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서베이 배너

당장 ‘라온마’를 시작해야 할 이유

대작 스멜 나는 수사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정말로 한국 드라마는 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막장 전개를 좋아하거나 선남선녀의 달큼한 로맨스에 환장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부터 한국에도 괜찮은 수사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지독하리만큼 악질 사건을 드라마로 재연하거나 전설적 형사들의 미담을 한국식으로 잘 표현해낸 작품. 그 정점은 아마도 <시그널>과 <비밀의 숲>이 찍지 않았을까? 극 중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 선정부터 전 연령을 아우르는 권선징악 코드, 시청자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꼬아놓은 두뇌 싸움, 볼거리가 넘쳐나는 연출까지 남달랐다. 이 걸출한 두 작품 덕분에 이후에 방영된 <보이스>, <나쁜 녀석들>, <터널>, <미스트리스>까지 챙겨봤으나 ‘그 느낌’을 찾긴 힘들었다. 슬슬 발굴하는 재미도 없어질 무렵, ‘진짜’가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라이프 온 마스>(이하 라온마) 예고편부터 액션 스릴러 장르의 본좌인 배우 박성웅과 세심한 연기 때문에 꾸준히 주목했던 배우 고아성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르 드라마가 수백 번 자가 복제해도 흥미로운 ‘시간 여행’이 테마라니. 성공한 수사 드라마가 갖춰야 할 여러 요건이 하나씩 들어맞았다. 퇴근 후의 삶을 바쳐가며 4화까지는 결제하고 ‘정주행’했고, 5화부터는 본 방송을 위해 주말 밤을 헌납했다.

정말 ‘진짜’인지에 대한 답은 종영 후에나 얘기해볼 수 있겠지만, 기대를 걸어볼 만한 드라마는 맞다. 일단 <라온마>는 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사고를 당한 형사가 코마 상태로 들어가고 무의식 속에서 아주 먼 과거를 동시에 사는 내용이다. 이러한 과거의 모습을 철저히 한국을 배경으로 참 감칠맛 나게 잘 응용했다. 1988년 ‘쌍팔년도 복고 수사극’이라는 수식에 어울리게 로케이션하며, 캐릭터의 패션, TV 프로그램 <수사반장>이 나오는 소재 등을 잘 활용했다. 원작보다 잘 나오기 어려운 리메이크작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유였다. 이정효 PD는 과거 <굿와이프> 리메이크 역시 훌륭하게 해낸 만큼 세심한 연출이 눈에 띈다. 한태주가 코마 상태를 헤맬 때는 음산한 배경음악과 함께 화면은 채도가 낮게 만들고 1988년으로 돌아갈 때는 복고풍의 따뜻한 색감을 써서 현재와 과거의 구별을 치밀하게 계산했다.

가장 중요한 극 중 캐릭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한태주 역을 맡은 정경호는 워낙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했고, 어딘지 냉철해 보이는 비주얼로 코마 상태에 시달리면서도 마지막 끈을 놓지 않는 열정을 표현했다. 또 <신세계>를 통해 액션 스릴러 장르의 간판 배우가 된 박성웅은 기존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 5kg나 체중을 늘렸다. 극 중 ‘미친 멧돼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가끔 무식하게 돌진할 때도 있지만, 정도 많고 능글능글한 매력을 발산한다. 윤나영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의 연기도 단연 놓칠 수 없다. 가부장적 분위기가 당연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미래에서 온 매너 좋은 한태주 형사 덕분에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거친 범죄자도 한 번에 제압하는 신체 능력과 지금에나 존재하는 범죄 프로파일링을 해내기도 하는 등 사건 해결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한태주 옆에서 그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려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길고 긴 얘기를 요약하면 <라온마> 생각보다 재밌다는 거다. 본방송이 해야 할 7월 7일, 8일은 <라온마>가 결방한다. 제작에 더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서라나. 전 편을 정주행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라온마>를 시작해보자. 후텁지근한 여름, 뒷골이 서늘해지는 사건들로 짧은 휴가를 떠난 기분이 날 거다. 일단 보고 나면 “한태주 형사, 꼭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응원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방언처럼 터질 것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