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트렌드 7월 2

미식의 성지 코펜하겐을 즐기는 법

푸드 저널리스트 레이첼 시그너는 조언한다. 먼저 자전거를 빌리고 부지런히 움직일 것.

토요일 아침, 코펜하겐의 오스터브로(Østerbro)라는 작은 동네에 도착했다. 곧바로 <주노(Juno)>베이커리 앞에 타고 온 자전거를 세웠고, ‘카다멈 스너’라는 번을 맛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행렬에 동참했다. <노마(Noma)>가 다시 오픈하면서 전세계 미식가들이 코펜하겐으로 몰리고 있다. <노마>는 르네 레드제피 셰프의 혁신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스칸디나비아 섬의 유일한 미식의 성지였다. 비록 나처럼 예약에 실패했을 지 언정 걱정할 필요 없다. 이 혁신적인 요리 스타일은 도시 전체에 퍼졌으니 말이다. 카다멈 스너를 파는 <주노>의 에밀 글레이저 셰프 역시 <노마> 출신이다. 일명 ‘노마 패밀리’가 여기저기로 뻗으면서 코펜하겐은 먹고 마시기 좋은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도시는 돌아다니기 쉬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영어를 자유자재로 쓴다. 따뜻한 날에는 도시 전체가 활기를 찾으며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와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내추럴 와인을 마시거나 토르브할렌 마켓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긴다. 노르딕 퀴진을 즐기기 위해 코펜하겐을 찾았지만 오히려 글로벌한 미식 도시였다. 토르브할렌 마켓에서 핫한 곳도 훈제 청어가 올라간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힙합 비트가 흘러나오는, 하리토스 탄산음료와 내추럴 와인을 팔며 옥수수 가루로 만든 토르티야를 내는 타코 음식점 <이하 데 산체스>가 가장 인기있었다. 이곳은 <노마>의 파티시에 로시오 산체스가 독립해 오픈한 곳. 이 타코 음식점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지역에도 2호점을 냈으며 2017년 말에는 모던 다이닝 <산체스>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메뉴는 셰프가 멕시코에서 5개월 동안 지내며 받은 영감을 통해 구성했다고.

멕시코인 부모 밑에서 자란 산체스 셰프는 전통 멕시코 요리를 선보이지 않는다. 대신 멕시코 전통 음식에 기반을 두면서 풍미와 재료에 중점을 뒀다. 고추와 향신료는 멕시코 오악카사 지역에서 공수. 여기에 코펜하겐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아냈다. 5가지 메뉴로 구성된 코스 요리는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칠리 오일을 곁들인 메뚜기 요리를 시작으로 매콤하게 구운 케일 엔칠라다, 구운 덴마크 마늘 요리 그리고 타코 등이 포함됐다. 주말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코, 토스타다, 칠라킬레스 같은 브런치 메뉴가 있다. 디저트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말린 고추와 설탕 입힌 추로스와 염소 우유로 만든 크림, 멕시칸 바닐라 추로스 샌드위치로 메뉴 모두 창의적이다. 엄선한 내추럴 와인과 독특한 칵테일 메뉴는 흥미롭기까지 한데 중남미 지역의 차요테 호박과 오이로 만든 초록빛 블러디 메리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것.

<산체스> 말고도 이 도시에서 놓치면 안 되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와인 바 <만프레드(Manfred’s)>. 레스토랑 <렐레(Relae)>의 모퉁이에 위치했다. <렐레>와 <만프레드> 모두 덴마크 이탈리아계 크리스찬 푸글리시 셰프의 프로젝트. <렐레>에서는 익숙한 재료로 조리한, 예상치 못한 요리를 즐기기에 딱이다. 이를테면 생대구 요리를 내놓은 다음 연이어 구운 대구 요리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혹은 우엉으로 만든 마카로니 앤 치즈 같은 메뉴가 그렇다. 대부분의 재료는 푸글리시의 개인 농장에서 수확한 것. 풀 코스의 테이스팅 메뉴가 내키지 않으면 길 건너편의 아늑한 와인 바 <만프레드>에 들리자. 채소 위주의 요리와 와인과 잘 어울리는 페어링 메뉴로 선택의 폭이 넓다.

도시의 반대편에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레스토랑 <아마스(Amass)>가 있다. 이곳 역시 <노마>의수 셰프였던 매트 올랜도의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이다. 특히 ‘비프 쇼트 립’처럼 아메리칸 퀴진 스타일의 요리가 빛을 발한다. <렐레>와 비교하면 캐주얼 한 편이지만 맛은 훌륭하다.

이 도시에는 수제 맥주도 인기다. 집시 브루잉으로 유명한 ‘미켈러(Mikeller)’도 바로 이곳에서 시작했고 도시 이곳저곳에 맥주 바가 있다. 아기자기한 와인 바에서 평온한 오후를 보내고 싶거나 운하를 둘러보고 갈 곳을 찾는다면, 다채로운 빛깔의 뉘하운 거리로 가보자. 특히 쿤스텔 샬롯텐부르그 미술관에 있는 <아폴로 바>에 방문해 볼 것. 나는 추운 겨울 날이 저물 때까지 그곳에 있었다. 밤에는 홈메이드 빵에 발효 버터를 발라 먹으며 칵테일을 즐겼고 또 다른 날 밤에는 파스타에 와인 한 병을 마시며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됐다.

또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싱글 오리진 원두로 내리는 커피를 맛보려면 베스터브로에 위치한 <프로로그(Prolog)>가 가볼 만하다. 최근에 오픈 한 커피 로스터 <안데르센 앤 말라도퍼(Anderson & Mallardoffer)>는 특히 아침에 좋고 규모 또한 꽤 크다. 버터를 바른 사워 도우와 삶은 달걀이 있는 완벽한 덴마크식 아침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코펜하겐 여행을 계획한다면 적어도 5일은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자전거 대여소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잊지 말자. 동키 런(Donkey Run)이라는 자전거 렌탈 앱을 추천하고 싶은데, 훌륭한 먹거리와 부드러운 카다멈 번을 즐기려면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번역 김윤진
  • Rachel Signer
  • 사진제공 Radiokafka/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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