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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sey

당찬 싱어송라이터 할시는 그 어느 때보다 거칠 게 없다.

Q1
<Hopeless Fountain Kingdom>이 빌보드 200 음반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어요. 2017년 들어 처음으로 정상에 등극한 여성 뮤지션이 된 기분이 어떤가요?
‘찬사’라는 말은 참 제멋대로예요. “뉴저지 출신으로 푸른 머리를 한 할시는 여성으로서 처음…” 늘 이런 식이죠. 짜릿하다가도, 한편으로 열 받을 때도 있어요.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음반을 내고 호평을 받아 마땅한 여성이 수두룩하다는 걸 뻔히 아는데, 제가 처음으로 봉인을 깬 셈이잖아요.

Q2
2015년에 발매한 데뷔 음반 <Badlands>를 통해 팝스타가 되었어요. 채 1년도 되지 않아 거대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매진시킬 정도로 발돋움했고요. 지난해 체인스모커스의 곡 ‘Closer’의 피처링도 큰 계기가 됐죠. 이런 급상승은 어떤 기분인가요?
정말 빠르게 성공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두어 달이 지났고, 어느새 전국 방송에서 공연하고 있었죠. 적응할 시간이라곤 1초도 없었어요. 상을 타고 공연을 할 만큼 주목받을 만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쟤는 또 누구야?” 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이상한 건, 이렇게 유명해질수록 저는 ‘컬트적’인 성격이 된다는 거예요. 또 제 모습을 모두 보여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Closer’ 이후 사람들은 저를 그 곡으로만 떠올린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Q3
과소평가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늘 그래온 것 같아요. ‘Closer’가 나온 이후 저와 팬들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물론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난 곡이고, 체인스모커스 멤버들을 무시해서 하는 말도 아니에요. 그저 사람들이 “오, ‘클로저녀’다”라고 하면, 제 팬들은 “아니. 내가 3년이나 좋아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노래하는 뮤지션”이라고 대답하는 일이 많았다는 거예요. 또 저는 모든 노래를 직접 써요. 공동 작업도 하지만, 대부분 작곡만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우예요. 다들 오해하는데, 그러니까 모든 음악은 제가 만든 저만의 시예요. 심지어 이번 음반은 제가 제작 책임을 맡고 비디오도 직접 연출했어요. ‘클로저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죠.

Q4
새 음반은 <Badlands>와 어떻게 다른가요?
제겐 정말 필요한 음반이었요. 예전에는 <Badlands>를 성난 여성의 음반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단지 차분하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뿐이죠. 이번 음반은 제가 누구인지 다시 알아가려고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에요. 전 요즘 행복해요. 더 이상 손톱도 물어뜯지 않고요. 길고 아름다운 손톱을 기를 수 있을 만큼. 이제는 그냥… 좋아요. 혹시 어떤 일이 벌어져 저를 망가뜨리고 다음 음반을 만들게 되기 전까지는요.

Q5
팬들과 아주 가까이 지내는 팝스타로 알려져있어요. 그 부분이 연애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나요?
팬들과의 관계와 연애는 별개라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어요.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을 사귀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애썼어요. 헤어지면서도 그게 인터넷에 올라가지 않도록 했고요. 저는 항상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진 쪽이었는데, 대부분 그걸 힘들어하더라고요. 제가 원한 건 그게 아닌데. 사실 저는 삶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 연애에서는 복종하는 위치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모든 사람을 살피기 때문에, 연애를 할 때만큼은 보살핌을 받고 싶은 거죠. 하지만 저는 한 회사를 이끄는 CEO예요. 하루 종일 주도권을 행사하다 집에 와서 누군가에게 “그래, 이제 나를 여린 꽃처럼 다뤄줘”라고 할 수는 없어요.

Q6
새로운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사람들이 사고방식을 바꾸는 모습을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에요. 남학생들로부터 “제일 섹시한 여자예요”나 “완전 팬이에요” 같은 트윗을 받는 게 좋아요. 그러면 저는 “나를 섹시하다고 여길 것 같지 않은 타입인데요?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요”라고 답해줘요. 제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Q7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스스로를 옥죄지 않는 것 같아요. 몸에 대해서도 그런가요?
늘 열여덟 살짜리 같은 탄탄한 몸매였어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도 탄탄한 복근에 둥근 엉덩이를 유지했거든요. 그러다 요즘 들어 달라진 몸을 본 뒤 ‘세상에, 투어를 한 지 석 달이 되니 몸이 바뀌고 있어. 뭔가 노력해야겠는데’라고 다짐하곤 해요. 하지만 이제는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맞춰 저를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Q8
성형수술은요?
영구적인 수술은 절대 안 할 거예요. 성형수술이 꺼림칙해서가 아니라,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서요. 큰맘 먹고 수술을 했는데, 10년 뒤 ‘요즘은 작은 입술이 유행이네’라며 바꾸고 싶지는 않거든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온갖 여성 잡지에서 엉덩이를 작아 보이게 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가 가득했다는 게 믿어져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엉덩이를 X나 커 보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이죠.

Q9
미의 기준이 점점 폭넓은 방향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하나요?
우리 모두 섹슈얼리티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고, 너무나 많은 미의 기준이 존재하는 나머지 마침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 것 같아요. 제 스스로도 관점이 달라졌거든요. 한번은 수영장에서 어떤 남자와 시시덕거리며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셔츠를 벗는 거예요. 근육질도, 그렇다고 마른 몸도 아니었어요. 그냥 통통한 편이었어요. 그 몸을 보고 ‘행복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자화자찬이 아니에요. 그냥 사람들을 체크리스트 항목처럼 평가하지 않고 다양하게 바라보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10
스물두 살에 일찌감치 사회문제에 대한 견해를 확립하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요.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여성 행진에도 참여했고, 가족계획연맹에 1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죠. 반응이 어땠나요?
가족계획연맹을 둘러싼 부정적 반응은 정신 나간 수준이었어요. “그건 당신 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당신을 간판으로 내세워 기부한 돈이다”라느니, “유명인이 돈을 기부하겠다고 말하지만 지키는 법이 없다. 돈을 내는 건 늘 기업이다”는 식이죠. 절대 아니에요. 제 개인 아멕스 카드로 직접 긁었다고요. 두 번째로 많은 반응은 “왜 가족계획연맹이지? 그렇다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성 소수자(LGBT) 문제는? 여기는? 저기는?” 이런 거였죠. 한 번에 하나씩 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온갖 여성 잡지에서 엉덩이를 작아 보이게 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가 가득했다는 게 믿어져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엉덩이를 X나 커 보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이죠.

Q11
당신은 자궁내막증 문제에 대해 늘 앞장서왔고, 가족계획연맹은 그걸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서 아닌가요?
맞아요. 몇 년 전 투어 도중 유산을 했는데, 그때 처음 찾아간 곳이 가족계획연맹이었어요. 꼭 거기에 가야 했느냐는 반응이 많았죠. 저소득층을 위한 장소라느니, 빈민가에 있다느니, 낙태 시술을 위한 장소라느니, 마약 복용자가 가는 곳이라니. ‘난잡한'(이 말을 강조한 건 그런 말을 굉장히 경멸하기 때문이에요) 여자애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알아요. 저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만큼 여유가 있어요. 하지만 신뢰하기 때문에 그곳에 간 거예요.

Q12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부정적인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사회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그 주파수는 모든 사람에게 확산돼요. 다들 싸움거리를 찾아 나서죠. 싸울 만한 싸움은 따로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같은 편에 있는 잘못된 상대를 골라 싸움을 걸죠. 그러곤 모든 사람이 탐정이 되고 말아요.

Q13
탐정이요? 유행이나 논란거리에 대해 1등으로 게시물을 올리려고 서로 경쟁하는 ‘1등 문화’를 말하는 건가요?
바로 그거예요. 누군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 모든 사람의 목표가 되는 것이죠. 어떤 여자애가 머리를 땋은 사진을 올리면 대뜸 ‘이건 흑인의 문화적 전유물이라고. 씨X, 왜 그래?’같은 반응이 나오죠. 그러면 다른 애가 난 흑인 혼혈이라 답하면, 그 사람은 ‘아 미안, 예쁘네’라고 다시 댓글을 다는 식이죠.

Q14
혼혈로서 성장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절반은 흑인이에요.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던 아빠는 늘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정장을 입고, 좋은 시계를 차고 출근했어요. 주말이면 골프를 쳤고요. 사람들이 이따금 “요, 브로! 뭐해!”라고 말하면 아빠는 “안녕…”하고 대답했어요.

Q15
그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백인처럼 보이는 혼혈이에요. 그 사실을 받아들였고, 제 것이 아닌 흑인 문화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혼혈 가정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예전에 하던 농담 레퍼토리 중 이런 게 있어요. “나는 백인처럼 보이는데, 아직도 왜 내 젖꼭지가 갈색이냐고 묻는 백인 남자애들이 있어.”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인종적인 해프닝은 여전해요. 백인 여자애처럼 생겼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아요. 흑인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그 생각을 확립하는 동안 내내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어릴 땐, 제가 TLC를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나는 백인처럼 보이는데, 아직도 살다 보면 왜 내 젖꼭지가 갈색이냐고 묻는 백인 남자애들이 있어.”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인종적인 해프닝은 여전해요. 백인 여자애처럼 생겼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아요. 흑인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Q16
혼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백인의 죄책감이라는 것은 우스꽝스럽지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백인들에게는 참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사는 LA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좋은 의도로 가득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지난번 대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저의 테두리는이 나라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요. 사회활동에 대해 가장 크게 좌절한 대목도 그 지점이었어요. “뭐, 나한테는 별 영향 없는걸’이라는 대중의 사고방식, 다들 눈 좀 크게 뜨고 보라고요!

Q17
인터뷰에 대한 답변이 굉장히 거침없네요. 기사를 쓸 때 스스로 검열하지 않는 것처럼 원래 타고난 성향일까요?
어떨 땐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걸 잊기도 해요. 이쪽에서 아주 오랫동안 일한 친구가 있는데, 한번은 기자들은 상담치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얘기를 해준 적도 있어요. 그런데 예술거라는 건 X나 외로운 거잖아요. 투어 중에는 인터뷰 말곤 사람과의 교류가 하루 종일 없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모르죠.

Q18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자들도 인터뷰 말고는 사람 만날 일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혹시 뱉은 말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요?
가끔 주워 담고 싶은 개인사를 말할 때가 있어요. 첫아이가 생긴 순간, ‘지난 2016년, 할시는 유산 사실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 아이를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라는 기사가 나갔죠. 당장 내일 음악을 그만두어야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면, 기꺼이 “저기 미안하지만, 난 이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가 되는 것을 바라는 저는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누릴 테지만, 언론이 그것을 망치겠죠.

Q19
언론에 유산 사실을 밝힌 계기가 있었나요?
대부분의 유산 사연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여성의 얘기예요. X나 안타까운 일이고, 저 또한 공감해요. 하지만 스무 살짜리 여자애가 혼자 잔뜩 겁은 먹은 채 유산했다는 이야기는 읽어본 적이 없어요. 세상 어딘가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요. 그것에 대해 뭔가 말하고 싶었어요. 유산을 겪으면서 저는 X나 외로웠거든요. “저, 당신도 이런 일을 겪었잖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투어를 계속해야 할까요? 호르몬이 다시 자리 잡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연락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제게는 없었어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요.

Q20
트위터 DM도 활발히 하고, 어려움에 처한 팬들을 금전적으로 돕기도 했어요. 팬들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건가요?
팬들과 공감대를 만들어주는 일이지만, 어렵기도 해요. 트위터에 접속해보면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다쳤어요”, “식이 장애가 생겼어요”, “학교에서 낙제했어요”, “절친이 자살했어요” 같은 메시지가 수백 개나 와 있어요.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지만, 그 여운은 하루 종일 짊어져야 하죠. 아직 무덤덤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직도 팬 미팅 할 때마다 울어요. 앞으로도 제가 그런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X나 원하는 건 그뿐이에요.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사는 것.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포토그래퍼 Ramona Rosales
  • Rebecca Haithc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