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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빈이 ‘강예빈’을 벗는 순간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것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강예빈이 '강예빈'을 벗는 순간

11월 제법 추운 날씨, 짧은 니트 원피스와 블랙 부츠를 신은 강예빈이 촬영장으로 걸어왔다. 강예빈은 여전했다. 큰 눈망울과 매력적인 실루엣으로 촬영장의 모든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섹시’, ‘글래머’, ‘옥타곤걸’ 등 무려 16년 동안 그녀를 따라다녔던 수식어대로라면 그게 다였어야 했다. 하지만 인터뷰에 임할 때 강예빈은 한 가지 질문에도 허공을 오래 응시했고 차분하게 대답했으며, 예전에 찍었던 화보가 가끔 예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신념이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누구나 과거를 쉽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나아가진 못 한다. 오늘 만난 강예빈은 연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변하는 중이었다. 화려한 의상과 과감한 포즈에 가려진, 내면까지 섹시한 여자였던 것이다. “색깔 있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흑백사진을 찍는다” 세계 3대 포토그래퍼 중 한 명인 피터 린드버그의 말이다. 우리는 강예빈이 예전의 ‘강예빈’을 넘어서는 순간을, 다시 말해서 ‘지금’ 그녀의 생각과 태도에 주목했다. 짙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억지로 미소 짓지 않아도 ‘그대로’ 아름다운 강예빈을 마주했다.

오랜만에 복귀했어요. 어떻게 지냈어요?
고향 여주에 가 있었어요. 부모님하고 살 일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결혼하기 전에 같이 있으려고 내려가 있었죠. 5개월 정도 함께 지낸 것 같아요. 좋은 공기도 마시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평화롭게 지내다가 왔어요.

그럼 본격적으로 활동한 이후의 일상은요?
되게 안 어울리겠지만 집에서 책도 읽고 영화도 많이 봐요. 피부 관리나 네일 아트 이런 것도 직접 하는 편이에요. 또 요즘 연극 <보잉보잉>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어요. 평생 가볼까 말까 했던 대학로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요.

연극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고요.
맞아요. 주말에는 관객들이 하도 많이 와서 간이 의자까지 놓을 정도예요. 가끔 평일에는 몇 분 안 오셔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긴 하죠. 소극장이다 보니까 관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요. 호흡 소리가 다 들릴 정도죠. 그래서인지 처음 막이 오를 때 엄청 긴장했어요. ‘나 하나로 인해서 이 공연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때문에요. 아무리 ‘즐기자’고 생각해도 막상 무대에 서서 대사를 까먹거나 머릿속이 하얘지면 어쩌지? 이런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보잉보잉>에서 맡은 스튜어디스 ‘이수’를 연기할 때 ‘나는 이수다. 이수다’하고 주문 외듯 몰입해요. 이수라면 정신도 좀 나가 있어야 하고 쿨해야 하거든요. 이런 역할임을 계속 암시해요. 이수는 처음 등장해서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이에요. 가끔 제가 웃기려고 해도 초지일관 정색하는 관객을 마주할 때 살짝 두려울 때도 있어요.

강예빈이 '강예빈'을 벗는 순간

처음 연극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어요?
김승현 오빠가 하는 연극 <스캔들>을 보자마자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승현이라는 배우를 소극장에서 마주하니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점들이 보이더라고요. ‘나도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요?
솔직히 저는 코미디가 좋아요.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도 그랬지만 연기를 하면서도 치유가 돼요. 실제로도 재미있고 웃기니까요. 극 중에서도 상대 배우랑 이어가는 개그 코드가 있는데 저는 그런 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영화 <삼총사>에서 드류 베리모어의가 했던 역할처럼요. 더 늦기 전에 액션 영화에서 몸 잘 쓰는 역할 맡아보고 싶어요.

“물론 예전에는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 몸매를 보여주는 게 섹시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의 눈으로 보면 과거의 모습이 예쁘지 않아 보일 때가 있어요.”

유년 시절에도 이렇게 유쾌한 소녀였는지 궁금해지네요.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학생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반장을 한 건 조금 특이하네요. 학급에서 리드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운동도 했다면서요.
초등학교 방학 때 지옥훈련이라고 해서 비닐하우스에서 혹독하게 운동하기도 했어요.

촬영 중에 예빈 씨 팔 근육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한 결과인가 봐요.
맞아요. 그때 근육들이 아직도 좀 많이 남아 있어요. 저는 단거리 달리기 선수이기도 했고 양궁도 좀 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올라가서는 공부에 매진한다는 명목으로 그만뒀죠. 사실 성적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어요(웃음).

그럼 어떤 걸 주로 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보다 메이크업이랑 미술로 관심을 튼 거 같아요. 학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서너 개 정도 한 것 같아요.

부지런했네요. 그럼 여태껏 지켜온 좌우명이 있나요?
“1초전도 과거다'”라는 말이요. 아까 말했던 것, 했던 일은 다 과거고 돌이킬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충실하게 살려고 하는 편이에요. 행동하기 전에 조심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고 노력해요.

강예빈이 '강예빈'을 벗는 순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더욱 그런 좌우명을 갖게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겠죠?
연예인은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일이 잦으니까요. 저도 이런저런 댓글 다 보고 그렇게 지내요. 안 보려고 마음먹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고요.

어떤 댓글을 안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 인터넷으로 데뷔했기 때문에 대개 성적인 ‘악플’이죠. 저는 좀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리거나 그런 댓글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무시할 것은 무시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요. 나름대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혼자서 맥주 한잔하면서 영화 보는 거 좋아해요.

최근에 봤던 영화는요?
<업그레이드>요. 사지가 마비된 사람이 하나의 칩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영화예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특이한 영화였어요. 로봇이 인간을 조종하는 건데 AI에 관한 얘기도 나와요. 로봇이 한 사람을 집어삼키는 내용인데 이런 건 반전이 있어서 얘기하면 안 돼요.

SF 장르를 좋아하나 봐요.
그런 것 같아요. 사랑 얘기보다는 추리 영화가 좋아요. <유주얼 서스펙트>나 <아이덴티티>도 재미있게 봤어요. 로맨스가 나오더라도 <이프 온리>처럼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게 좋아요. 그런데 사실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봐요.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애니매이션도 보고 한국 영화도 좋아하고요. 주로 집에서 TV로 결제해서 봐요. 프로그램 <무비 큐>에서 박경림 언니가 추천해준 거 다 봤을걸요. 그런데 저 되게 할 일 없어 보이는 거 아니겠죠(웃음)?

할 일 없는 강예빈’ 신선한데요. 예빈 씨에게는 주로 ‘섹시’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잖아요. 진짜 섹시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요. 어떤 조직에서도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리더가 섹시해보이잖아요. 저도 나이가 들수록 그런 당당한 태도에서 나오는 섹시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예전에는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 몸매를 보여주는 게 섹시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의 눈으로 보면 과거의 모습이 예쁘지 않아 보일 때가 있어요. 섹시하다기보다 부담스러워 보이는 거죠. 제가 연극을 하기 시작한 것도 대중 앞에서 당당히 서기 위함이었어요. <보잉보잉>의 스튜어디스 이수 역도 굉장히 섹시한 역할이지만 노출 때문에 섹시한 게 아니거든요. 인물에서 풍기는 당당함이 있어서죠. 이수는 자기의 주장이 뚜렷한 캐릭터예요. 극 중 연인 관계에 있는 남자들을 똑 부러지게 리드하는 스타일이죠.

강예빈이 '강예빈'을 벗는 순간

예빈 씨의 연애관도 그런가요?
제 연애관은 좀 구체적이에요.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라는 신조로 연애해요. 상대와 다른 점을 맞추면서 지내지 못하면 떠나야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이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인정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참고 살다 보면 미안해서라도 고쳐주는 경우도 있어요. 오히려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건 아주 잠깐인 것 같아요.

행동을 바꾸긴 쉽지 않죠. 그러면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예빈 씨 만의 기준이 있어요?
특히 남자를 볼 때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잘 지키는지’인 것 같아요.

그럼 외형적 이상형은요?
운동선수? 축구선수? 수영선수? 어렸을 때부터 운동 잘하는 남자가 좋았어요. 저희 아버지도 사범이고 어머니도 태권도 사범이셨거든요. 그래서 슬램덩크 강백호 같은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끝으로, 어디에서 예빈 씨를 만날 수 있을까요?
대학로 두레홀3관에 항시 대기하고 있으니까 저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연극 보러 오세요. 끝나고 포토 타임도 있으니 같이 사진도 찍고요.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모델 강예빈
  • 포토그래퍼 최문혁
  • 영상 이래완
  • 헤어 조민경
  • 메이크업 임정선
  • 스타일리스트 배보영
  • 어시스턴트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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