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살인마 ‘잭’이 탄생한 배경 6

영화 <살인마 잭의 집>에 등장하는 광기어린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영화 <살인마 잭의 집>

영화 <살인마 잭의 집>이 최근 개봉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미국 워싱턴주에서 활동한 연쇄살인마 잭이 주인공을 나오는 공포 스릴러다. 그는 여러 명의 여자를 살인하고, 시체를 훼손한다. 극 중에서 사이코패스로 나오는 그는 어린아이도 거리낌 없이 총살하고 여성의 가슴을 도려내는 등 도덕적 경계에서 널뛰는 행동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처음 시사하던 당시의 상황이 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말해준다. 상영 10분 만에 100여명의 관객이 영화를 견디지 못하고 나갔으며 반대로 영화가 끝난 뒤 10분 이상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평단의 온도 차도 심하다. 프랑스 영화 전문 평론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그의 영화를 2018년 최고의 영화 중 한편으로 선정했지만 <뉴욕타임스>의 한 영화 평론가는 “영화 시작 10분 만에 최악의 기분이었다. 다시 떠올리기 역겹다”는 악평을 남겼다.

그의 오랜 팬들은 라스의 필모그래피 중 그나마 대중적이고 유머러스한 작품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는 대체 어떤 감독이었길래, 사이코패스가 자신을 ‘교양 살인마’라 칭하며 궤변을 늘어놓는 이 영화가 ‘대중적’이라는 걸까? 더불어 그는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살인, 아동폭행, 여성 혐오 등의 주제를 이리도 쉽게 얘기하는 걸까? 그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6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1. 나치 라스 폰 트리에는 영화 <멜랑콜리아>를 공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는 나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발언으로 칸영화제에서 추방당한 사건이 있다. 어떤 극단, 경계에 있는 이슈를 이야기하고 영화로 담길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잭의 입을 빌려 예술과 살인을 같은 선상에 놓고 그를 지옥으로 이끄는 안내자 ‘버지’와 논쟁하기도 했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서 ‘셀마’ 역을 맡은 뮤지션 비요크.

2. 비요크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 <어둠 속의 댄서>는 전설적 뮤지션 비요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비요크는 자신의 SNS에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감독이 영화 제작하는 과정에서 성폭력이 일어날 뻔 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여러 조건을 따졌을 때 그 당시 영화 작업을 했던 건 라스 폰 트리에 하나 뿐이다.

이런 사건 이후 라스 역시 비요크가 자신을 착취해 상을 타먹었다며 비난을 일삼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잭은 특히나 여성 혐오가 극에 달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 “왜 늘 남자가 잘못이라는 거야? 어디를 가든 무슨 죄라도 짓고 돌아다니는 기분이야. 어린애 하나 해친 적 없는 놈도 마찬가지야. 남자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건 죄인으로 태어난다는 뜻이야. 여자는 언제나 피해자잖아. 남자는 언제나 범죄자고 말이지” 잭의 대사가 감독의 독백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3. 멜랑콜리아 그리고 님포매니악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을 봤던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에서 잠깐씩 비치는 그의 전작들을 알아챘을 것이다. 바로 <멜랑콜리아>와 <님포매니악>의 한 장면이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전작을 보여주는 것은 살인자 잭이 감독 자신의 반영이라는 얘기인가’라는 질문에서 속 시원히 “그렇다”고 답했다. 잭에게 자신의 많은 면이 투영되어 있다고 말이다. 잘 알려진 명작들의 장면을 사 오려고 했는데 비용도,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 <살인마 잭의 집>에서 ‘버지’가 ‘잭’을 지옥으로 안내하던 중 유년 시절을 목격한 장면.

4. “당신은 계속해서 나를 교묘하게 속이고 있군요.” 버지가 영화 속에서 유난히 자주 하는 말이다. “당신은 계속해서 나를 교묘하게 속이고 있군요.” 동시에 이 말은 그를 힐난하는 비평가들도 자주 했던 말이라고. 영화 <님포매니악>에서 한 비평가는 인간 본성에 탐구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신체 강탈 포르노를 만들어 경멸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 <살인마 잭의 집>에서 주인공 ‘잭’의 모습.

5. 작업 방식 이 독단적인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을 생각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대다수 감독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볼지 고민하며 많은 시나리오 작가를 투입한다. 하지만 자신의 영화를 많이 보든, 악평하든 라스는 별로 관심이 없다. 혼자 작업하고 스스로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이기 때문이다. 작업 방식도 독단적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터부를 보기 좋게 깨버리는 이 감독에게 ‘금기 사항’이 있긴 할까?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있다”고 말했다. 검열. 이제 그의 작품 반 이상이 프랑스에서 상영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 나치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때문이 아닐지.

 

영화 <멜랑콜리아>

6. 덴마크 라스는 덴마크에서 자랐다. 그는 덴마크에서 영화를 만들면서도 무미건조한 나라라고 표현한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처방하는 국가 중 하나다. ‘계절성 우울증’이 존재하는데 특히 겨울이 되면 특히 우울증 환자들이 증가한다. 오후 4시만 되면 도시가 어두컴컴해질 정도로 일조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멜랑콜리아>가 그의 우울한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