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한국 흑인음악 씬에 나타난 탄탄하고 단단한 신예.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마인(mine)은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다’, ‘내 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힙합, 재즈, 알앤비, 록 등 특정 씬에서 주목받는 신인 뮤지션과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물론, 에디터의 애정도 한가득 담아 <플레이보이>다운 질문을 다짜고짜 물을 겁니다. 그 첫 번째 인터뷰이로 뮤지션이자 기획자 호림을 만났습니다.

호림(Horim)의 새로운 블루스 앨범 <Ma Blu Day>를 반복해 들었다. 로큰롤풍의 짙은 사운드에 알앤비가 맛깔나게 조화된 타이틀 곡 ‘Lace Up!’은 심지어 월요일 아침이라도 어깨가 들썩거리게 만든다. 검지와 중지를 튕기면서 구둣발로 분주하게 스텝을 밟고 싶게 한다. 그에 반해 곡 ‘What a day’는 다르다. 특히 퇴근길 만원 버스에서 온갖 회한에 잠겨 기타와 보컬의 담담한 위로를 받고 싶게 한다.

일주일 내내 뮤직리스트 속 터줏대감이었던 호림을 만나는 날. 여자는 당연하고 남자가 볼 때 더욱 탐날만한 턱수염이 눈에 띄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미힐피거(Tommy Hifiger)의 시그니처 컬러가 일관되게 흘러내렸다. “일찍 오셨네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당연히 그래야죠!”라며 씩 웃는 미소는 곧 이곳을 장악할 그의 활기찬 에너지를 예고하는 듯했다. 분명 오는 길에 비가 세차게 왔을 텐데, 오자마자 큰 가방에서 직접 챙긴 옷들을 꺼냈다.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신호림이란 본명을 가진 뮤지션 호림은 한국에서 네오소울, 알앤비, 힙합 등 블랙뮤직에 일가견 있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젊다. 고작 나이 하나 때문에 젊다는 게 아니다. 장르의 아날로그함을 제대로 가지고 놀 줄 알기 때문이다. 본인의 젊은 스타일, 신선한 개성으로 혹자는 그가 한국 알앤비 소울 음악계에서 새로운 좌표를 찍을 것이라 예견한다.

흑인 음악 전문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2017년 6월 30일 자 기획 기사에서 “지난 2016년은 한국 알앤비, 소울 음악계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해였다. (중략) 1990년대 네오 소울에 기반을 둔 EP <08202 Grove S[e]oul City>를 발표한 호림은 이 같은 흐름 속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라며 호림을 떠오르는 신예로 인정한 바 있다.

전날 어떤 하루를 보냈냐는 물음에 호림은 VMC의 수장 딥플로우의 호출에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다며,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풀었다. 다가오는 주말에 열릴 서울소울페스티벌(SSF)의 합주를 끝낸 후, 흥을 못 이겨 새벽 3시까지 클럽 브라운에서 놀기도 했다고. 다소 다이나믹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력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에너지 맨’과의 인터뷰를 이곳에 생생히 옮긴다.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M.net의 TV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미스터꾸부리’로 나왔었죠.
이전에도 몇 차례 다른 방송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하지만 주류 방송사의 제작진은 대부분 알앤비, 소울 신에 대한 이해도나 리스펙이 없는 편이라 고사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담당하는 작가분께서 제 앨범을 전부 들어보고 섭외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그게 출연의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하지만 ‘미스터 꾸부리’라는 이름은 제가 지은 게 아니에요. 어원을 찾아보니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희열 씨가 밴딩 기법을 꾸부리라고 부른 적이 있더라고요. ‘알앤비는 꾸부리다’라는 애드리브가 나온 건가 봐요. 덕분에 출연하고 나서 꾸부리, 쭈구리, 심지어는 찌글이, 짜글이 온갖 이름이 다 나왔었죠. 

오히려 탈락한 실력자로서 ‘그대의 향기’를 불렀잖아요. 굉장했어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그대의 향기’는 제 노래방 애창곡인데, 리듬&블루스의 향취가 짙게 나면서도 가사나 멜로디는 서정적이어서 굉장히 좋아해요. 출연 당시에는 제 의도와 다르게 브이넥 티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로퍼를 신을 뻔했어요. 지팡이까지 짚은 ‘알앤비 신사’가 될 뻔했던 거죠. 저는 섭외되었을 때부터 꿋꿋이 제가 속한 뱅크투브라더스(Banktwobrothers) 의상을 입겠다고 했어요. 결국, 저의 뜻대로 출연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최근에 신보 <Ma Blu Day>를 냈어요. 리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리스너 분들의 평중에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어요. ‘우리나라 알앤비 씬에 호림 같은 캐릭터가 생겨서 좋다’는 말이었어요. 요즘 하이파이의 최신 사운드에 매끄럽고 감각적인 이미지, 음악보다는 비주얼에 중점을 둔 알앤비 뮤지션이 많잖아요. 저는 오히려 좀 더 ‘옛날 맛’으로 도전하고 싶었어요. 제 도전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이 많아서 기뻤죠. 초창기부터 제 음악을 꾸준히 들어오셨던 분들은 이번 앨범이 전과 다르게 블루스 장르에 대한 무게감이나 사운드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아주시더라고요.
인상 깊었던 때는 SG워너비의 김진호 형에게 전화를 받았던 일이에요. 사실 제 또래 중에 SG워너비의 노래 안 들었던 사람이 없잖아요. 요즘 수없이 쏟아지는 앨범들 속에서 아날로그한 자세로 담백하게 노래를 불러줘서 너무 인상 깊었다고, 이런 음악 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셨어요. 진심이 담긴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이번 앨범에 담아내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 전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죠.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타이틀 곡을 ‘Lace up!’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앨범 중에서는 ‘What a day’가 가장 애착이 갔어요. 더 많은 분이 좋아하실 것 같은 느낌도 들었죠. 하지만 뭔가 예상을 살짝 비껴가고 싶었어요. 저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알앤비와 블루스는 정말 많은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장르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아마 ‘Big way’가 그런 곡이라고 생각해요. 로큰롤풍의 밝은 곡인 ‘Lace up’을 타이틀 곡으로 정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지점이기도 하죠. 앨범의 타이틀곡은 곧 뮤지션의 행보로 이어지잖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Lace up!’을 필두로 저의 도전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뮤직비디오도 신나고 좀 키치 하게 풀어내고 싶어서 강렬한 핑크색 슈트를 입고 찍었어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뱅크투브라더스는 어떤 팀인가요?
뱅크투브라더스는 댄서이자 디렉터인 제이락(J-roc)형이 시작한 브랜드에요. 스트릿 댄서들의 파티나 공연장에서 그 형을 처음 보고 선망하다가 제대 후 찾아가고, 같이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됐어요. 뱅크투브라더스라는 단어는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설명해 드리자면, ‘은행, 둑, 덩어리’라는 뜻이 있는 ‘Bank’와 복수형의 ‘2’, ‘Brothers’를 합친 단어에요.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한 무리를 지어서 둑처럼 견고한 움직임을 보여주자는 뜻으로 제이락 형이 지은 이름이죠. 저희는 스트릿 댄스 문화를 기반으로 둔 브랜드라서 의류 디자인뿐만 아니라 댄스 배틀, 파티, 공연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디렉터 형이 디자인이나 의류 제작처럼 총괄적인 부분을 맡아서 하고, 저는 옆에서 브랜딩을 발전시키거나 룩북 촬영, 홍보, 섭외, SNS 등의 일을 맡아서 하고 있죠. 전체적인 틀은 형이, 저는 살을 붙이는 역할인 셈이에요. 물론 제가 음악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브랜드를 키우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리짓군즈에서도 활동했잖아요. 정말 뱃사공과 싸웠어요?
싸우고 나갔다는 말만 떠돌더라고요. 제대 당시 2014년도에 라이브앤다이렉트, 뱅크투브라더스, 리짓군즈에 거의 동시에 들어갔었어요. 리짓군즈 형들 특유의 매력에 빠져서 같이 활동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죠. 당시에는 1집 <Change The Mood>를 발매하고 나서 각자 솔로 앨범도 준비하고 지금의 움직임들을 준비하고 있을 때라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음악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기도 했고요. 많은 공연이나 활동을 한 건 아니었지만 공부가 되었던 시간이었어요. 어깨너머로 형들이 음악 작업 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이 배웠죠.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춤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요? 트랩 비트에 리듬을 잘 탄다면서요.
스트립(Strip)요?

아뇨. 트랩이요, 트랩!
<플레이보이>라서 그런 얘기하시는 줄 알고(웃음). 유튜브 채널 ‘던밀스의 디디알’ 중 ‘미스터 트랩황‘에 나왔던 제 모습은 지극히 각색이었습니다.

춤에 관해 얘기를 해볼까요? 요즘엔 어떤 춤 춰요?
즐길 수 있는 춤을 추죠. 유년시절에는 TV에 나오는 다른 가수들의 춤을 어설프게 따라 췄던 것 같아요. 그러다 21살 때 처음으로 춤을 배웠는데, 그때 저를 가르쳐준 친구들이 최근 <아메리카 갓 탤런트 America’s got Talent> 시즌 12에 나왔던 ‘저스트 졀크(Just Jerk)’ 팀이에요. 신기할 따름이죠. 이후에는 얼반댄스 말고도 다른 스트릿 댄스씬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힙합 댄서 형들의 수업을 듣고, 락킹, 팝핑, 왁킹 등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댄서들의 공연도 많이 찾아갔어요. 뱅크투브라더스에서 파티나 공연 등 여러 활동을 해나가면서 더욱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었죠.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여러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에너지가 넘치시네요. 연애도 할 때도 그런가요?
원래는 그런 편이었는데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20대 초반부터 오랫동안 연애를 했어요. 지금은 결별한 지 한 1년 반쯤 된 상태죠. 연애 당시 이것저것 되게 재밌는 일을 많이 꾸미곤 했어요. 그때 일들이 지금 활동하는데 에너지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20대 후반에는 본인의 직업을 가진 이성과의 연애를 제대로 못 해봤어요. 요즘 음악뿐만 아니라 브랜드, 학교 등등 여러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좋은 인연을 놓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도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나면 맞출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분이 없어서 제 일과 균형을 잡으며 만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튼 연애는 굉장히 하고 싶습니다.

EP 음반 수록곡 ‘sweEtoo’, ‘Doog Morning’을 들어봤을 땐 연애 스타일도 굉장히 낭만적일 것 같아요.
소위 ‘상남자’처럼 끌고 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생김새와 달리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물렁물렁한 연애를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했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하나를 하더라도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서로가 교감하고 공유하는 게 좋아요. 연인을 만날 때는 되게 편한 관계였으면 해요. ‘밍밍한 무’가 되는 게 아니라, 부드러워진달까?

밍밍한 무라뇨?
국물에 맛을 다 쓰고 밍밍해져서 버려지는 무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거죠. 연인 앞에서는 담백한 느낌으로 편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에요. 당연히 불꽃 튀는 사랑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유 있는 연애를 하고 싶어요. 각자 일에 꽂힐 땐 열정적으로 일하고 말이죠. 서로의 일에 응원도 해주며 말이죠.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어디서 만날 건가요?
그냥 기다리고 있어요. 저도 좀 만나고 싶어요. 더 노래를 열심히 해야 하나(웃음)? 원래 멋진 자리에 가면 멋진 사람을 만난다고 하잖아요. 그 자릴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봐요.

그럼 세상에 딱 2명의 상대가 있어요. 사이코패스인 여자친구와 바람둥이 여자친구. 어떤 사람을 선택할래요?
너무 어려운데요.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요.

왜요?
바람둥이라면 그 이유가 있어요. 그래도 얘기를 주고받고 나눌 수 있잖아요. 물론 그 진심을 건들기 위한 여러 관문을 헤쳐나가야겠지만요. 아마 바람둥이가 될 수밖에 없던 트라우마가 있을 것 같아요. 그걸 찾아내서 치유해주어야겠죠. 사이코패스는 공감을 못 하잖아요. 저는 벽에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는 걸 너무 싫어해요. 가끔 어떤 사람과 얘기하면 그런 거 있잖아요. 집에 가고 싶어지는 느낌이요. 그 사람의 집이 아니라 내 집 말이에요. 그 사람과 있는데 공감도 안 되고 재미도 없고 오히려 힘들기만 하니까 집 가서 영화나 보며 쉬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명 정도 있었는데 도저히 연인으로는 못 만나겠더라고요.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요.

그 사람 집 말고 내 집에 가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니!  
저도 바람피우고 말죠(웃음)!

이제 이 기사를 보고 호림 씨의 매력에 단단히 빠진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어딜 가면 이른 시일 내에 마주칠 수 있나요?
공식적으로는 11월 11일 서울소울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작년 발매 이후 꾸준히 보여드렸던 네오 소울풍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신곡도 공개할 예정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추천해 드리는 공연은 11월 17일 금요일 밤 8시에 홍대 프리버드에서 열리는 ‘소울 스텝 Soul Step’이에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하헌진,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바버렛츠, 그 밖의 스트릿 댄서들과 함께 멋진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종의 쇼이자 파티인 옴니버스 형태의 공연이죠. 앞으로 소울 스텝이라는 이름으로 컨셉트를 달리해서 뮤지션, 댄서, DJ가 함께하는 포맷의 공연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오셔서 저희 에너지를 많이 받아가시길 바라요.   

마이닝 인터뷰 #1: 블루스 앨범을 낸 '호림'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김시진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