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같은 책 <한국 괴물 백과>

SF 작가 곽재식이 11년 동안 채집한 282종의 한국의 괴물을 소개한다.

2007년부터 ‘게렉터’라는 필명으로 한국 괴물을 채집해온 SF 작가가 있다. 그의 블로그는 암암리에 민속학 연구자, 소설가, 게임 및 웹툰 시나리오 작가 등에게 ‘온라인 괴물 소굴’로 알려져 있었다. SF계에서는 6개월 동안 단편 소설 4편을 써내는 작가를 이 책의 저자 ‘곽재식’이라고 표현한다. 이를테면 그 빠르기를 ‘곽재식 속도’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들었을 때 그 자체로 괴물일지도 모르는 저자 곽재식은 최근 새로운 책을 냈다. 그가 11년 동안 그가 채집한 282종의 한국 괴물을 한 데 엮은 <한국 괴물 백과>다.  

이 책의 출판을 맡은 워크룸은 디자인에 힘을 주었다. 채도를 한껏 높인 하늘색과 노란색, 그리고 ‘핫’핑크. 대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지만, 압권은 따로 있다. 자음과 모음이 깜찍하게 배열된 서체, 보자마자 10년 전을 회고하게 만드는 그런 타이포그래피. 아마도 11년 동안 한국 괴물을 채집했다는 저자 곽재식과 288종의 괴물을 상상하여 그려낸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에게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굉장히 매니악하면서도 귀여운, 좀처럼 그냥 넘길 수 없는 이들의 괴상한 취미를 닮았다.

두툼한 겉표지를 넘기면 대략 한 페이지에 하나씩 한국 괴물을 소개한다. 그 내용은 잠들기 전에 듣기 누군가 들려줬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괴물 하나를 소개하자면, 강수선생이다. 머리에 뿔이 달렸고 다양한 언어에 능통하며 글을 잘 쓰는 게 특징이다. 부모님이 선을 주선하였는데도 결국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에게 돌아 갔다던 순정파이기도 하다. 통 큰 소매에 두 손을 가지런히 넣은 모습이 어딘지 골똘해 보여서 멋있다. 곽재식이 이렇게 많은 괴물을 모은 데는 사명감 같은 건 없었다. ‘진짜 옛날이야기가 알고 싶어서’였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과 같은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의미 있는 ‘덕질’도 찾기 힘들 것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