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Don’t Cry #2

누가 레이싱 모델과 링 걸을 모함했나.

Girls Don't Cry #2
슬리퍼는 BOHEMIA DESIGN 제품,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영 | 레이싱 모델, 넥센타이어 레이싱팀
사실 잘 몰랐어요. 레이싱 모델의 역할을요. 저만 해도 ‘레이서 옆에서 우산 들고 있는 여자들’이라 여겼을 정도예요. 1년을 활동해보니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모델의 서포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패션 모델을 하다가 레이싱 모델을 시작했는데, 많이 다르더라고요. 훨씬 자유로운 것 같아요. 학벌과 기수를 따지는 패션 모델 세계는 좀 버거웠어요. 너무 딱딱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가장 뿌듯해요. 유니폼을 입고 서킷장에 들어설 때 기자나 팬이 알아봐 주거든요. “넥센팀의 이영 씨다!” 하면서요. 패션 모델 때는 그런 소속감이 없었어요. 선후배 위계질서가 딱딱하기만 하고. 지금은 식구 같아요. 선수의 컨디션을 꼼꼼히 챙기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죠. 작년에 담당했던 선수는 경기 후 완전히 탈진 상태였어요. 곁에서 보고 엄청 놀랐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그렇고 레이싱카 안에는 에어컨이 없거든요. 레이싱 대회가 꼭 충돌 사고 때문에 위험한 경기가 아니었던 거예요. 레이싱카에 몸을 담고 완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거였죠. 언젠가 레이싱 모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그게 방송이 될 수도 있겠죠.

 

Girls Don't Cry #2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지희 | 레이싱 모델, 금호타이어 엑스타레이싱팀
레이싱 모델이 되기 전엔 패션 모델만 했어요. 그러다 2016년 한 모터쇼에서 레이싱 모델 대신 패션 모델을 세우자는 취지로 패션·광고 모델을 섭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참여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레이싱 모델 일을 하게 됐어요. 제가 좀 무대 체질인가 봐요. 모터쇼에서 카메라를 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찍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는 거 있죠?(웃음) 그리고 레이싱 모델계엔 팬 문화가 있어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게 신기했죠. 팬들도 생기고 제가 주인공이 된 기분이랄까. 이 일이 너무 즐겁지만 없어졌으면 하는 건 노골적으로 특정 신체 부위를 찍는 사람들이에요. 많이 줄었다곤 하는데 그래도 매년 몇 명 있어요. 그리고 어떤 모터쇼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지희야, 오버하지 말고 패션 모델처럼 고급스럽게 가만히 있어.” 저도 패션 모델이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떤 모터쇼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패션 모델을 쓴다는데, 그럼 레이싱 모델과 일하면 이미지가 나빠지나요? 글쎄요. 제가 처음 레이싱 모델이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엄청 말렸어요. 계속 패션 모델 하지 왜 그러냐고. 이젠 모두 저를 응원해요. 팬들도 많아졌고. 작년엔 아시아 모델 어워즈에서 팬들의 투표로 진행한 인기상도 받았어요. 제가 젤리를 좋아하는데, 그걸 아는 팬들이 커다란 젤리 박스를 두 개나 보내줬어요. 요즘은 그거 먹으면서 만화 볼 때가 제일 행복해요.

 

Girls Don't Cry #2
재킷은 TOMOROWW LAND 제품

김지나 | 링걸, ONE Championship
어떤 사람들은 링 걸의 섹시한 이미지만 생각하잖아요. 원챔피언십은 국제경기라 여러 나라에서 개최되는데, 링 걸을 선정적으로만 보는 시선은 한국이 유난히 심한 것 같아요. 링 걸의 역할은 경기 라운드 진행 상황을 알리는 거예요. 홍보 역할도 하고요. 파이터는 아니지만 원챔피언십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는 일이죠. 매 경기마다 몇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요. 이렇게 큰 경기의 링 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원챔피언십의 링 걸 총 7명이 모두 한국 사람이란 거예요. 한국인으로서 큰 자긍심을 느껴요. 저는 링 걸로 일하며 긍정적 성차별만 느껴봤어요. 해외에서 일하다 만난 사람 중 이런 것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싶은 일도 친절하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어요. 여자는 약하고 항상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거죠. 기분 좋고 감사했지만, 차별이라면 차별이죠. 한편으론 문화의 차이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 미투 운동이 이슈잖아요. 성차별을 느낀 여성들이 하나둘 자신의 얘기를 꺼내고 있어요. 이젠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고발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거예요. 여성으로서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기 있다고 생각하고요. 응원하는 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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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는 JIMMY CHOO 제품,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다연 | 레이싱 모델, 금호타이어 레이싱팀
제가 공대를 나왔거든요. 성격도 남자애 같고 예쁜 척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 레이싱 모델 일을 할 땐 힘들었죠. 그러다 점점 자신감이 늘고 재밌었어요. 이 일은 가장 젊고 예쁜 나이에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외모가 장점이 되니 기분 좋았죠. 레이싱 모델을 선정적으로만 본다면, 씁쓸하죠. 레이싱 모델은 소속 레이싱팀과 팬 그리고 관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최근에 F-1이 레이싱 모델을 기용 안 한다고 했어요. 성적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없앤다는 의견도 있죠. 그럼 노출 있는 유니폼을 바꾸든 레이싱 맨을 도입하든 개선 방향을 찾아야지, 전통 있는 레이싱 모델을 이렇게 없애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솔직히 불안하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이싱 대회가 내린 결정이니까요. 좀 다른 얘긴데, 잘나가는 레이싱 모델을 보면 ‘스폰을 받을 거다’, 이런 못된 시선이 있잖아요. 당당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잘되는 모델이 훨씬 더 많아요. 저는 일할 때 늘 속으로 다짐해요. ‘진짜 멋져 보여야겠다.’ 그리고 눈에 힘주고 자신감 있게 카메라 앞에 서요. 저 25살에 상경해서 지금까지 허튼 짓 안 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어요. 앞으로도 부모님께 “잘 살고 있다.” 얘기할 만큼 당당하게 살 거예요. 목표는 레이싱 모델로 톱이 되는 것. 그리고 “유다연 참 성격 좋더라. 열심히 사는 친구야.” 이런 얘기 들을 만큼 성실하게 사는 거예요.

Credit

  • 에디터 김민지, 양보연
  • 포토그래퍼 김지양
  • 헤어 이영재, 이지은
  • 메이크업 박슬기, 이지은
  • 스타일리스트 김경민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