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광고 배너

딜도 디자이너 바네사 쿠치아

"요정과 나무가 등장하는 동화는 판타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줘요."

바네사 쿠치아(Vanessa Cuccia)는 브룩클린 고와너스에 있는 그녀의 작업장 구석에 쌓인 문헌들 무더기의 맨 위에 있는 두툼한 책을 움켜쥐었다. 실내를 장식하는 꽃과 태피스트리들은 그것들을 에워싼 새하얀 벽들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책장에는 식물과 동물을 조각한 상들이, 그리고 자잘한 장신구들과 둥그런 오벨리스크 형태의 나무와 크리스털 조각이 몇 개 있었다. 그것들은 섹스 토이로, 쿠치아와 그녀의 고객들에게 단순한 쾌락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아이템들이다.

하드커버를 움켜쥔 쿠치아는 몸을 낮춰 모피 침대에 부드럽게 몸을 눕혔다. 그녀가 빛바랜 형형색색의 삽화가 있는 페이지를 휙휙 넘기는 모습이 이미 익숙한 내용의 책임을 알게 해준다. 오래전부터 쿠치가가 좋아했던 장르인 ‘동화’다. 스물아홉 살의 쿠치아는 어렸을 때 마술에 흠뻑 빠져있었다. 20대 초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그녀는 날개 달린 환상적인 의복 같은 걸 걸치고는 다과회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는 요정 공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섹스 토이 숍에서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는 점원이었다. 그녀는 여성의 쾌감을 위해 디자인된 제품을 보며 “여성들이 섹슈얼리티를 보다 자유롭게 누리려면 겉과 속이 다른, 정말로 바보 같고 저급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같았죠. 그 모양새가 너무 위협적이고 거북했어요.”

그즈음, 쿠치아는 친구로부터 방대한 크리스털 컬렉션을 가진 여자를 소개받았다. 컬렉션의 아이템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그녀의 시선은 남근 모양의 크리스털에 고정됐다. 그녀는 그 단단한 물체가 뿜어내는, 손에 만져지는 에너지를 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일하던 숍에 있는 토이 중 그 어떤 것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관능적인 매력이 있었다. 쿠치아는 천연 크리스털로 섹스 토이 라인을 만들면 크리스털의 치유 능력과 형이상학적 특성을 성적 쾌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차크러브스(Chakrubs)라는 이름의 섹스 토이 회사를 차리게 된 배경이다.

쿠치아가 2011년 뉴욕에 설립한 차크러브스의 제품은 사용자에게 단순히 오르가슴을 안겨주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감정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사업가가 된 그녀는 크리스털의 특성을 활용한 차크라 시스템이 소비자가 영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차크러브스에서 제일 인기 좋은 토이는 심장의 차크라와 연결되며, 사랑과 연민을 내뿜는다고 믿어진다. 연한 분홍색의 매끄럽고 윤이 나는 지팡이 모양으로 무게가 450g 정도인 이 제품은 딴 세상으로 승천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균형을 잡아주는 굉장히 인상적인 물성이 특징이다.

쿠치아는 어렸을 때 사랑했던 동화처럼 섹슈얼리티와 영적 존재, 성적 흥분, 심지어 마술 같은 형체 없는 것을 섞어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크리스털이 성적인 에너지를 부여하고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가다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마술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런데 쿠치아는 그녀가 벌이는 활동에는 그 수준을 초월하는 것이 있다고, 극락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주면서도 여전히 관능적이고 사용자를 각성시키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차크러브스가 꽃에서 추출한 염료와 천연 목재로 만든 신규 컬렉션 포레스트 라인은 새로운 매체를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나무가 무성한 환상적 삼림의 느낌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포레스트 라인은 쿠치아가 직접 창작한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목공 케빈 이트와루와 천연 직물 염색 전문가 카라 마리 피아자와 컬래버레이션한 결과물이다. 피아자는 마무리 작업을 위해 목재를 찌고 사포질하고 코팅한다. 꽃과 나무의 결합은 기존과 다른 종류의 열정을, 더 미묘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쿠치아는 말한다. “크리스털과 꽃은 내뿜는 에너지가 각각 달라요. 크리스털은 형성되는 데 수천 년이 걸리는 물질이니까요.” 그녀의 설명이다. “꽃에서 추출한 에센스와 나무는 순간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에너지를 조금 더 많이 내뿜는 편이에요. 그것들은 이 세상에 짧은 기간만 있었으니까요. 꽃은 시들잖아요. 고객들은 그런 종류의 에너지는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나무는 크리스털보다 융통성이 더 좋은 소재라서, 쿠치아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을 실험할 수 있었다. 좌우가 바뀐 S 모양으로 제작된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시소처럼 움직여요.” 쿠치아가 한 말이다. “이건 G-스팟을 자극하는 근사한 제품이에요.” 또 다른 제품은 손톱 면도기처럼 약간 휘어있었다. 포레스트 라인에 속한 이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 다양한 모형들이 쿠치아의 사무실 벽에 장식품처럼 걸려있는데, 각각의 제품에는 기능을 묘사한 수채화가 전시 돼 있다. 책상에는 공책에 연필로 작업 중인 스케치가 하나 놓여있었다. 그녀는 3차원 형태의 감을 잡으려고 가끔씩 진흙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한다.

의료용품 발명가인 아버지와 명상음악을 작곡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쿠치아는 과학과 영혼의 경계선을 걷는 훈련이 잘된 사람이다. 여성의 해부학적 구조와 고객의 선호도에 모두 정통한 사람이지만, 차크러브스와 관련된 일에서만큼은 결국 직관에 의지한다. “위협적이지 않고 보기에 좋은 모양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요. 보는 이들이 매력을 느끼게 만들고 ‘그걸’ 탐구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예술적 형태에 다다르려고 노력하죠.”

쿠치아는 디자인 과정을 마치면 제품의 기능을 3차원으로 옮겨놓기 위해 이트와루와 마주 앉는다. 작품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면, 쿠치아는 각각의 토이를 직접 사포질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다. 이 작업을 거친 목제는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피아자에게 넘겨진다. 피아자는 장미꽃잎과 유칼립투스, 인디고가 담긴 자루를 냉동고에서 가져와 대형 흰색 작업대에 올려놓는다. 그녀는 나무를 식물로 두르고 밧줄로 단단히 묶은 후 3시간가량 찐다. 이건 그녀가 혼자서 개발해낸 과정이다. “나무는 염색이 아름답게 물들어요.” 피아자가 나중에 진청색 얼룩이 남도록 꽃잎들을 나무 차크러브에 가볍게 문지르면서 한 말이다.

쿠치아는 오리지널 차크러브스 라인이 성공한 이후로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크리스털 토이가 사람들을 해방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차크러브스는 쿠치아가 성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걸 도와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사용자에게 힘을 주고 유연한 감정을 품게 해준 크리스털의 능력에 대한 후기를 모았다. 쿠치아는 인스타그램으로 피아자와 인연을 맺은 다음에야 피아자가 직물을 염색하는 것처럼 나무에도 물을 들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펑 하고 튀어나왔어요. 다음 제품은 이거야! ‘포레스트 라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죠.” 쿠치아가 한 말이다. “나는 이 라인의 소박함을 좋아해요. 숲이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무척이나 많은 동화와 우화를 느낄 수 있죠.”

꽃을 요리하는 셰프와 만났을 때 이탈리아의 오래된 아동용 소설 <피노키오>가 떠오른 것은 길조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피노키오를 죽음에서 구해준 푸른 요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피노키오는 나무로 만들어졌고, 요정은 머리카락이 청록색인 요정이라고 불러요.” 쿠치아가 포레스트 라인에 사용된 인디고의 파란 색을 거론하면서 한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 라인은 상당 부분 동화와 우화, 판타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우리의 상상력이 차크러브스가 갈 길을 안내해준다는 믿음의 시작이었죠. 어린아이만이 느끼는 그런 창조성, 마술에 대한 믿음은 우리 내면에서 사라져가고 있어요. 성적인 판타지와 역할 놀이는 때때로 사람들이 가진 유일한 욕망 배출 수단이 돼주죠. 우리가 되고 싶은 건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Natalia Mantini
  • Allie Vol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