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아티스트 겐지 고바야시

서울을 찾은 그와 '작은 자연'을 컨트롤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작업복을 따로 입지 않아요. 흙을 자주 만지기 때문에 움직이기 편하고 심플한, 일하기 편한 옷을 입죠. 분홍색을 좋아해서 분홍색도 자주 입어요(웃음). 일하는 동안에도 록이나 메탈릭 음악을 자주 들어요. 기분을 업 시키기 위해서인데, 매번 시끄러운 음악만 듣는 건 아니고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는 조용한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분재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쉽게 말하면 ‘식물을 기르는 일’이거든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짧은 시간에 아름답게 가꿀 수 없어요. 정성을 들일수록 분재는 눈에 띄게 멋있고 또 아름다워지죠. 하루에 조금씩 시간을 내서 물을 주고 시간을 조금 더 내서 잎을 쳐주고 또 분재 크기가 커지면 화분을 갈아주고 하는 거예요. 계속해서 좋은 상태로 유지하고 곁에 두는 것. 그게 바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치 아름다운 여성을 곁에 두고 좋은 차를 타고 싶은 남성의 본능처럼 분재를 아름답고 멋있게 유지하기 위해 컨트롤은 필수예요. 

분재도 자연의 일부라 유행을 크게 따르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계절의 영향을 받기는 해요. 봄에는 꽃피는 벚꽃이 인기고 가을에는 붉게 물드는 단풍이 인기가 있어요. 취미로 분재를 즐기는 이들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대부분은 여성이라는 것이 재밌죠(웃음). 지금은 젊은 층에 인기가 많지만 한때 일본에서도 분재는 장년층의 취미였어요. 사회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모두 바쁘게 생활하고, 자연스럽게 장년층의 취미로 전락한 거죠. 최근에는 개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다시 젊은 사람들이 분재를 즐기는 추세예요.

분재는 곁에 두고 컨트롤하는 데 그 매력이 있어요.
마치 나만의 ‘작은 자연’을 컨트롤하는 것처럼요. 

분재는 나무 자체에 집중해요. 반면 제가 추구하는 ‘경치분재’는 나무, 화분을 포함해 전체를 하나의 경치로 보는 거예요. 봄에 싹이 나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지고요.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죠.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겨울이 지나고 그 자리에 다시 봉우리가 올라와요. 인간의 시간이 아닌, 식물의 시간에 익숙해지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죠. 20여 년간 분재를 만졌어요. 20년이라는 세월이 사람에게 길 수도 있지만 분재에게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니에요. 어쩌면 순간에 지나지 않죠. 제가 죽어도 이 분재는 다른 사람 손에 의해 계속해서 살아갈 거예요. 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운영하는 아틀리에 ‘시나지나’는 ‘공장처럼 찍어낸다’는 뜻이에요. 대중이 분재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사랑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대중화하기로 결정하면서 걱정됐던 건 없어요. 분명 따라 하는 이들도 생기기 마련이지만요. 식물을 다룬다는 건 그저 기계처럼 상품을 찍어내는 것만은 아니에요. 죽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또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어요. 

섹시하다고 느껴본 적 없지만 집중해서 분재를 다루고 있는 모습을 본 몇몇 사람이 ‘멋있다’ 혹은 ‘섹시하다’라고 말해주기는 해요(웃음). 인간의 하루와 낙엽수의 일 년이 비슷하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저는 낙엽수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섹시와는 거리가 멀죠. 아침에 일어나 낮에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쉬고 다시 잠을 청하는 그런 하루의 일과. 꾸준하게 흘러가는 거죠. 그런 면에서 봄에 깨어나 여름에 성장하고 가을에 휴식기를 거쳐 잎을 떨구고 다시 겨울잠을 자는 낙엽수와 닮은 것 같아요.

분재 일을 하지 않았다면 도시를 계획하는 일을 했을 거예요. 대학교 때 전공하기도 했고요.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고르는 일은 어려워요. 딸들과 노는 시간, 운전하는 시간, 친구들과 술 마시는 시간 등등 너무 많아요. 결국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정하는 일은 약한 것 같아요. ‘즐거움’이 전제되는 모든 순간을 좋아해요. 한국에 오면 <에세테라> 오너 부부와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고객과 교류하는 것도 좋고요. 기본적으로 모든 술을 좋아해요. 와인, 맥주, 일본술, 데킬라. 내추럴 와인도 많이 마시네요. 한국에 오면 일본의 오사카에 온 것처럼 느껴져요. 정을 나누고 교류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저도 마찬가지만 대부분의 성인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잖아요. 분재는 사람과 자연을 연결해요.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일과도 같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봐요. 시작하면 그 다음 과정이 더 궁금해질 거고 해보고 싶은 것이 생기거든요.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포토그래퍼 임성필
  • 영상 이종룡
  • 장소 Etcetera Seoul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