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Corden

인기 많은 영국 남자에서 미국 토크쇼 호스트까지, 제임스 코든 이야기.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인기 많은 영국 남자’에서 미국 토크쇼 호스트까지 맡게 된 남자, 제임스 코든(James Corden). 영국 하이위컴 출신의 이 남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자.

James Corden 제임스 코든

Q1
몇 살 때 연기자의 꿈을 키웠나?
아주 또렷이 기억한다. 그 날은 여동생이 세례받는 날이었고, 난 세 살 반쯤 됐었다. 세례를 위해 제단 앞에 서 있었다. 키가 작아서 잘 보질 못하니 구세군 신자 중 하나가 “여기 올라서라”며 의자를 하나 가져왔다. 의자 위에 올랐을 때, 모든 객석이 훤하게 보이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16명 정도 있었는데 나에겐 1,000명처럼 느껴졌다. 신난 나머지, 마냥 웃긴 표정을 짓고 다리 사이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세례가 끝난 후 객석으로 내려와 누군가의 등을 쳐다보며 앉아 있었는데, ‘조금 전보다 무척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위? 재미있다. 여기 객석? 지루하다. 꽤 단순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저 위에 최대한 많이 올라가고 싶었다.

Q2
그런 끼는 <The Late Late Show>에서 아주 다분히 비친다. 최근 미국 정치판의 변화가 쇼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당연하다. 그런 이야기는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 본능적으로 느끼니까. TV 쇼를 매일 하는 사람이라면 그 판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관객이 늘 같은 것만 원하는 것도 아니고. 큰 이슈가 생기면 “우리 쇼에서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해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가수 냇 킹 콜의 ‘L-O-V-E’라는 곡을 ‘L-G-B-T’로 개사해서 부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새벽에 아이디어를 내고 그 날 오후 5시 30분에 촬영했다. 가사 쓰고, 녹음하고, 세트장을 만들고, 춤을 짜고, 턱시도를 빌리고, 스테디 캠을 대여해서 바로 촬영했다. 많은 에피소드가 그렇게 탄생한다.

Q3
당신이 2015년 초반에 <The Late Late Show>를 맡게 됐을 때, 당신을 아는 미국인이 별로 없었다. 영국의 유명세와 미국의 유명세, 어떻게 달랐는가?
사실 지금도 잘 모를 것 같다. 유명세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에 있을 때보다 갖춰진 게 많아서 좀 더 유리한 것 같다. 아마 배우 빌 머레이였나. 누군가의 어록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다. “누군가 유명해지면, 일단 그 사람을 18달 정도 지켜봐야 한다”라는 말. 왜냐하면, 그 유명세에 취해 재수 없어지기 때문이니까. 모두가 그에게 멋있다고 칭찬할 거고, 그가 알던 세상은 180도 바뀌지 않을까. 18달이 지나고 나서도 그 꼴이라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재수 없는 인간인 거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와, 나 제정신이 아닌걸?” 하며 본래의 모습을 찾을 거다.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내가 재수 없는 인간이라는 게 아니라(물론 누군가는 부정하겠지만), 유명세는 너무 달콤해서 취하기 쉽다.

Q4
처음 미국에 오게 된 계기는 브로드웨이 쇼 <The History Boys>에 출연하기 위해서였다. 그 일로 섹스 라이프에 바뀐 것이 있다면?
내 경험상, 오후 7시에 시작해 10시 30분에 끝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이 세상에 뉴욕만큼 좋은 곳은 없다. 지금은 드라마 <프리처>에서 주연을 맡은 도미닉 쿠퍼와 나는 첫 다섯 달 동안 매일 나가 놀았다. 열두 블록쯤 되는 작지만, 최고의 동네에 살게 된 건 우리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기다. 그곳은 댄서와 게이가 특히 많다. 그러니 젊고, 이성애자이며, 영국 출신인 데다 뉴욕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연극에 나오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자가 넘쳐난다. 나는 도미닉 쿠퍼가 원하지 않는 여성과 함께 집에 가곤 했다. 거기에 대한 아무런 불만도 없었고.

Q5
당신의 인기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카풀 가라오케’는 작은 플래그십 쇼로 시작해 애플뮤직까지 진출했다.
난 죽을 때까지 그 쇼에 고마워할 거다. 어느 날 사무실에 앉아 “로스앤젤레스는 교통체증이 너무 심하잖아. 그걸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했다. 전에 가수 조지 마이클과 차 안에서 함께 노래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우리는 모두 사무실 안에서 “괜찮지 않아?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틀 전에는 배우 윌 스미스와 함께한 6분짜리 ‘카풀 가라오케’를 올렸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합해서 19시간 만에 2,3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쳤지.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대중이 좋아하니 다행이다. 우리 쇼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들 ‘카풀 가라오케’를 보며 다른 영상도 함께 보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회 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Q6
혹시 <The Late Late Show>의 코너 중 ‘카풀 가라오케’만큼 관심받았으면 하는 코너가 있나?
‘선글라스를 낀 개(Dong in Sunglasses)’라는 코너가 있다. 다른 건 없고, 그냥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개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선글라스를 낀 개를 보고 있습니다. 저 개는 뭘까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한 번 알아봅시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바보 같지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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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The Late Late Show>를 시작할 때 ‘이런 조언을 받았으면 좋았을 걸’ 싶은 말이 있는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라. 쇼는 너의 거울이라고 생각해라”라는 말이었다. 이 일이 얼마나 피곤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솔직히 그 말은 듣지 않았다. TV 쇼 호스트를 하면서 피곤함에 대해 불평할 시간이 없으니까. 피곤하다는 건 배부른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게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고향에서 아마추어 연극을 하거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Q8
작년 모델 켄달 제너와 함께 나온 <The Late Late Show>의 한 코너에서 부모님 두 분 중 누굴 더 사랑하는지 고를 바에 대구 정액을 먹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럼 난 조금 더 쉬운 질문을 하겠다. 부모님 중 어느 분이 더 유머 감각이 있는지?
당연히 아버지다. 우리 가족은 모두가 연기자다. 누구나 내 누나와 여동생을 만나고 나면 나더러 “넌 조용한 편이었구나”라고 한다. 모두 다 아버지께 물려받은 끼다.

Q9
지금까지 많은 시상식을 진행했고, 내년 그래미 시상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상식 호스트로서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순간을 꼽자면?
사실, 그래미는 나에게 있어 가장 애매한 시상식이다. 내가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시간은 사실상 23분 정도에 불과한데, 방송은 3시간 동안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스카 시상식보단 훨씬 수월하다. 쉽다는 건 아니고. 객석이 2만 개나 되는데, 그 모든 관중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미 시상식을 진행하며 좋은 점은 시상 일주일 전부터 연예인의 리허설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

Q10
어워드 시상식을 진행할 때 필요한 스킬은?
가장 중요한 건 시상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TV에 방송되는 것만 아니면 난 필요 없는 존재다. 디너 파티와 비슷하다. 시상식에 온 배우들은 나 없이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서 열리는 파티일 뿐. 그러니까 “나 멋지지 않아요?” 같은 태도는 곤란하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지. 그리고 파티가 끝나면 모든 이들이 집으로 갈 수 있게 빨리 보내줘야 한다. 남아서 술 한 잔 더하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한다. 아무도 더 있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Q11
당신은 꽤 ‘스타일리시’한 남자다. 당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
나처럼 덩치가 큰 남자에게 통용되는 드레스 코드가 있다. 꼭 바비큐를 먹으러 가거나 먹고 오는 듯한 복장.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왜 덩치가 큰 남자들은 하와이안 셔츠만 입어야 하나? 우리도 멋지게 입을 수 있다. 얼마나 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크냐가 중요한 거다.

Q12
2014년, 당신은 흥행 성적이 높은 뮤지컬 영화 <숲속으로>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The Late Late Show>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활동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이미 <The Late Late Show>를 하기로 했다. 난 그저 매일 창의적인 걸 하고 싶을 뿐이다. 영화를 찍거나 연기를 한다는 건 창의성에 제한이 많다. 차에서부터 걸어 나오는 장면만 온종일 찍기도 하고. 여덟 걸음 걸은 뒤 멈췄다가, 다시 돌아가서 처음부터 걸어 나오고, 한 번은 천천히 걸었다가, 다음번에는 조금 더 빨리 걷고, 이번에는 저쪽을 한 번 보고. 그러다 보면 “컷!”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조명에 문제가 있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한다고 한다. 하루를 보내는 방법으로는 조금 특이하다.
난 연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은 밤샘 촬영보단 매일 밤 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에 가는 게 훨씬 중요하다. 한창 성장할 시기니까. 내 아들은 6살이고, 딸은 곧 3살이다. 그리고 아내는 셋째를 임신 중이고. 난 가족 곁에 있고 싶다. 사실 내가 신경 쓰는 건 그것밖에 없다. 죽을 때 “독립 영화를 조금 더 찍을걸”이라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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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3
만약에 소속사가 “앞으로 당신은 평생 연극배우, 영화배우, 토크쇼 호스트 중 단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능력 없는 소속사라는 걸 차치하고, 당신의 선택은?
아, 미치겠다. 솔직히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 하지만 아마 연극배우를 택할 것 같다. 좋은 연극을 한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굉장하니까. 근데 또 많은 연극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연극 10편을 보면 3편 정도에 실망하고, 4편 정도에 별 감흥이 없고, 2편에 만족하고, 단 1편의 연극에만 감명을 받을 것이다. 정말 좋은 연극은 그 어떤 영화나 TV 쇼보다 대단하다.

Q 14
<The Late Late Show>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던 게스트는?
배우 빌 헤이더, 잭 에프론, 벤 킹슬리와 함께 촬영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잭 에프론이 영화 <베이워치>를 찍는다고 발표한 후였는데, 벤 킹슬리가 “난 그럼 익사하는 남자를 맡겠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벤 킹슬리를 구하는 잭 에프론이라니! 상상할 수도 없군!”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잭 에프론이 벤 킹슬리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수영하는 연기를 하더라. 그리고 빌 헤이더는 손바닥을 머리 위쪽으로 해서 상어 흉내를 냈다.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약 그들의 소속사에 미리 알려 “에프론이 킹슬리를 구하고 빌은 상어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면 절대 허락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모든 건 즉흥적으로 일어난 일이고, 그 모든 게 너무 놀라웠다.

Q15
저녁 토크쇼는 경쟁 구도가 치열한 자리다. 다른 토크쇼 호스트에게 경쟁심을 느끼는지?
난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시청률이 중요한 거라면 <아메리칸 닌자 워리어>를 하면 될 텐데.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하는 것, 그게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Q16
연락처에 저장된 토크쇼 호스트는 몇 명이나 되는가?
다 있다. 스티븐 콜베어는 늘 나에게 잘해준다. 세스 마이어스를 싫어한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지미 펄론과도 꽤 자주 연락한다. 지미 키멜과 코난 오브라이언도 정말 좋아한다. 코난과는 동네 이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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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7
조니 카슨, 제이 레노, 데이비드 레터맨처럼 몇십 년씩 TV 쇼 호스트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니. 내가 이걸 25년이나 할 거라고? 내가 60대일 때까지? 아니,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 뻔한 쇼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계약 기간까지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어떻게 될지 모를 뿐이다.

Q18
스테이지에 오르기 전 꼭 하는 행동이 있는지?
그렇다. 하지만 너무 옭아매지 않으려고 한다. 브로드웨이에서 <One Man>, <Two Guvnors> 같은 연극을 할 땐 강박감이 심했다. 시작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14가지나 됐으니까. 양말은 일정한 순서대로 잘 맞춰져 있어야 했고, 정해진 시각에 옷을 입어야 했고, 몇 분 안에 코스튬을 갈아입어야 하는 지 등. 지금은 하나밖에 없다. 관객 앞에 나서기 전, 백스테이지를 돌며 모두와 하이파이브하는 것이다. 총괄 PD이자 나의 절친인 벤 윈스턴과 맨 마지막에 하이파이브한다. 그는 늘 귓속말로 내게 “괜찮아?”하고 물어본다. 내가 “응”이라고 대답하면 “잘 할 거야”라며 용기를 준다.

Q19
최근엔 엄청난 혹평을 받은 영화 <이모티: 더 무비>에서 성우를 맡기도 했다. 혹시 그런 비평에 상처를 받았는지?
그 영화가 그렇게 최악의 영화였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아이가 둘인 아버지라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데, 솔직히 내가 본 영화 몇 편보다 훨씬 뛰어나다. 내 생각엔 비평가의 입장에서 영화가 엄청나게 뛰어나야 겨우 ‘괜찮다’라는 평을 내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모티>는 내가 딱 8시간 동안 작업한 영화다. 그래서 딱히 절망에 빠지거나 하진 않았다. 솔직히 제작진 중 누구도 절망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고, 영화관에서 상영했으니 그만이다.

Q20
유튜브에서 1.7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카풀 가라오케’의 주인공 아델이 최근 오스카와 그래미상을 받았다. 당신은 토니와 에미상을 받았고. 당신과 아델 중 모든 EGOT(에미, 그래미, 오스카, 토니)를 먼저 받을 사람은 누구일 것 같은가?
꽤 막상막하가 될 것 같다. 솔직히 아델이 에미상을 받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토니상을 받으려면 브로드웨이에서 평판을 쌓아야 하는데, 그건 좀 복잡하다. 내가 아델이라면 딱히 브로드웨이에 갈 필요성을 못 느낄 것 같지만. 하지만 동시에 내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도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니 아마 아델이 먼저 받지 아닐까?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포토그래퍼 Alex Scordelis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