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와 직업 1편 – 하영은, 최영모

누드란 뭘까? 우리는 누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드'를 표현하는 다섯 명의 아티스트에게 물었다.

하영은 누드모델이자 한국누드모델협회의 회장

누드모델이 된 건 언제부터인가?
1988년에 시작했다. 누드모델이라는 단어 자체도 없던 시절이다. 여자가 짧은 치마만 입어도 야하다거나 술집 나가는 여자라고 손가락질하던 시대에 누드모델이 됐다.

데뷔한 날을 떠올려보면 어떤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하다. 사진 작업이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두렵고 겁이 났다.

그렇게 두려운 일에 확신이 생긴 계기는?
확신보다는 한 번 하니까 두 번 하게 되고, 두 번 해보니 세 번 하게 됐다. 이래저래 몇 년이 흐른 거다. 그러다 좀 더 당당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명함을 만들었다. 다만 이름은 예명을 썼다. 혹시라도 집안 어르신들이 보면 가문에 먹칠한다며 난리 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든 이유도 당당하게 활동하고 싶어서인가?
그렇다.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많고, 벗는 것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런 생각을 바꿀 만한 계기가 필요했다. 단체가 형성되면 힘도 생기고, 편견도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확실히 요즘 분위기를 보면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협회 회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주로 모델들을 교육한다. 가끔 부당한 대우를 받는 모델이 있으면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이곳에서 크로키 수업도 하는데, 그럴 때만 출근을 한다. 청소도 하고. (웃음)

지금은 협회 회장으로 더 알려졌지만, 여전히 모델 활동도 활발하다.
일반적으로 몸매가 좋고 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누드모델은 사실 인체를 다루는 직업이다. 미성년자만 아니면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20대가 역동적 포즈를 연출할 수 있다면, 70대는 깊이 있는 정제된 연출을 하는 거다. 각자 나이대에 맞는 자신만의 표현법이 있다. 협회에 75세인 모델도 있다. 나도 계속 일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누드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누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하다. 누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다. 예전에는 다 벗고 하이힐만 신는다든지, 액세서리만 걸쳐도 세미누드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영은 | 1988년부터 누드모델로 활동한 하영은 회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누드모델로서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상단의 사진은 데이비드 한의 작품과 김상덕 작가의 사진 작품이다.
최영모 무용수의 누드를 찍는 사진작가

30년 넘게 무용수들을 찍어왔다. 특정 분야의 사람들만 찍는 이유가 있는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몸을 찍는 건 재미없다. 무용수가 아닌 일반인을 찍는다면 일단 그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노력은 해보겠지만, 아마 찍을 일이 거의 없을 거다. 무용수는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게 좋다.

1993년에 발매한 <당스 뉘(Danses Nues)>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무용수의 누드가 담겨 있다. 20년도 넘었지만, 지금 봐도 아름답고 파격적이다.
그 책이 나왔을 때 무용계가 정말 난리였다. 가장 고고하고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 아닌가. 찍겠다고 해놓고 선생님에게 혼나서 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보고는 찍지 않은 걸 아쉬워했다.

누드로 춤추는 무용수를 찍어 사진집을 내는 건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발표하기 전에 망설이거나 고민하지는 않았나?
그때는 ‘이 정도도 안 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된 거다. 사실 특정 부위가 제대로 보이지 않게 찍었다. 오히려 지금이 더 고민이다. 10년 전부터 <당스 뉘(Danses Nues)>의 두 번째 사진집을 준비 중인데, 이번에는 보이는 그대로 담고 있다.

어떤 작업인가?
‘튀튀(tutu)’라는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발레리나가 입은 스커트를 지칭하는 말인데, 프랑스 고어로 ‘엉덩이’라는 뜻이다. 여성 무용수가 바닥까지 끌리는 긴 튀튀만 두른 채 뛰어오르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이번에는 엉덩이를 포함한 하반신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형태인데,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보여줄지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 다 보여줘도 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과감하게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나?
물론이다. 찍을 땐 일단 찍고 보자는 생각인데, 발표를 하려니 고민이다.

누드 작업을 할 때 지키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
모델이 원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서로의 이해가 생기고, 용기 있는 사람만 찍는 거다.

작가로서 누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묻고 싶다. 그러니까 도대체 ‘누드’란 뭘까?
글쎄, 별다른 생각은 없다. 왜 쓸데없이 가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누드’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보다 누드 작품을 제재하는 사람들이 늘 말하는 ‘미풍양속’이 궁금하다. 옛날에는 누드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안기부에 끌려가 조사받은 사람도 있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거다. 말이 안 되지 않나.

이제 누드를 찍는다고 안기부로 끌려가진 않지만, 여전히 누드 작품이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인식은 있는 듯하다.
누드 사진을 찍을 땐 누구나 약간의 죄의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죄의식을 갖게 하는 나라가 문제 아닌가? 몇십 년 전부터 해온 고민을 지금도 한다. 진짜 웃기는 거다. 다른 콘텐츠는 웬만큼 다 하는데, 유독 출판물에만 누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당황스러운 거다. 적어도 지금 시대까지 왔으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섹스도 안 하고, 목욕탕도 안 가는 건 아니지 않나. 굉장히 이중적인 잣대다. 싫으면 안 보면 되는 문제다.

최영모 | 무용수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를 사랑하는 작가 최영모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용수를 사진으로 담아왔다. 현재 그는 <당스 뉘(Danses Nues)>의 두 번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포토그래퍼 박현구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