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프린세스

"저는 그저 여성의 성기가 끝내준다고 생각했고 그걸 노래할 뿐이에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 킹 프린세스는 “13세 이용가”라는 딱지가 붙은 팝 음악의 한계를 깨부쉈다. 과연 그녀는 전도유망한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 시장 전반을 성적으로 자유로운 시대로 견인할 수 있을까?

“저는 그저 여성의 성기가 끝내준다고 생각했고 그걸 노래할 뿐이에요” 2018년 싱글 음반 <푸시 이즈 갓>의 도전적 내용으로 전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뮤지션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의 말이다. 매거진 <바이스>는 이 곡을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섹시한 레즈비언의 사랑 노래”라고 설명했다. 음악 전문 매거진 <피치포크>는 “팝의 교과서이자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입에 착 붙는 예찬곡”이라고 추켜세웠고 <스핀>은 이 곡을 “자신감과 ‘스웩’을 거침없이 전달하는 재기발랄한 완성형 팝송”이라 표현했다. 

킹 프린세스와 함께 자주 작업해온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인 마이크 말치코프는 이 곡에 대해 “우리는 이 곡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거슬리고 충격적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죠.” 그녀의 말이 맞다. <푸시 이즈 갓>의 성적 코드는 노골적이고 숨김없다. 섹스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이중적 의미의 가사만 가득한 음악 차트 1위 곡들(브리트니 스피어스의 ‘If U Seek Amy’나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Love Myself’ 같은 곡)과는 달리 이 앨범엔 전혀 숨겨진 의미가 없다. 킹 프린세스의 가사는 너무나도 문자 그대로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문화적 정서는 모조리 무시한 채 섹스란 어떤 제약도 받지 않은 채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너의 푸시는 신과 같은 존재야, 그리고 난 그게 좋아. 너는 정말 뜨겁게 나에게 키스할 거야, 그걸 원하게 만들어 줄 거야.”

팝 음악은 항상 섹스와 관련 있었다. 1950년대 보수적인 미국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는 골반 튕기는 춤으로 미국을 오르가슴에 취하도록 만들었고 마돈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처음으로 누군가 날 만지는 것처럼”이라 노래 불러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5명의 여성으로 이뤄진 스파이스 걸스는 “정말, 정말, 정말 즐겁게 지내고 싶어”라는 상징적인 코드로 유명해졌고 리한나는 미국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에서 애인에게 “더 세게 해줘”라고 애원했다.

그렇다 해도 공공연하게 섹슈얼리티를 드러낸 팝 음악은 거의 없다. 사실적인 성욕 묘사는 덜 로맨틱하다고 판단하고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의 규제에 부담을 느낀 팝 장르는 마돈나의 시대였던 1980년대부터 점잖은 척하기 시작했고 두아 리파에서부터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푸시보단 독립적이고 순수한 낭만을 더 강조해왔다.

최근 팝 문화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제도에 저항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 그중에서 킹 프린세스는 누가 봐도 “섹스는 먹힌다”는 오래된 진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녀가 여러 검열로부터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바꿔놓은 음악 산업 덕분이다. ‘젠더퀴어(genderqueer, 남성 혹은 여성으로 분류되지 않는 제3의 성)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킹 프린세스의 곡들은 라디오에서 방송되긴 힘들지만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팬과 언론의 주목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푸시 이즈 굿>에서 그녀는 쿤닐링구스를 기도의 한 형태로 상징하여 여성의 생식기를 찬미하며 종교의 억압적 본질을 조롱한다. 여성에게 오럴 섹스를 하는 것은 마치 “몇 시간째 기도하는 것”과 같다고 그녀는 노래한다.

 “여성의 성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있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킹 프린세스의 이런 생각은 다른 강렬한 아티스트들을 떠오르게 한다. 심지어는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돈나까지도. 그녀의 성적 정체성이 섹스, 에로티시즘, 예술성의 관점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의 부모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뉴욕시의 미션 사운드 레코딩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어머니는 패션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인권 운동가로 활동한 적도 있다. “제가 받은 최고의 성교육은 미디어를 통해서였죠. 학교 선생님들도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해주지 않았을 성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분들이었죠. 아주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라며 킹 프린세스는 비교적 혁신적이었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저의 성 정체성에 대해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한 번도 퀴어 콘텐츠를 접해본 적 없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은 전부 이성애자를 위한 교육 뿐이었죠. 주된 내용은 학생들이 임신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20살의 킹 프린세스는 흔히 말하는 Z세대다. 2017년 아동발달 저널에 기고된 40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Z세대는 전 세대들에 비해 섹스에 대한 관심을 덜 하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미국 가족계획연맹은 미국 부모 중 96%가 고등학교에서 자녀가 섹스에 관한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허가한 성교육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 철저하게 남성의 발기, 안전한 섹스, 그리고 사춘기 등에 대해서만 가르친다. 생식 건강을 연구하는 미국 쿠트마허 연구소에 의하면 미국 내 24개 주와 콜롬비아 특별구만이 공립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그중 고작 9개 학교만이 개인의 성적 성향에 대해 토의를 한다. 뉴햄프셔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살이 되기 전 온라인 포르노물을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70%가 넘는다. 결과적으로 동시대 젊은 사람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성적 즐거움에 대한 올바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음악에 대한 접근성은 쉬워지면서 청취자를 규제하기 어려워졌다. 리서치 스타트업 회사 스트리트비스가 미국과 영국에서 실시한 2018년도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중 63%가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악을 듣고 67%는 유튜브 무료 채널을 통해 감상한다. 뉴욕대학교 산하 스테인하트 음악 산업 프로그램의 감독 래리 밀러의 연구에서 10대들은 2005년과 2016년 사이 라디오 청취율의 50%로 급감했다. 작사가가 더이상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단체는 알다시피 아주 오래전부터 노래가 방송하기에 적합한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해왔던 기관이다.

팝 장르에서 성적인 표현을 강조하는 이들은 문화적으로 ‘섹스 포지티브(sex positive, 성적 행위를 근본적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를 지지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이다. 2019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자넬 모네가 그녀의 히트송 ‘Pynk’를 공연할 때 음순을 닮은 바지를 입고 춤췄던 것을 떠올려보자. 또 다른 아티스트로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있다. 그녀는 빌보드 상위 10위에 올랐던 곡에서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비틀거리며 걷게 만들었다”고 노래했으며 남자에게 “아침에 날 가질 수 있어. 날, 네 것인 것처럼”이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Z세대는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부모님의 동의 없이 그 어떤 아티스트라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아티스트라도 말이다.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는 어쩌면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래도 가끔은 미국 레코드 협회에서 “미성년자 이용 불가” 표시가 붙은 앨범을 살 때 18세 이상의 성인과 동행해야 한다. 그 전에는 MTV가 야한 뮤직비디오를 늦은 밤대로 옮기거나 아예 방송하지 않는 등 시청자의 볼 권리를 지배하기도 했다.

성교육 시스템은 무너지고 인터넷에는 무자비한 양의 성적 자료가 넘치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섹스 포지티브의 이점, 상대의 동의 하에 하는 섹스, 그리고 자신의 예술성이나 성적 정체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행위에 대해 책임감 있게 알려줄 롤모델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 표현을 시도하는 팝 아티스트들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킹 프린세스의 음악은 사적이고 교육적인 부분도 있지만 일부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공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그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외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성적인 상징이 많은 그녀의 2018년 데뷔 트랙 ‘1950’ 역시 동성애에 대한 송가다. 이 곡은 2015년 레즈비언 영화인 <캐롤>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The Price of Salt>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 “남자들이 날 쫓아오려고 하면 싫어” 킹 프린세스는 동성인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느끼는 억압되고 복잡한 감정을 은유처럼 달콤하게 속삭인다.

“난 우리가 1950년대처럼 행동할 때가 좋아”

해리 스타일스가 지난 2018년 3월 뜬금없이 킹 프린세스의 가사를 트윗하자 그녀는 갑자기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숫자의 팬들에게 노출됐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슈퍼 프로듀서인 마크 론슨도 그녀를 눈여겨 보기 시작한 이후 그녀를 자신의 레이블로 러브콜하여 그녀를 슈퍼히어로 퀴어로 등극시켰다. 이런 인연으로 그녀는 마크 론슨의 최근 앨범인 <Late Night Feelings>에도 참여했으며 피오나 애플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도 했다.

킹 프린세스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전보다 훨씬 많은 젊은 팬들이 전례없이 그의 음악을 듣게 된다면, 뮤지션으로서 그의 책임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역사적으로 완곡한 가사를 통해 성을 검역하는 팝 문화와 어떻게 겨룰 수 있을까? 성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가령, 토브 로의 가사 “속은 불결하지, 자존감만 남은 상처받은 자들. 나한테 거길 줘. 여자의 거길 줘” (곡 ‘Lady Wood’ 중)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학교에서는 금욕이 최고의 피임법이라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걸까?

“Z세대가 노래 가사나 미디어 혹은 인터넷을 통해 학습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문화를 발견하게 해줍니다”라고 <퀴어적 의도: 성 소수자 문화로의 여정>의 저자 아밀리아 아브라함은 말한다. “부모님으로부터 혹은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 당신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배우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그런 것들을 배우겠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킹 프린세스가 팝 문화에서 터부를 깨고 성적으로 탐험하는 유일한 아티스트는 아니다. 천문학적 속도로 급부상하는 리조의 매력은 자기애와 성적 자부심과 연결돼 있다. 슬레이터(Slayyyter) 역시 온라인을 통해 성욕이 넘치는 음악을 발표하여 두터운 팬층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2018년 9월 발표한 곡 ‘캔디’에서 긁는 듯한 일렉트릭 비트에 맞춰 “야, 나 좀 제대로 먹어줄래?”라고 노래한다. 머라이어 캐리의 크리스마스 클래식인 ‘All I Want For Christmas’를 리메이크한 곡 또한 그녀답다.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섹스하는 것. 세게 때려 줘, 내 젖꼭지를 빨아줘” 이런 코러스를 여러 번 반복한다.

“난 네 이름을 몰랐지, 자기야. 난 사랑에 빠졌어. 첫 키스, 네 입술은 날 미치게 했어, 자기야”

성매매업 종사자였던 슬레이터는 그녀의 집 침실에서 음악을 만들었다. 올해 초 그녀는 자작곡 ‘Mine’을 트위터에 14초간 올렸다가 유명해졌다. “난 네 이름을 몰랐지, 자기야. 난 사랑에 빠졌어. 첫 키스, 네 입술은 날 미치게 했어, 자기야”라며 노래한다. 그녀는 성적으로 자유로운 아티스트가 자신의 노래를 라디오에서도 틀게 만들기 위해 섹스를 상업화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었다.

“저는 항상 섹스를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성매매업 종사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생각일지도 몰라요”라고 슬레이터는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섹스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성공에 필수적일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그녀의 섹슈얼리티를 당연하다고 여기지는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에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저를 “그냥 매춘부”라고 써놓은 걸 봤어요. 정말 화가 났어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전 그저 저일 뿐이에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성교육 교육과정에서 참고하라고 온라인에 올려놓은 “중대한 성 교육 주제 19가지” 항목에 “본인의 성적 정체성을 인지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섹스할 때 파트너와의 친밀감과 성적 만족감 또한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인류가 즐거움을 위해 섹스를 한 세월이 얼마나 긴데, 심지어 청소년기에 섹스에 관심을 갖는 시간이 얼마인데, 아직도 섹슈얼리티에 대한 잘못된 교육과 토론을 하고 있다니 한심할 뿐이다. 2018년과 2019년에 등장한 획기적인 팝스타들은 기회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의 성공은 수십 년간 성욕 과다이면서 껍데기인양 행동한 팝 스타들과 다른 차원에 있다. 더욱이 껍데기들과 함께 완곡한 표현의 곡만 만들어내는 음악 산업에 의존한 것도 아니다. 팝 스타는 이제 섹시하고, 섹스 포지티브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이어도 된다. 물론 꼭 여성의 성기가 주가 될 필요는 없다. 밀레니얼 세대가 스스로 깨우친 것들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번역 이연정
  • 포토그래퍼 Vince Myo M. Aung
  • Douglas Greenwood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