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한 크라잉 넛

인천 앞바다에서 나체로 헤엄친 사건과 앞으로 건재할 30년에 대해 얘기했다.

Q1 크라잉 넛 초창기 때처럼 자기 소개 해주세요.
크라잉 넛
안녕하세요. 크라잉 넛입니다!

Q2 밴드 명 ‘크라잉 넛’이 나오기 전에 이름은 뭐가 있었나요?
이상혁
블랙18, 모닝글로리, 물관과 체관, 벼멸구 이런 게 있었어요.
한경록 별 다른 뜻은 없었는데, 공책 앞에 써 있는 모닝 글로리 보고서 “아침의 영광 모닝글로리! 세계 속의 한국 모닝글로리!” 이런 노래를 만들기도 했어요.
박윤식 스판텍스도 있었어요.
이상면 블랙 18 때도 명곡이 있었어요. 파이어 볼, 한국어로 아시죠?
박윤식 (웃음) 플레이보이에 어울리네요.

Q3 그 유명한 땅콩 과자 에피소드도 들려주세요.
한경록
크라잉 넛이 고등학교 때 인수 형 빼고 7명의 동창생들이었어요. 그때 베이스를 쳤던 최용이라는 친구가 용산 전자 상가에서 워크맨 베터리를 사러 다녀오는 길에 ‘크라잉 넛’이란 이름을 지었죠.
이상혁 지금도 그 친구 밴드 하고 있잖아.
박윤식 맨싱.
이상혁 제가 그 친구 레코딩 작업을 도와주다가 실수로 다 날려버린 적이 있어요. 막 벌벌 떨었는데 그대로 돈은 주더라고요.

Q4 요즘에 산 물건 중 제일 후회하는 게 있나요?
한경록
여름에 더워서 문을 열어두고 잤는데 모기장을 쳐도 모기가 들어오더라고요. ‘모기 잡이’라는 기구를 샀는데 정말 효과가 없어요.
이상혁 그럼 모기한테 많이 물려서 배불러 죽게 만들면 되지.
한경록 또 새끼 낳잖아. 그래서 모기장 캐노피를 샀는데 분위기 있고 좋더라고요.
이상면 저는 침낭을 샀어요. 열 받는 게 이게 굴려서 딱 가방에 넣어야 하잖아요.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발로 차고 놀아요.
김인수 딱히 산 게 없네. 페이팔이 막혀서요.
한경록 반면에 되게 잘 산 건 건조기. 인생혁명템이에요. 빨래 널고 말리는 게 제 인생에서 사라져버렸어요. 시간도 절약되고 집안일 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Q5 이번 새 앨범은 텀블벅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하셨죠. 심지어 성공률이 200%를 넘어섰어요. 
한경록
1995년도부터 밴드 활동을 했는데 시대가 정말 많이 바뀌었죠. 테이프에서 시작해서 CD, MP3 파일까지. 이제는 테이프는 물론이고 CD도 거의 안 듣는 추세잖아요. 새로운 세대의 플랫폼에 매번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저희도 이것저것 연구하던 끝에 텀블벅이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어요. 콘서트 티켓이나 다양한 굿즈처럼 ‘밀어주기’ 방식이 다양해서 좋아요. 행정적인 제작 과정에서는 다른 분의 도움도 받긴 했지만, 저희끼리 디자인 회의도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쏟았어요. 확실히 사람들과 소통하는 느낌이었죠.
이상면 처음에 텀블벅이 텀블러를 팔아서 돈을 버는 건 줄 알았어요(웃음). 그건 아니더라고요.
김인수 어떻게 보면 실제로 텀블벅에서 텀블러를 제일 많이 파는 것 같기도 해.
박윤식 우리가 처음 나왔을 당시 1995년도에는 파란 화면에 4대 통신이란 걸 썼어요. 나우누리, 하이텔, 유니텔, 천리안. 지금은 다 없어졌지만 인디 밴드가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었더랬죠.

Q6 디지털 시대의 최선봉 유튜브죠. 크라잉 넛도 조회수 높은 영상을 이 자리에서 한번 기획해보자면요?
이상혁
나체 사진.
한경록 아직 회의를 한 적은 없지만 저희가 또 애주가잖아요. 한잔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래 부르는 모습도 좋을 것 같아요.
이상혁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이상면 취한 방송, 취방. 팬이 50% 떨어져나가셨습니다.
김인수 적당히 마셔야 방송도 하지, 우리처럼 마시고 누가 방송을 하겠어.

Q7 이번 앨범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이상혁
‘세다’.
이상면 ‘좋다’.
한경록 식상할 수도 있지만 ‘리모델링’. 이번 앨범 타이틀이기도 하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텀블벅 같은 음악 이외의 부분도 새로워지려고 노력 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리모델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Q8 홍대 인근에서 리모델링하고 싶은 공간이 있으세요?
한경록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하지만 그걸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게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고 외국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소위 우리 ‘나와바리’였던 놀이터나 삼거리 쪽은 리모델링 해보고 싶기도 해요. 예전에는 매일 놀았던 곳인데 이제는 너무 ‘소비적’인 느낌이랄까? 리모델링을 한다면 인디 밴드들이 더 즐길 수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닐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Q9 술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이상혁
이번 앨범부터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경록 적당한 알코올은 좋은 것 같아요, 릴렉스하게 해주고요. 저희가 착하게만 말해서 그렇지, 적당히 마시는 밴드는 아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도 절반 정도는 술에 관련된 노래가 있어요.

Q10 멤버들끼리 술 마실 때 안주 삼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경록
어디서 이런 얘기한 적은 없는데, 저희는 자화자찬하는 스타일이에요. 우리가 최고다, 이런 얘기를 주로 해요.
박윤식 너의 연주는 환상적이야.
한경록 역시 드럼은 이상혁이지.
이상혁 인천 앞바다에서 다 벗고 수영하다가 경찰한테 잡힌 일도 있었잖아.
박윤식 4월 정도에 드럭 기획사 사장님이랑 인천 앞바다에서 술을 마셨어요. 다들 많이 취했는데 사장님이 “너희들 부표까지 수영해서 갈 수 있냐? 아마 두려워서 가지 못할 거야” 이렇게 말하자마자 전부 홀딱 벗고 바다로 뛰어들었어요. 너무 추워서 “죽지마!”하면서 서로의 몸에 오줌을 싸줬어요, 따뜻하라고요.
한경록 이런 시트콤 같은 얘기가 진짜 많아요. 1990년대 지방 투어를 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요즘에는 스모그 내뿜는 기계가 다 있는데, 그때는 아낀다고 쑥을 태워서 연기를 냈어요. 너무 매워서 관객도 우리도 다 울면서 공연한 기억이 있어요.
이상면 감동의 바다

Q11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이 ‘내 인생 마지막 토요일’이에요.
김인수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사람들, 친구들, 공간들에 대해 얘기하려고 쓴 곡이에요. 곡을 써나가면서 보니까 너무 거창한 생각을 했나 싶더라고요. 어느 순간 가사가 이상해지는 시점이 있었어요. 이게 내가 사명감에 젖어서 할 일도 아니고 무슨 혁명을 일으킬 것도 아닌데 ‘술이나 먹고 즐기면 되는 거 아냐?’라고 쉽게 생각하면서 완성한 곡이에요. 가사를 보신 저의 ‘부인 어르신’께서 한 숨을 푹 쉬더니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냥 아침이 될 때까지 마시겠다고? 그냥 세상 하직하시게나”
박윤식 그런 말 들으니까 또 한잔 당긴다.
이상면 저는 맥주 마시고 취해서 집 비밀번호를 까먹은 적 있어요. 현관 앞에서 밤 샌 적도 있고 거울 보면서 나랑 대화하면서 마신 적도 있어요.
박윤식 잘했다.

Q12 당장 내일이 마지막 토요일이라면 뭘 하실 건가요?
이상혁
술?
김인수 내일이 끝이라면 술로 되겠어요? 차라리 더 센걸 하지.
이상혁 술 마시고 필름 끊기는 것도 괜찮겠네요.
한경록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객선이 침몰할 때 연주를 하잖아요. 우리는 완전 만취해서 어차피 죽을 거 무대에서 미친 듯이 놀다가 멸망을 맞아도 좋을 것 같아요.
김인수 최근에 비슷한 영화를 봤어요. <도라 도라 도라>라는 영화인데, 일본이 진주만 폭격했을 때를 다룬 영화예요. 일본 비행기들이 진주만으로 날라오고 있었어요. 군악대가 아침 8시에 국기계양식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 폭격기가 오고 있는 걸 보면서 연주가 점점 빨라지는 거예요. 국가가 끝나자마자 다 도망쳐요.

Q13 선공개곡 ‘길 고양이’는 어떻게 만드시게 된 건지 알려주세요.
한경록
그냥 덤덤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상하게 크라잉 넛 노래에는 동물이 자주 등장해요. 말, 햄스터, 비둘기. 예전에 썼던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 가사가 판타지 같은 느낌이라면, ‘길 고양이’는 현실적인 고양이에 빗대서 우리 얘기를 해본 것이죠. 저희가 메인 거리에 있는 주인공 같은 고양이라기보다는 뒷골목에 있는 느낌이잖아요. 길 고양이를 보면 좀 외로워보일 수도 있지만 자유로워보였어요. 눈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그걸 보면 위안을 받기도 하고요. 제가 주로 이별, 추억, 그리움에 관한 정서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사랑한다 말하고 싶어’ 이런 태도로 써보고 싶었어요. 망설이지 않는 확실한 표현. 다시 이 무대에서, 뒷골목이면 어때! 난 다시 노래하고 싶어. 이런 느낌인 거죠.

Q14 요즘 스마트폰 할 때 가장 재밌는 것은 뭐예요?
이상면
배그(게임 <배틀 그라운드>).
이상혁 걸을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는 어플요. 아내랑 연트럴파크 걸으면서 벌써 햄버거 먹을 정도로 모았어요.
이상면 저는 기타, 악기 컨트롤하는 튜너. 이런 것밖에 없어요.
박윤식 아까 배그 하신다면서요(웃음).
이상면
아, 그건 아이패드에 있어요. <심시티>도 있고 <아스팔트8>도 있고 게임 한 20개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박윤식 저는 스마트 폰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서 짬 날 때마다 친구들이 SNS에 올리는 거 ‘눈팅’하고 ‘좋아요’ 재빠르게 누르고 꺼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걔가 스마트 폰만 보면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워서요. 스마트 폰을 구석에 숨겨둬도 그걸 귀신 같이 찾아서 보고 있어요.
김인수 저는 게임은 잘 못해서 주로 SNS를 많이 해요.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살 때 많은 꿈과 이상을 실현해줄 거라고 믿지만 거의 인터넷과 오락밖에 하지 않죠. 저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한경록 저도 SNS요. 그리고 핸드폰으로 업무도 많이 보죠.
박윤식 야근.

Q15 최근에 SNS로 팔로우한 사람은 누군가요?
김인수
밴드하는 크로아티아 사람요.
이상혁 8집 앨범 재킷을 그려준 작가 오햄킹요. 그 분을 팔로우해서 그림들 보다가 ‘이거 너무 좋다’ 해서 이번 아트 워크를 부탁드리게 됐거든요.
한경록 최근에 모브닝이라는 팀과 협업을 하게 돼서 그 친구들 팔로우 했어요.

Q16 크라잉 넛이 가장 애정하는 곡은?
이상혁
‘말 달리자’요. 그 노래가 뜨면서 저희도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됐고 기념적인 느낌이 있어요.
이상면 그 노래 아마 수만 번은 연주했을 텐데 이제야 좀 감이 잡혀요.
박윤식 “닥쳐” 가사를 이제 좀 외운 것 같아.

Q17 이 곡은 특히나 에너지가 넘치는 곡이잖아요. 공연할 때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한 적 있으세요?
박윤식
그런 느낌은 없어요. 예전에는 ‘우리가 만든 좋은 노래도 많은데 왜 ‘말 달리자’만 좋아해주지?’ 일부러 무대에서 하지 않고 지양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국 크라잉 넛보다 ‘말 달리자’를 더 많이 알아주셔서 그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곡이 있었기에 크라잉 넛이 지금까지 온 것 같고요. 또 이 노래를 하면 점 잖으신 분도 약간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즐겨요.
이상면 꼭 막걸리 드신 한분이 무대에 난입하세요.
이상혁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예전에 저희끼리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주인 아저씨가 오셔서 화 내셨어요. “저 노래 때문에 사람들이 마이크 던지고 기물 파손한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야” 그래서 “저희, 아닌데요.” 했죠.

Q18 크라잉 넛 중에 이성에게 가장 인기 많은 멤버는?
이상혁
윤식이가 많은 것 같아요.
한경록 역시 보컬이 가장 주목 받죠.
이상혁 보컬만 주목 받는 더러운 세상!
박윤식 그렇지 않아. 총각이 주목 받지.
한경록 예전에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으셨는데, 이제는 유일한 미혼이니까 마지막 총각 찬스를 조금 누리고 있습니다.
박윤식 ‘경록절’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밤 새도록 놀지 않습니까. 경록이 생일 날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여서 정말 제대로 놀아요.
이상혁 진짜 잘 노는(play) 플레이보이예요.
한경록 술 사는 데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편입니다.
이상혁 재력.
한경록 결국은 자본주의.
김인수 자본주의는 아름다워.

Q19 플레이보이들을 위해 크라잉 넛의 한 곡 추천해주세요.
한경록
‘밤이 깊었네’요. 모든 역사는 밤에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박윤식 가사를 보면 남자가 달과 별도 따다 줘요. 술에 취해 이밤에 취해 음악에 취해!
이상혁 불 끄자.

Q20 이번 앨범이 나오고나서 크라잉 넛의 행보를 알려주세요.
이상혁
이번 앨범이 23년 동안 저희가 한 모든 것이 결산되어 나오는 거잖아요. 이 시점을 계기로 우리가 다시 리모델링한다는 각오로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려고 해요.
한경록 이번 8집 앨범에는 12곡이 실렸고요. 요즘 디지털 음반 같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더 맛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10월 27일에는 크라잉 넛 단독 콘서트가 홍대 라이브 클럽 브이홀에서 열리니 그때 많이들 뵀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라이브가 ‘짱’입니다.
이상면 연습 많이 해야겠다.
김인수 부동산 이런 데 가면 리모델링이다 재건축이다 많이 있는데 그런 것에 현혹되지 말고 리모델링 CD 구매해주세요.
이상혁 낡은 것을 싹 밀어버리고 삐까번쩍한 것도 멋지지만 낡은 것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만드는 일이 리모델링이잖아요. 저희도 옛날의 크라잉 넛을 잊지 말고 더 세련되게 다듬어서 이번 앨범을 만들었으니 많이 들어주세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영상 윤경욱, 이래완, 이동민
  • 헤어 이지은
  • 메이크업 박수지
  • 스타일리스트 김성덕
  • 장소 제비다방
  • 어시스턴트 김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