰탕은 숙성시킨 고춧가루 양념장을 넣어 기존 하얀 곰탕과 다르게요. 외국인들이 오히려 한식의 매운맛을 좋아해요. 냉면은 면, 고기 그리고 직접 담근 백김치. 이 세 가지 조합만 잘 맞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았어요. 면은 약간 꾸덕꾸덕한 식감으로 완성하고 잘 익은 백김치를 올려요. 마지막으로 고기는 최대한 얇게 썰어서 넉넉하게. 먼저 냉면 육수 한 번 마시고, 고기와 백김치로 싸서 먹고 마지막으로 백김치 국물을 살짝 넣어 먹어보세요. 곰탕에 깍두기 국물을 넣듯이요. 정말 맛있어요.

오픈 초기엔 정말 별일이 다 있었어요. ‘정식당’하고는 전혀 다르니까 시스템을 잡아가는데 애먹었어요. 컴플레인도 많았고요. 새벽 3시에 집에 들어갔다가 잠깐 자고 다시 새벽 5시에 출근했어요. 잠깐 쓰러졌다가 다시 나오기를 며칠 반복했는데, ‘아,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어요. 체력 관리는 전혀 못해요. 아마 5월까지는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맛은 기본인 것 같아요. 요즘 공간의 캐릭터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공간이 주는 기억도 마찬가지예요. 정식당을 운영하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가성비를 따지면 안 돼요. 먹으러만 오는 곳이 절대 아니거든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만 가도 정말 화려하고 멋있거든요. 가성비를 따지다 보면 그러기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투자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런 구조가 더 많아져야 하고요. 한국에는 실력 있는 요리사가 정말 많은데, 노력하는 만큼 가격도 못 받고 안타깝죠.

한국인 최초의 미쉐린 2스타 셰프, 임정식한국인 최초의 미쉐린 2스타 셰프, 임정식

내년이면 벌써 10년이에요. 정식당을 시작한 지 딱 10년. 한편으로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고객이 레스토랑에 충성할 필요는 없다.’ 고객은 언제든 떠날 수 있거든요. 한국에 좋은 식당도 많고 또 다이닝은 더 이상 기호 식품이 아니잖아요. 파인다이닝은 세계적으로 침체됐어요. “Fine dining is dead.”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그래서 코스 요리보다 단품 요리로 눈을 돌리는 요리사도 많은 것 같아요. 평화옥이 잘되면 평화옥의 다른 브랜드를 내고 싶긴 해요. 아직 생각 중이지만.

요리사가 아니었어도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디자인 쪽으로요. 새롭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는 혼자서 공상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사무 쪽은 정말 소질 없고 감성적인 작업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글씨는 읽다 보면 머리가 아파서 잘 못 읽어요. 그런데 공간 만드는 일은 재밌더라고요. 평화옥 도면도 직접 다 그렸어요. 천장의 새부터 바닥 소재, 타일 그리고 조명까지도요. 수저, 젓가락, 곰탕용 그릇까지 디자인했어요. 스테인리스가 사용하기는 편한데,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걸 좀 바꿔보고 싶었어요. 수저랑 젓가락이 자꾸 없어져요. 비싼 건데…. 소주잔, 맥주잔, 물컵까지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중앙 테이블에 타이타늄으로 만든 항아리까지 올리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아쉬웠던 것보다는 좋은 일, 만족스러운 일이 더 많았어요. 운도 좋았던 것 같고, 또 남보다 빨리 시작해서 지금은 안정을 찾았죠. 지나간 것은 정말 지나간 대로. 평소에도 깊게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죠. 뉴욕에 정식당을 낸 것도 잘한 것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했는데, 무모해서 가능했던 일 같아요. 여물지 않은 판단으로 갔지만요.

요즘은 소스에 푹 빠졌어요. 외가가 미국에서 있어서 항상 타바스코소스가 있었거든요. 라면에 뿌리기도 하고 30년 가까이 먹었죠. 스리라차소스는 먹기 시작한 지 한 10년 정도 됐을 거예요. 매운맛, 단맛, 신맛, 감칠맛까지 밸런스가 정말 좋아요. 결정적으로 본질이 확실한 것 같아요. 그게 바로 브랜드의 힘이죠. 마케팅 비용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브랜드가 같이 작업하고 싶어할 만큼 승승장구하죠. 본질이 확실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식당이든 브랜드든 어떤 식으로든 말에요.

‘정식당’은 2009년, 임정식 셰프가 오픈한 뉴 코리안 레스토랑이다. 2014년, 신사동에서 지금의 청담동 자리로 이전했고, 2018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2스타를 획득했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포토그래퍼 윤석무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