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우주

마이닝 인터뷰 #4 우주는 도쿄가 아닌 서울에서 시티팝을 노래한다 고혹적으로.

마이닝 인터뷰 #4 싱어송라이터 우주

*마인(mine)은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다’, ‘내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힙합, 재즈, 알앤비, 록 등 특정 씬에서 주목받는 신인 뮤지션과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물론, 에디터의 애정도 한가득 담아 <플레이보이>다운 질문을 다짜고짜 물을 겁니다. 세 번째 인터뷰이로 뮤지션 우주를 만났습니다.

2017년 4월 싱글 앨범 <#outfit>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우주(uju)는 최근 시티팝(city pop)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앨범 <닿으려 해>를 냈다. 작년 12월에는 레트로한 사운드로 가득한 EP 앨범 <선데이서울 Ep. 1>을 발매해 1980년대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탄탄한 곡 전개로 새로운 팬을 끌어모았던 그다. 시티팝이란 일본 버블경제 시대 때 유행했던 도시적 분위기의 대중음악 장르를 일컫는다. 도시적 분위기라하면, 일본의 오리엔티드 록(Album-oriented rock), 어덜트 오리엔티드 록(Adult-oriented rock) 등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주는 쉽게 웃지 않았다. 공감할 만한 얘기를 하면 머리를 끄덕이거나 격하게 맞장구치는 대신,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스튜디오에 퍼진 파란색 조명만큼 차분했다. 시종일관 다소곳하던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 땐 여러 밴드를 스스로 결성했다고 말했다. 게임과 술에 관해 얘기할 땐 눈이 사뭇 반짝이기도 했다. 한번의 대화만으로는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게 분명했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를 꼽으라면 ‘고혹’이다. 우주의 실루엣과 목소리가 그러했던 건 당연하고, 가장 자주 등장한 말이기 때문이다. 솔로로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된 이 싱어송라이터는 남들이 표방하는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통통 튀는 것 대신 ‘고혹적’이고 싶단다. 우주가 뇌리에 박힐만한 충분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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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뭐 했어요?
술 먹었어요. 좋아하지만 과하게 먹지는 않아요.

게임 좋아한다면서요.
요새 닌텐도 스위치에 빠졌어요. 게임 ‘젤다의 전설’ 진짜 재밌어요.

요새 핫하다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안 하세요?
너무 어지러워서 오래 못해요. 대신 2년 정도 ‘오버워치’에 미쳐 있었어요. 맨날 새벽 5시까지 피시방에 살다시피 했거든요. 밤늦게 오는 게 싫어서 게임용 데스크톱을 샀는데, 막상 들여놓고 나니까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그 컴퓨터는 오빠 줬어요. 이제는 젤다의 전설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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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데뷔 전에 밴드 활동을 했었다고요.
20대 초반부터 밴드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그만두게 된 이유는 제가 슈게이징(shoegazing) 사운드를 지향하는 보컬이기도 했고, 당시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요. 밴드에서 나온 뒤 3년 동안 어떤 컨셉트로 활동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준비 기간이 꽤 길었죠. 스스로 질리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장르에 대해 깊이 생각했어요. 막연하게나마 우울한 노래는 하고 싶지 않았고요. 당시 저는 시티팝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주변 프로듀서들도 레트로한 일본 분위기를 살려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던 거죠.

시티팝의 어떤 점에 빠졌던 거예요?
헛헛함이요. 누군가는 재지(jazzy)하고 흥겨운 선율 때문에 시티팝이 낭만적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속에서 삭막함을 느껴요. 풍요로운 도시 속에 사는 누군가가 그 삭막함을 ‘괜찮은 척’ 포장하는 노래처럼 들렸어요. 제가 20대 초반에서 중반을 지내고 이제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고혹한 여성을 표방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고혹하다. 우주 씨와 잘 어울리는 단어네요.
살면서 귀엽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저는 ‘고혹한 이미지’가 좋더라고요. 시티팝도 그런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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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시티팝은 노골적으로 사랑을 노래하기보다 가사나 리듬에 숨어있는 은유가 매력적인 장르라 생각해요.
성격과도 잘 맞아요. 가사를 쓸 때 드러나죠. 제가 쓴 가사를 보면 “얘기해줘”처럼 제3자를 향해 돌려서 말해요.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이에요. 그래서인지 시티팝의 헛헛함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요즘 한국에서도 시티팝이 여기 저기서 들리더라고요.
대세라서 시티팝을 선택한 건 아니에요. 훨씬 전부터 빠져있었거든요. 갑자기 이 장르가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인지 오버 신(scene)의 문화인지 잘 모를 만큼 시티팝을 타이틀로 내거는 가수들도 많아졌어요. ‘내가 오버 신을 표방해서 이 물결을 탈 수 있을까? 아니면 좀 더 깊이 있게 만들어야 할까?’ 하는 내적 갈등이 심했어요.

어떤 방향으로 마음을 굳혔나요?
저는 솔로로 활동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몇 년 주기로 좋아하는 걸 따라서 흘러가려고 해요. 물론 계속 시티팝에 빠져있다면 그 장르만 깊게 파겠지만요.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뭔가요?
이미지요. 처음에 ‘#outfit’이라는 곡을 만들 때도 무지갯빛을 연상하면서 곡을 썼어요. 프로듀서를 구하고,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내기 전에 저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요. ‘Flash’라는 곡은 보라색을 가장 처음 떠올렸죠. 그 다음에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편곡이나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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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앨범 <닿으려 해>에서는 목소리에 반했어요.  
어렸을 때는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목소리가 장점이 되리라고 생각했죠. 힘 있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허스키하고 유연해서 독특하단 말을 많이 들어요.

언제부터 음악을 하겠다고 생각했나요?
6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고, 중학교 때는 밴드부에 들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됐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직접 결성했죠.

아까 촬영할 땐 놀아본 적 없었다면서요.
그랬었나요(웃음). 제가 하고 싶으니까 친구들을 막 모았어요. 당시에는 합주할 만한 악보도 없어서 귀에 들리는 대로 받아 적은 코드를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그랬어요.

그래서 맨 처음 결성한 밴드 이름은 뭔가요?
당시엔 토네이도나 포세이돈처럼 듣기만 해도 강력한 이름이 대유행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깔끔하게 지었어요. 중학교 이름을 따서 ‘미들(middle)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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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네요.
그렇죠?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지 않아요.

시티팝을 들을 때면 부나비처럼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에 아파하는 사람보단 차분하고 어른스럽게 연애하는 사람이 떠올라요. 우주 씨도 그래요?
쉽게 감정에 동요되지 않아요. 스쳐 간 애인이 오해했던 부분이기도 했죠. 저는 절대로 격하게 얘기하지 않거든요. 이미 화난 상대방은 저보다 더 화를 내는 것이 불만이었죠. “왜 내가 너보다 더 화가 나야 해?”하고요. 어떨 때 보면 연기를 해야 하나 생각도 들어요. 차분한 성격을 장점이라고 봐주는 사람도 있지만 연인의 경우 대개 불만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한국 가요계에서 닮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롤 모델을 삼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딱 두 분이 생각나요. 엄정화, 장필순 씨요. 두 분은 너무 다른 색깔을 지녔잖아요. 장필순 씨는 평화롭고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하시고, 엄정화 씨는 1990년대를 대표했던 화려한 가수의 컨셉트를 여전히 이어 가시고요. 두 분의 모습을 반반씩만 닮을 수 있다면, 아마 모든 걸 다 이뤘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모델 우주
  • 포토그래퍼 임성필
  • 영상 윤경욱, 김원
  • 헤어 이지은
  • 메이크업 이지은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