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꼽빌라 만나도 돼?

유튜브에서 개그맨 김승진, 유룡, 이재훈이 빠뜨린 배꼽만 해도 빌라 한 채는 거뜬하다.

당신에게 주어진 것은 휴대폰 하나. 당장 길거리로 나가서 낯선 사람을 웃겨야 한다면 어떻게 웃길 건가? 아무리 재치 있는 사람이라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당황스러울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샛별처럼 떠오른 개그 채널 ‘배꼽빌라’는 오로지 번뜩이는 임기응변과 뻔뻔함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배꼽 빠지게 웃기는 영상을 만든다.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승진, 유룡, 이재훈은 촬영부터 편집, 기획까지 전부 직접 하기 때문에 이제는 코미디언이라는 타이틀보다 유명 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지상파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점점 줄어들면서 많은 코미디언들이 개그를 선보일 무대를 잃고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채널에 빠르게 적응한 코미디언도 상당수다. 배꼽빌라도 이런 똑똑한 무리 중 한 팀이다.

<플레이보이 코리아>가 배꼽빌라를 만난 곳은 종로 한복판이었다. 한때 한국의 중심이었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의 갈등, 성적 정체성의 자유를 품은 카오스의 도시 종로는 혼란스러워서 더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30도가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종로의 좁은 골목들은 극복해야 할 난제일 뿐이었다.

“웃음은 그게 무엇이든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배꼽빌라를 보면서 들었던 소감이다. 아마도 배꼽빌라의 열혈 구독자들이 밤낮으로 그들의 영상을 돌려보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이상 못 버틸 것 같은 일상까지 ‘괜찮다’고 긍정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배꼽빌라와 함께 과거 불법 안마업소였던 곳을 건강한 유흥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을지로 ‘감각의 제국’, 종로 맛집 골목의 원조 피맛골, 종각역 젊음의 거리, 어르신들의 재미난 공간 ‘미가식당’에서 잊지 못할 포복절도의 순간을 기록했다.

이번 주에 웃겼던 일, 가장 슬펐던 일은?
재훈 유룡에게 아주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유룡 며칠 전이었죠? 그 유벤투스의 방한. 저는 와이프랑 상암 경기장에 갔습니다. 얘네들은 일하고 저는 갔어요. 양아치처럼(웃음). 전광판에 그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장난 아니었죠. 그런데 호날두가 안 뛰더라고요? 너무 슬펐어요.
승진 저는 셋이 같이 편집을 하는데 룡이가 호날두를 보러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재훈이랑 일을 하다가 TV를 봤는데 호날두가 안 나오더라고요 어머나 세상에! 저런 일이 있나. 그게 너무 웃겼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몰카’를 많이 찍다 보니까 연남동을 많이 돌아다녀요. 저희를 아는 분들도 생기잖아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저희 말고 오월이를 찾더라고요.
재훈 웃겼어요?
승진 웃기지 않고 슬펐지. 이 말은 자를까요?
유룡 컷!

세 분이 함께 유튜브를 해보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재훈 SBS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진 후에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해서 우연히 다시 모였어요. 그중에서 저희 세 명이 놀다가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그런데 방송 프로그램과 병행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어서 작년 여름, 셋이 따로 나와서 채널을 만들게 됐어요.

엄마, 배꼽빌라 만나도 돼?
승진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The Greatest, 셔츠는 Charm’s Collection, 액세서리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룡이 입은 재킷은 The Greatest, 스트라이프 셔츠는 Songzio Homme, 보라색 셔츠와 팬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배꼽빌라에서 각자 맡은 파트가 있나요?
승진 암묵적으로 재훈이가 촬영이나 편집에 책임감을 느끼며 하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제일 선배예요.
재훈 너무 꼰대죠(웃음).
승진 임마! 지금 녹음되고 있는데(일동 웃음) 주로 저는 얘네들한테 얘기를 해줘요. 힘도 주고 잘못된 거는 고쳐주고 그러죠. 결정권, 아이디어 등등 제가 맡고 있습니다. 아, 룡이도 아이디어 많아요. 룡이는 저희가 못 하는 정극 연기를 잘해서 스님을 맡고 있고요.

초창기 채널명은 ‘개꼴통티비’였죠.
재훈 저희가 유튜브 채널을 만든 이유는 지상파나 공개 코미디에서 할 수 없는 걸 해보고 싶단 생각에서였어요. 재미있는데 수위가 센 ‘개꼴통짓’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중간에 승진이 형이 이름이 좀 거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승진 혹시나 광고가 들어올 수도 있고 지방에서 공연을 할 수도 있잖아요.
유룡 검색창에 ‘개꼴’을 치면 바로 ‘려’가 나오더라고요.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승진 저희만 쓰는 이름을 만들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촌스럽게 ‘은하수’ 그런 이름이 아니라
유룡 은하수?
승진 구독자 백만이 넘는 ‘더블비’처럼 없는 단어를 만들어보자고 했죠. 그래서 ‘배꼽빌라’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어디든 빌라가 있듯이 그 빌라 안에서 웃음을 뽑아보자, 저희 생각은 아닌데 어디서 그렇게 쓰셨더라고요. 되게 좋았어요.

재훈이 입은 재킷과 흰 셔츠, 타이는 Charm’s Collection, 레이어드한 셔츠는 Saint Laurent, 팬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저는 ‘배꼽 빠지게 웃겨서 빌라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하겠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었어요.
승진 다시 한번 해볼까요?(일동 웃음)
유룡 컷!
승진 그거 맞아요. 저희 채널을 구독하시는 분들을 웃게 만들고 팍! 배꼽을 뽑자. 그다음에 우리는 큰 빌라는 하나씩 사자!
유룡 잘하네, 이 친구. 말 잘해.
승진 책 좀 많이 읽었어야 했는데.  

사채 업자, 허위 매물 자동차 딜러 등 장난 전화 시리즈 인기가 많아요. 사실 장난 전화는 개그에 있어서 새로운 소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배꼽빌라의 콘텐츠는 새로울뿐더러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죠.
유룡 우리 팀은 순간적인 애드리브에 특화된 것 같아요. 남들이 자주 쓰는 소재이긴 하지만 배꼽빌라만의 색을 녹여봤어요. 그런데 처음 만든 사채업자 편이 정말 잘 된 거예요. 그래서 주요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승진 더 재미있을 수 있던 건 긴장감이 있잖아요. 상대방이 사채업자라는 긴장 속에서 저희가 계속 말장난을 치니까요.

장난 전화 마지막에는 항상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으시던데요.
승진 착하고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저희가 아무 이유 없이 장난 전화를 할 수는 없어요. 주변에서 지인이 허위 매물 사기를 당했다든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는데 너무 힘들어한다든가 그런 사연을 듣고 하는 거죠. 그런 일을 당한 분들이라면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저희의 짓궃은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주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재훈이가 엔딩에 메시지를 담아요. 그런 것을 많은 분이 이해해주시고 재미있어하시더라고요.
재훈 사채업자 씨, 앞으로는 돈 빌려주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허위매물 씨 인생을 허위로 살지 말고 진짜로 좀 사세요!

사채업자에게 다시 전화가 오지 않았나요?
재훈 안 왔습니다.

엄마, 배꼽빌라 만나도 돼?
승진이 착용한 모자는 MLB, 셔츠와 티셔츠는 Used Future, 데님 팬츠는 Andersson Bell, 슈즈는 Nike Jordan, 액세서리는 Party After Dark, 유룡이 입은 셔츠는 Craig Green, 티셔츠는 COS, 슈즈는 Nike, 액세서리는 Party After Dark,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훈이 입은 셔츠는 H&M, 슈즈는 Adidas, 힙색은 Vans, 액세서리는 Party After Dark, 티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껏 찍은 영상 중에 각자 제일 웃겼던 편은요?
승진 개그다큐 중에 ‘한번도 웃지 않은 남자’요. 개그콘서트의 김병만 선배의 달인을 오마주한 건데, 하면서도 너무 리얼해서 웃겼어요. 제가 웃을락 말락 하면, 보는 사람들도 같이 웃음을 참고 있어서 찍는 도중에도 엄청나게 웃겼죠.
유룡 ‘웃긴 게 뭐 없을까?’ 하면서 엄청 골머리 써서 만든 것은 대개 조회 수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무조건 찍어야 한다’해서 무작정 올린 콘텐츠가 터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일들이 웃기더라고요.
재훈 저도 개그 다큐 중에 ‘추위를 못 타는 남자’요. 원래 개그 다큐는 승진 형이 주인공인데 갑자기 추위를 못 타는 남자를 저한테 찍으라더라고요. 그때가 한 영하 12도 됐어요.
승진 조만간 더위를 못 느끼는 남자도 얘가 하고 있을 거예요.
재훈 제가 제일 힘든 걸 합니다.

몰카 시리즈에는 이성에게 번호를 묻는 콩트가 유난히 많더라고요. <플레이보이 코리아> 독자를 위해 노하우 하나 알려주세요.
재훈 “홍대 사단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승진 형
승진 그게 아니고(웃음) 어렸을 때요. 지금은 안 그래요. 그런 멘트가 있어요. 보따리 3개 있다. 돈보따리, 이야기보따리, 웃음보따리. 낯선 여성분들과 함께 있는데 분위기가 약간 어색할 때 전화해서 “야, 거기 차 트렁크에서 보따리 3개 있지?” 이러면 일단 웃어요. “거기 돈 보따리 좀 꺼내와 2000만 원만. 오늘 다 써야겠다 여기.” 다 먹어봤자 한 오만 원 나오는 꾼노리 같은 데서요. 그다음에 이야기보따리 가지고 오고 게임보따리를 가지고 오라고 하죠(웃음).
유룡 그것도 웃기잖아. 나이트클럽 엘레베이터.
승진 지금은 안 가요. 군대 제대하고 8년 전인가요 벌써?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너무 많은 여성분들이 탄 거예요. 저랑 제 친구는 끝에 있고 가운데는 다 여성분들이었어요. 분위기가 적막해서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핸드폰을 꺼내서 “엄마 나 지금 나이트인데 엄마 어디야?” 이러면서 “8번 방? 그럼 엄마 이따가 내 방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해” 이렇게 농담을 했죠.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서 이걸로 개그를 짜기도 했어요. 지금 제 무덤을 제가 팠나요?
유룡 컷!
승진 저는 그냥 웃음을 주는 거예요. 누굴 만나는 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자 컷!

연애할 때 누군가를 웃겨줄 수 있는 건 장점이잖아요. 개그맨으로서 연애할 때 좋은 점이 있나요?
승진 외모는 처음 볼 때는 좋지만 계속 보면 똑같잖아요. 제 외모에 기대치는 없지만 날마다 어딜 가든 그 장소에 맞는 농담과 위트를 날려주면 듣는이로 하여금 ‘어머? 이 사람 봐라? 어머나 너무 재밌네?’ 뿅! 뿅! 뿅! 하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죠.
재훈 같이 있을 때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질리지 않게 만날 수 있죠. 직업도 마음에 듭니다.

TV, 무대, 유튜브 등 매체에 따라서 개그를 보여주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유룡 종교부터 시작해서 브랜드, 상표 등 개그를 짤 때 제약이 너무 많았어요. 우리끼리 재밌다고 개그를 짜서 가도 제작진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여러 번 다시 짜야 했어요. 그런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유튜브는 그런 제약이 좀 덜 해요. 편집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승진 저는 홍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하고 있어요. TV든 유튜브든 무대든 각각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해요. 코미디 무대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 때문에 웃음소리가 확 커지면 저는 예정에 없는 애드리브도 다 해버리게 돼요. 사실 유튜브는 그런 실시간의 반응은 없죠. 길거리에서 하는 개그는 많아 봤자 두 번의 웃음 포인트이고요. 앞으로 <코미디빅리그>나 <개그콘서트>도 더 잘 돼서 선배, 후배들 지망생들이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유룡 컷!
재훈 유튜브는 저희가 주인공도 할 수 있고 상상하는 것을 실현에 옮길 수도 있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가 찍고 편집하다 보면 ‘방송국이 편하기는 했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배꼽빌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재훈 넷플릭스 진출이요.
승진 넷플릭스가 그거지? 티비 안에 있는 거?
유룡 배꼽빌라 1년 했으면 알아야지.
승진 제가 아이맥 켜는 방법도 몰라요. 촬영하다가 정말로 ‘왜 본체가 없지?’ 이 생각을 했어요.
유룡 승진 씨가 컴퓨터 하던 그 영상은 진짜로 짠 게 아니에요.
승진 핸드폰 최신형이 나와도 1도 관심 없고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이런 건 문제 없잖아?
유룡 상관없지. 취향이니까!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유상민
  • 영상 이종룡
  • 헤어 마준호
  • 메이크업 재롬
  • 스타일리스트 신수현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