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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하는 서핑

추위를 탓하기엔 격렬한 파도가 너무 아깝다.

예상만큼 춥지 않다. 여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질 좋은 파도가 자주 있다. 한적하다. 그렇게, 겨울 서핑은 종종 한국이 저주받았다고 믿게 만드는 겨울을 근사한 계절로 뒤바꿔놓는다.

파도의 성수기는 겨울
여름엔 거의 없는 질 좋은 파도가 겨울엔 자주 있다. 크고, 길고, 힘이 좋다. 그만큼 역동적인 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파도가 오는 횟수 또한 늘어나 더 자주 탈 수 있다. 서퍼에겐 재앙과도 같은 플랫(Flat, 파도가 없는 해수면의 상태)을 경험한 적 있다면 매서운 파도가 자주 있다는 것만으로 겨울 서핑의 명분은 충분할 것이다.

Surfer’s Tip
국내 3대 서핑 스폿인 동해, 남해, 제주도 중 동해가 특히 좋은 파도가 자주 오는 편이다. 여름에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있다면, 겨울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맹렬한 파도를 만날 수 있다.

예상만큼 춥지 않은 바다
국내 12월, 1월의 평균 수온은 10도 안팎이다. 오히려 영하를 웃도는 물 밖이 더 춥다. 겨울 해수면에서 보드 위에 엎드린 채 라인업(Line-up, 브레이크 포인트 근처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곳)을 향해 열심히 패들링(Paddling) 하다 보면 땀까지 난다. 그러다 큰 파도를 만나 차가운 바닷물이 웨트슈트 안으로 스몄을 땐, 정신이 번쩍 들고 청량하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고 어쩔 수 없이 춥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겨울용 웨트슈트나 드라이슈트, 후드, 글로브, 부츠 착용은 필수다.

그리고 마침내 여름이 왔을 때, 무거운 겨울용 장비를 벗고 서핑을 하면 모래주머니를 내려놓은 듯 몸이 가벼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훨씬 수월한 패들링을 할 수 있고, 더 재빠르게 파도를 잡아탈 수 있다. 겨울 서핑을 해야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는 서퍼들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Surfer’s Tip
5㎜ 이상의 겨울용 웨트슈트, 후드, 글로브, 부츠는 필수다. 착용한 장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저체온증 예방을 위해 겨울 서핑은 두세 시간 정도 즐길 것을 권장한다.

진정한 서퍼들만이 즐기는 겨울 서핑
전국 서핑 인구가 2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서핑은 이미 대중적인 스포츠다. 여름 바다 라인업에 대중목욕탕을 연상케 하듯 수십 명이 떠 있는 건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중 대부분이 서핑 초보자라는 것. ‘한 파도에 한 명씩’이란 암묵적인 약속을 지키는 사람도 적다. 그러니 사고 발생률도 높다. 하지만 이런 애로사항 모두 겨울 서핑엔 해당 사항이 없다. 훨씬 한적하고, 여유롭다. 내가 원하는 만큼 파도를 탈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롱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Surfer’s Tip
겨울 서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지’다. 맹추위를 이겨낼 마음가짐. 그래서 진정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겨울 바다의 라인업에 모인다.

겨울 서핑의 매력을 담은 <The Winter Surf>
백문이 불여일견. 국내 겨울 서핑을 간접 경험하고 싶다면, <The Winter Surf>를 보면 된다. <The Winter Surf>는 좋은 파도를 만나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바다로 뛰어든 다섯 서퍼의 이야기이며, 연출부터 촬영, 편집 등 모든 과정이 서퍼들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진정성 있다. 그 어렵다는 비메오(Vimeo) 에디터스 픽에도 선정됐으니 영상미는 검증된 셈. 표정은 찡그릴 수 있으나 파도 위에서 스스로 즐거운 서퍼들의 표정엔 거짓이 없다. 어쩌면 서퍼들에게 겨울은 가장 뜨거운 계절일지도 모른다.

*Surfer’s Tip by 허석환
허석환은 한국 1세대 서퍼이며, 천진해변의 서핑숍 <블랭크스 서프보드>를 운영 중이다. 수강생을 가르친다는 오만한 마음 대신 자신이 파도 위에서 경험한 놀라운 것들을 공유하겠다는 마음으로 서핑 강습 또한 진행한다.

양보연 | 전 <맥스무비>, <플레이보이>, <하입비스트> 에디터. 여전히 잡지를 동경하고, 서핑과 영화가 주는 황홀한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여름엔 덥다는 핑계로 옷을 잘 입지 않는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양보연
  • 사진제공 양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