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은퇴 후에도 국가대표 3대3 농구선수로 코트를 누비는 이승준. 그는 여전히 농구가 고프다.

Q1
은퇴한 지 벌써 1년이 훨씬 지났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잘 지냈어요. 필리핀의 알랍 필리피나스 구단에서 잠깐 뛰기도 했고요. 동생 동준이랑 오토바이로 전국 일주도 하고, 발리에서 서핑 레슨도 받고, 두바이의 고모 댁에도 다녀오고, 텍사스에 있는 사촌 동생 결혼식에도 다녀왔어요. 여행 다니듯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그 사이에 연세대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도 했어요. 너무 어려워요.(웃음) 그래도 이제 통역 없이 사람들이랑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 좋아요. 지난해 추석 때는 외할머니를 만나뵈었죠. 거의 30년 동안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긴 대화를 주고받았어요.

Q2
은퇴 후에도 활발히 농구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FIBA 3대3 월드컵에도 출전했고요. 사실 성적은 좀 아쉽지만요.
은퇴하면서 농구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모비스에서 같이 뛴 (최)고봉이한테 연락이 왔어요. “형, 우리 3대3 농구 같이 뛰자”하고 말하더라고요. 코리아 투어에서 우승하면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면서요. 어릴 때 미국에서 종종 한 게임인데, 오랜만에 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성적은 아쉽지만,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세르비아같이 잘하는 팀은 3, 4년동안 같은 선수들이 내내 호흡을 맞추는데, 우린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강팀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를 계기로 3대3 농구를 알게 됐으니, 그것으로도 족해요.

Q3
다시 국가대표(3대3)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현역일 때도 국가대표팀에서 뛸 때, 유독 잘했잖아요.
동생 (이)동준이가 저보다 먼저 대표팀에 들어갔는데, 대표팀 유니폼 입고 뛰면 진짜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전까지는 대표팀에서 뛸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귀화해 대표팀에 들어가니 정말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었죠. 프라이드도 있고. 한국 사람들의 응원은 다른 나라와 다른 뭔가가 있어요. 아마 정이겠죠? 지금까지 농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대표팀으로 뛸 때예요.

Q4
3대3 프로리그 미디어 파티에 참석한 모습을 봤어요. 슈트가 정말 잘 어울리던데요. 유니폼을 벗은 모습이 익숙진 않지만요.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스타일리스트가 없어서 아쉬울 뿐이죠. 동준이랑 가끔 패션 잡지 보면서 의견도 나누고, 필요하면 맞춤으로 만들어 입기도 해요. 예를 들어, 가죽 재킷은 가슴 쪽에 지퍼가 달렸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주문해 만드는 거죠. 잡지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는 기사는 꼭 읽어요.

Q5
현역 때 헤어스타일도 다양했잖아요. 상투머리, 삭발에 헤어밴드, 리젠트, 모히칸까지.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늘 삭발을 했는데, 프로에 입단한 뒤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생겼어요. 팬들이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다양하게 시도한 것 같아요. 팬들은 상투머리를 유난히 좋아하더라고요.

Q6
동생 이동준 선수와 스타일이 비슷한 걸로도 화제가 됐죠.
저도 신기해요. 우린 한 번도 같은 스타일을 하자고 말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경기장에서 만나면 똑같은 헤어스타일일 때가 꽤 있었어요. 자르고 싶은 시기가 비슷한가 봐요. 심지어 제가 포르투갈에서 뛰고, 동준이가 먼저 한국에 왔을 때는 떨어져 있는데도 둘 다 콘로 스타일이었어요. 이상한 일이죠.

Q7
몸의 타투 대부분이 동생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어요.
첫 번째 타투는 제 허리에 있는 한자인데요. 왼쪽에 있는 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오른쪽에 있는 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죠. 처음 한국에 오기 전에는 과연 잘하는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어요. 사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려고 준비 중이었거든요. 동준이도 은행 쪽으로 준비했고요. 그러다 갑자기 한국에 온 거고, 잘해보자는 뜻으로 같이 타투를 했어요. 그리고 결국 성공했죠. 왼쪽 어깨랑 가슴에 있는 타투는 호랑이 두 마리예요. 하나는 동준이고, 하나는 저. 이름도 같이 새겼어요. 호랑이들이 산에 올라가는 모습인데,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거죠. 그리고 그 목표를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이뤘어요. 그동안 잘 뛰었죠. 대표팀도 해봤고요.

Q8
농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동생이 좋아해서였고, 은퇴도 SK에서 같이 했어요.
아버지가 대학생 시절까지 농구선수 생활을 하셨어요. 자연스럽게 동준이도 농구를 좋아했고요. 전 원래 축구를 좋아해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 동생이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하니까 같이 놀려고 바꾼 거죠. 사실 동준이가 저보다 훨씬 똑똑하거든요.(웃음) 뭔가에 관심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하고요. 보고 있으면 저도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게 돼요. 형이지만 동준이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 같아요.

Q9
작년에는 처음으로 형제가 같이 예능 프로그램 〈리바운드〉에 도전했죠.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는데, 어땠나요?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우린 선수 때 “괜찮아, 할 수 있어”라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는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리바운드〉를 할 때 저는 “왜 이렇게 못해!”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죠. 재미있게 하자는 마인드였어요. 항상 “할 수 있다!”, “괜찮아!”, “멋있다!” 하며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으려 했죠. 친구끼리 땀 흘려가며 농구를 하면 재미있잖아요. 못하는 선수도 기분이 좋아지면 더 잘하게 되고요. 그게 스포츠예요.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가 왜 농구를 시작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좋았어요.

Q10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요? ‘진격의 거인’이라 불리던 방덕원씨도 있었는데.
처음 팀을 만들기 전에 나온 몽골 형제요. 부산 사투리를 썼는데, 귀여웠어요. 농구도 잘하고. 플레이 스타일이 저랑 동준이 어릴 때랑 비슷해서 더 생각나요. 물론 우리 쉐이크 & 베이크(Shake & Bake)팀 선수들은 다 기억에 남죠.

농구만으로도 엄청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도 오늘 농구 때문에 만났잖아요. 그만큼 농구로 마음의 문을 많이 열었어요. 그러면서 팀워크나 신뢰 같은 것도 배웠고요.

Q11
농구선수 이승준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덩크가 생각나요. 덩크왕을 무려 네 번이나 했잖아요. 덩크도 일종의 쇼맨십인데, 그런 면에서 엔터테이너적 기질이 다분한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덩크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마이클 조던이나 도미니크 윌킨스도 처음엔 정석에 가까운 덩크를 하다 갈수록 스타일이 점점 바뀌었잖아요. 이벤트성이지만, 한 번은 친구 아들이랑 같이 한 적도 있고, 크리스마스에 산타 복장으로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동준이가 주는 ‘초코파이’를 먹고 한 적도 있어요. 덩크도 덩크지만, 스토리가 있으면 더 좋아요.

Q12
NBA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서 드와이트 하워드가 슈퍼맨 복장으로 하던 덩크가 생각나네요. 내가 한 덩크지만, 이건 정말 멋있었다고 자찬할 만한 덩크가 있나요?
아시안 게임 때 필리핀과 치른 경기에서 했던 탭 덩크요. 막상막하였던 흐름이 덩크를 하면서 우리 쪽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왔죠. 사실 그 경기에서 제가 너무 못했거든요. 유재학 감독님도 기억하실 거예요. “너 오늘 왜 이렇게 못해?”라고 주의를 주셨는데, 다시 들어가서 탭 덩크를 하고 그날 경기를 잘 마무리했죠.

Q13
당연히 선수로서 최고 무기는 덩크겠죠?
전 주로 센터로 뛰다 보니 가드처럼 드리블, 크로스오버를 할 수도 없고. 대신 덩크를 하는 거죠. 어릴 때 시애틀 슈퍼소닉스나 시애틀 워싱턴 대학교 경기를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그때 본 덩크의 진한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런 여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전 어릴 때부터 덩크가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연습보다 점프 연습을 훨씬 많이 했죠. 슛, 드리블, 패스 이런 기술도 다 안 익혔는데, 덩크는 꼭 하고 싶은 거예요. 덩크가 정말 멋있는 플레이잖아요.

Q14
좋아하는 덩커가 따로 있나요? 빈스 카터부터 잭 라빈까지, 대단한 덩커가 많잖아요.
당연히 마이클 조던이긴 한데,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숀 켐프도 좋아해요. 고등학교 때는 숀 켐프랑 같은 헤어스타일도 하고, 윈드밀 덩크도 똑같이 하고 싶어 엄청 따라 했거든요.

Q15
누군가의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떤 선수를 고를 건가요? 앨런 아이버슨의 크로스오버라든지, 코비 브라이언트의 폭발적 득점력, 샤킬 오닐의 피지컬, 스테판 커리의 3점 슛 등.
가장 멋있는 건 마이클 조던의 페이드 어웨이 슛이죠. 아니면 제임스 하든의 수염?(웃음) 전 수염을 그렇게 덥수룩하게 못 길러요. 수염을 기르면 왠지 수비도 더 잘할 것 같아요.

Q16
덩크나 NBA 선수들 얘기에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니, 농구에 대한 열정은 현역 때 못지않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누구랑 어디서 농구를 하나요?
주위에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아 동호회나 동아리 사람들이랑 자주 해요. 3대3 토너먼트에서 함께한 우리 팀 윌(WILL)과도 하고요. 집이 평택, 오산 쪽이라 미군 부대에도 자주 가요. 누구든 제게 농구를 하자고 하면 무조건이에요. “OK, 같이 하자.(웃음)” 그냥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것보다 농구가 훨씬 재미있거든요. 여전히 농구를 사랑하고, 농구 빼고는 저를 생각할 수가 없어요.

Q17
농구가 왜 그렇게 좋은 거죠?
가장 좋은 건 농구로 사람들을 만나는 거예요. 농구 덕분에 프랑스 친구도 있고, 세르비아 친구도 만들고, 일본 친구도 사귀었죠. 농구만으로 엄청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도 오늘 농구 때문에 만났잖아요. 그만큼 농구로 마음의 문을 많이 열었어요. 그러면서 팀워크나 신뢰 같은 것도 배웠고요. 제가 지금 마흔 살이거든요. 앞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농구를 좋아하는 감정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어요.

Q18
혹시 연애는요?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맘에 든 여자는 없었나요?
어려운데. 어느 나라에나 예쁜 여자는 있으니까요.(웃음) 개인적으로 브라질이나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같은 남미 쪽 여성들의 섹시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Q19
내면은? 사람을 만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역시 어려운데요. 일단 너무 급한 성격은 안 맞아요. 그리고 오픈 마인드?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거리낌 없는 성격이 좋아요. 만약 제가 좋아하는 등산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일단 해보고 별로라고 하면 한 번은 해봤으니 ‘OK, 인정’ 이에요. 그런데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하는 건 별로예요. 그렇다고 농구를 꼭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고요.(웃음)

Q20
마지막으로, 농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농구의 인기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학창 시절에는 농구를 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구에 빠지는 것 같아요. 치맥 때문인가? 그런데 사실 농구가 진짜 재미있거든요. 실제로 경기를 지켜보면 알 텐데. 제가 하는 3대3 경기, 꼭 보러 오세요. 금세 농구에 빠질 거예요.

스트라이프 셔츠는 ZARA, 머스터드 컬러 하프 팬츠는 RAW TO RAW 제품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게스트 에디터 멜로(김정원)
  • 포토그래퍼 이정훈
  • 영상 김원
  • 출연 이승준, 윤신영
  • 헤어 이지은
  • 메이크업 이지은
  • 스타일리스트 김미미
  • 장소 COURT M(스타필드 고양)
  • 어시스턴트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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