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플레이보이’가 고른 4개의 전시

지루한 일상에서 당신을 끄집어낼 섹시한 뭔가가 절실하다면!

Sandra Vásquez de la Horra, ‘No Pondr Las Manos al Fuego’, graphite on paper, wax, 2014.

시인 릴케는 말했다. “예술적 경험은 고통이 존재하고, 자신을 잊고 도취한다는 점에서 ‘섹스’와 굉장히 유사하다.” 섹스와 예술은 사뭇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열망과 즐거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닮은 부분이 있다. ‘플레이보이’다운 전시 4가지를 골랐다. 지루한 일상에서 당신을 끄집어낼 섹시한 ‘뭔가’가 절실하다면 4월에 꼭 들러보길!

Sandra Vásquez de la Horra, ‘Un Soplo de Diva’,
graphite on paper, wax, 2010.

섹슈얼한 여자를 모티브로한 회화 칠레 출신의 작가 산드라 바스케즈 델라 호라(Sandra Vásquez de la Horra)의 그림에는 거의 항상 여자가 등장한다. 그 여자는 대체로 나체이거나 임신 중이거나 근육이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 움직이는 상태다. 산드라가 흑연으로 그리는 주제는 정치, 종교, 성, 사회적 현실, 질병, 죽음 등 인류가 오랫동안 고심해온 철학적 문제들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산드라는 강렬한 유머를 통해 한동안 눈을 뗄 수 없는 극적인 상황으로 묘사한다. 상의를 탈의하고 긴 의자에 앉아 뾰족한 입술로 호소하는 여자, 기괴한 새의 부리를 하고 아이를 납치하는 여자, 육감적인 몸매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여자 등 산드라가 인류가 직면해야 할 중요한 것을 특유의 방식으로 일깨우는 것이다. 1997년부터 그는 완성된 드로잉을 왁스에 담가 마무리했는데, 이 방법은 고대 그리스에서 성서나 철학 논문을 보존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작품이 마치 투명한 살결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산드라의 전시 <Take Back My Shadow>는 3월 21일부터 6월 8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www.woosongallery.com

<레스 개인전: 로우틴스타> 전시작품 이미지.
<레스 개인전: 로우틴스타> 전시작품 이미지.

아이돌, 청년, 날 것의 사진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순간, 가공되지 않은 이미지. 똑딱이 카메라의 사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잡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중인 레스(Less) 역시 똑딱이 카메라를 즐겨 쓰는 포토그래퍼다. 그가 촬영장에서 뷰파인더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 들면, 에디터는 그저 ‘신묘하고 위트 넘치는 순간이 담기겠거니’ 믿고 따를 뿐이다. 패션 모델, 아이돌 등 그의 피사체가 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카메라에는 어떻게 담겼을지 궁금하다면, <로우틴 스타>에서 해소할 수 있겠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레스가 생각하는 ‘젊음’의 모습이다. 1980~90년대 젊은 셀러브리티를 뜻하던 ‘하이틴스타’에서 착안하여 보다 ‘가공되지 않은 현실’로서의 단어, 로우(Raw)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지금, 한국 젊은 사람들의 현실과 이상을 포착하는 명쾌한 단어가 아닐까? 아이돌에서 섹시한 아이콘으로 떠오른 현아부터 패션 모델, 해변가에 아무렇게 누워있는 소녀까지 레스가 응시한 젊음의 순간을 느껴보자. <Raw Teen Star>는 4월 4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안공간 루프에서 감상할 수 있다. www.altspaceloop.com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1967, 캔버스에 아크릴릭, 242.5ⅹ243.9 cm,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데이비드 호크니, ‘클라크 부부와 퍼시’, 1970 – 1, 캔버스에 아크릴릭, 213.4ⅹ304.8 cm
©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에로틱한 매거진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대의 예술가 최근 여기저기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에 대한 기대가 빗발쳤고, 예상대로 전시장은 인산인해였다. 한 전시 섹션을 관람하기 위해 10분 이상 기다렸고, 이는 평일 낮에 일어난 일이었다. 작품보다 호크니를 사랑하는 애호가를 구경하러 온 기분이 들 정도다. 현존 작가 중 최고의 작품가를 기록한 아티스트, 1960년대 LA를 배경으로 특유의 음산한 색과 환영적 공간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 작품 등 그를 수식하는 대표적 키워드가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따로 있다. 그는 1964년 LA 인근에서 거주하기 이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영국으로 수입한 ‘에로틱한’ 매거진을 통해 운동하는 몸을 가진 젊고 잘생긴 남성을 처음으로 접했다. 이때부터 그는 이 지역의 기후가 남성들의 문화에 빛을 더한다고 보고 이곳을 ‘섹시한’ 도시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의 섹슈얼한 시선은 셀리아를 위한 초상화에서도 돋보인다. 동성애, 인물, 풍경 등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을 던졌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번 전시는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살펴볼 수 있다. sema.seoul.go.kr

 

버튼 모리스, ‘Coke Fire’, 캔버스에 실크스크린.
버튼 모리스, ‘Heavenly Coke’, 캔버스에 아크릴.

플레이보이, 코카콜라 생동감 넘치는 팝 아트 팝 아티스트 버튼 모리스는 플레이보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작가다. 그는 2017년 미국 <플레이보이> 매거진과 컬래버레이션 하여 래빗 헤드를 모티브로 64개의 스프레이 페인팅을 선보인 바 있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로고가 가진 특유의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독특한 페인팅을 통해 재현했다. 굵은 선, 다채로운 컬러, 익살맞은 묘사만 봐도 그가 앤디 워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는 미국 공영방송 NBC의 TV쇼 <프렌즈>를 통해 10년 넘게 그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팝콘 시리즈와 코카콜라 시리즈를 소개한다. 이중 ‘Coke 100’은 100가지 코카콜라 그림을 스프레이, 실크스크린, 아크릴 등 다른 기법을 통해 4가지 컬러로만 표현한 작품이다. 버튼 모리스의 전시 <POP!>은 4월 5일부터 4월 26일까지 엘케이트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02-744-8880

Credit

  • 에디터 백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