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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존 아파치!

존 아파치(John Apache)로 돌아온 밤신사의 드러머 이재규.

존 아파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이 네요. 혹자는 ‘X나 아팠지’라는 뜻이라고 하던데요?
그건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뜻이 없어요. 그냥 인종이나 국적을 파악하기 힘든 이름으로 짓고 싶었어요. 음반을 마무리할 즈음 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아무말대잔치를 했는데, 그 중 가장 강렬한 이름이었어요.

누가 언급한 이름인가요?
저죠. 루마니아 폴리스, 너클 조보다는 낫잖아요. 아, 쓸 때는 영문으로 써주세요. 국제적으로 나가야 하거든요.

작년 이맘때쯤 밤신사의 정규 1집을 들었는데, 해체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어요.
사실 이번 음반에 밤신사 느낌 이 나는 곡이 몇 개 있어요. 원래 2집에 수록하려고 썼던 곡이었는데, 갑자기 싸워서 해체를 하게 된 거예요. 메신저 단톡방에서 해체가 되더라고요. 그렇다 고 곡을 묵혀두긴 아깝잖아요. 그래서 솔로 음반을 만들었어요.

밴드에서는 드러머로 활동을 했었는 데, 솔로 음반에서는 작사와 작곡, 드럼은 물론이고 보컬과 코러스까지 도맡았어요. 잠재되어 있던 보컬 에 대한 욕망인 걸까요? 아니면 그냥 ‘내가 만든 곡이 니까’라는 이유일까요?
후자예요. 제 이야기니까 제가 부르는 게 맞다는 생각이에요.

보컬 실력만 놓고 봤을 때, 어떤 평가 를 내릴 수 있을까요?
별로죠. 그래도 다른 사람 시 켜서 욕먹는 것보단 제가 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오랜만에 록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음반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트렌드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록으로 승부하 겠다는 태도가 보일 정도로요.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전자음악이 대세가 된 시점에 서, 반대로 오직 악기로만 작업을 한 음반을 내고 싶 었어요.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가 나오는 음반이 드물 다는 생각에 시도를 한 거죠.

싱어송라이터 존 아파치의 첫 번째 음반 의 커버

그럼 수록곡 중 ‘이상한 친구’의 중반에 보컬 소리가 기계음으로 변형되는 듯한 사운드도 컴퓨터로 만든 게 아닌가요?
그거 테이프 에코로 한 거예요. 옛날에 밴드들이 많이 쓰던 이펙턴데요, 요즘은 거의 안 쓰는데 이번 음반에 몇 번 써봤어요. 지금은 서울전자음악단의 윤철이 형 말고는 거의 쓰는 사람 이 없을 정도로 드문 장비예요.

4번 트랙 ‘ 이상한 친구’는 가사도 재미있던데요?
그거 제 이야기예요. 제 안에 있는 다른 자아를 ‘이상한 친구’라고 부르는 거죠.

음반에 실린 10곡 중 가장 지금의 생각과 닿아 있는 곡을 꼽아보자면요?
마지막 트랙 ‘차가운 손’과 9번 트랙 ‘나의 살던 고향은’요. ‘차가운 손’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곡이에요. 그리고 ‘나의 살던 고향은’은 예전의 로맨틱함이 사라져가는 홍대를 생각하면서 썼어요. 제가 홍대 토박이거든요. 여기서 나고 자라면서 신촌의 멸망에 이어 홍대까지 망해가 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 요. 음악이 전부였던 사람들도, 그들이 만든 음악을 사랑하던 이들도 사라져가고 있어요. 그런 심정이 이 곡에 담겨 있어요.

홍대가 가장 로맨틱했던 순간을 살던 음악가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그러게요. 저도 몰라서 그 곡을 쓴 거예요. ‘긴 머리가 어울렸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여전히 취해 있을까’라는 가사가 진짜 제 간절한 마음이에요.

음반을 만드는 방식도 그렇지만, 10곡으로 꽉 채워진 정규 음반으로 1집을 내는 것도 지금의 분위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요즘은 거의 싱글 아니면 EP로 음반을 내잖아요.
맞아요. 주변에서도 너무 시대에 안 맞는 게 아니냐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단편적인 상품보다는 서사가 있는 작품을 내고 싶었어요. 그건 한 곡짜리 싱글로는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만, 본인만의 고집이 확고한 편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예술이란 게 꼭 지금 잘되지 않는다고 해서 별로인 건 아니니까요. 후세대의 평가는 또 다를 수도 있는 문제고요. 그렇죠. 제 마음대로 하는 편이에요.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와 록에 대한존 아파치의 고집이 담겨 있는 음반이네요.
맞아요. 비틀스와 롤링 스톤 스가 있던 1960~70년대 록의 르네상스를 정말 사랑했어요. 그때와 제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즐겼던 1990년대의 록이 이 음반에 뒤섞여 있어요.

이 음반에 담긴 10곡을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최적의 무대는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잠수교를 다니는 차를 막은 다음에 그 위에서 공연을 하는 거 예요. 사운드가 엄청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안 되겠 죠. 일단 첫 공연은 망원동 엘피바 학쌀롱에서 해요. 근처가 주택가라 한 번도 라이브 공연을 한 적이 없는 곳인데, 제가 이번에 한 번 강행해보려고요.

앞으로도 솔로 존 아파치로 활동하는 건가요? 계속 공연을 하려면 세션보다 자신만의 밴드가 필요한 순간이 있잖아요.
솔직히 지금도 밴드가 너무 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밴드를 했고, 얼마 전까지도 계속 밴드를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밴드 복이 없나 봐요. 다 해체됐어요. 그래서 결국 혼자 하게 된 건데, 여전히 제 인생의 로망은 록 밴드예요.

언젠가 밴드의 시대가 돌아오겠죠?
록 밴드는 최후의 보루예요. 그러니까 마지막에 남는 음악이 록 밴드의 음악일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공연을 보러 오는 음악. 알파고가 나오는 시대에서 기술이나 능력치로 기계를 이길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없는 게 하나 있어요. 합주할 때 나오는 인간의 호흡이 오. 결국 그 호흡을 보고 듣고 싶은 사람들이 밴드의 시대를 다시 만들어줄 것 같아요. 곧 올 거예요.

주변에서도 너무 시대에 안 맞는 게 아니냐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단편적인 상품보다는 서사가 있는 작품을 내고 싶었어 요. 그건 한 곡짜리 싱글로는 할 수 없는 거잖아요.

Credit

  • 에디터 강예솔
  • 포토그래퍼 허재영
  • 영상출처 유튜브 'john ap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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