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깊은 파랑, 옥토

사진가 옥토가 사랑하는 것들.

아주 깊은 파랑, 옥토

회화과를 다녔는데, 그때도 자화상을 주로 그렸어요. 그 연장선에서 제 사진을 찍게 된 것 같아요. 찍을 사람이 없기도 했고, 가장 많이 관찰한 게 제 얼굴이니까. 피사체를 오래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누군가를 찍을 때도 장기간 관계를 유지한 상대만 촬영해요. 사진엔 정성이 드러나고, 시간이야말로 최대의 정성이라 믿거든요.

눈빛이든 분위기든 첫 만남에 판단할 수 있는 것 너머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건 시간에 비례하는 거라 생각해요. 사람 말고는 유리를 제일 많이 찍어요. 항상 찍는 대상이 어떻게 구성된 건지 궁금해 하는 편이고. 공방을 찾아가서 유리 제작 공정을 한참 구경하다 온 적도 있어요. 그런 과정 없는 촬영은 피상적이 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사진은 늘 겉을 찍는 일이지만, 제게 겉이란 상상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것이거든요.”

사진집 <사랑하는 겉들>의 ‘겉’도 그런 의미예요. 그러니 최대의 정성을 들여 겉을 탐구하는 게 제가 할 일이 아닐까 싶어요. 촬영은 곧 억측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세계를 억측하는 방식을 드러내고 ‘나한텐 이렇게 보였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찍는 거죠. 색조를 바꾸는 사진을 선호하진 않는데, 제 사진은 거의 파르스름하게 나와요. 그래서 좀 물기 있고 차갑게 보여요. 물은 차갑든 따뜻하든 젖으면 춥잖아요.

사주 봤더니 신기하게 ‘임수’가 나오더라고요. 태어난 날에도 비가 왔고. 어릴 때도 학교 빼먹고 근처 바다 보러 다녔던 기억이 많아요. 내년쯤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사진의 물성과 카메라라는 기계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낯선 곳과 낯선 것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그것들이 낯선 채 남아 있어도 괜찮지만, 어느새 제 안으로 스며들어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면 더 좋겠죠.

Credit

  • 에디터 유지성
  • 포토그래퍼 윤석무
  • 헤어 김민지
  • 메이크업 김민지
  • 어시스턴트 김선희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