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포토그래퍼의 자화상

"여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당신을 만든 사람이 바로 우리다."

포토그래퍼이자 아티스트인 이 젊은 여자는 <플레이보이>에 나체로 등장한 최초의 무슬림 여성이다. 퓰리처상 수상 사진가이자 보도사진가 린지 아다리오(Lynsey Addario)가 윰나 알-아라시(Yumna Al-Arashi)의 작품이 지닌 의미에 대해 얘기한다.

<플레이보이>는 지난 65년간 여성의 몸을 지면에 실어왔다. 나는 어린 시절 언니와 함께 삼촌 집에 몰래 숨어서 <플레이보이> 속에 삼단으로 접힌 여성의 나체를 들여다보곤 했다. 우리는 깔깔 웃으며 언제쯤 사진 속 여자들처럼 아름답고 섹시해질지 궁금했다. 화보 속에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애무하며 카메라 렌즈를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가끔은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뒤돌아선 채 고개만 돌리기도 했다. 어깨 한쪽으로 머리카락을 넘긴 그들은 침대에서 갓 깨어난 것처럼 연기했고 영화배우 파라 포셋의 분위기를 풍겼다.

“예멘에서의 자화상 촬영. 여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당신을 만든 사람이 바로 우리다.”

그들을 보면서 했던 생각은 단순했다. 관능적인 여자들은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보이>에 실린 이 자화상의 주인공이 예멘계 미국인인 무슬림 사진작가 윰나 알-아라시라는 사실에 놀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알-아라시는 비주얼 아티스트로서 겉으로 보기에 모순적인 이미지에 자극을 받곤 한다. 그녀는 처음 보도사진가로 사진 업계에 입문했을 때 서양인들이 무슬림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이 억압당하고 비참하게 그려지는 걸 선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록사진의 한계에 환멸을 느낀 알-아라시는 예술과 패션 분야로 이직하게 되었다. “무슬림 여성은 항상 죽은 아이를 안고 있거나 사막에서 허망하게 앉아서 폭격 맞은 집을 바라봐야 해요.” 그는 전형적인 무슬림 여성의 이미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의 매체에서 사진가로 일했던 알-아라시는 무슬림 여성이 전쟁 한 가운데서 무력하게 존재한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더 강화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우리도 매우 역동적이에요. 무슬림이 아닌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개개인은 너무 다르죠. 저의 능력을 활용해서 부정적이기만 한 무슬림 여성의 모습이 아닌 다른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년간 알-아라시는 친구들과 자신의 몸을 사진과 영상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다. “일반적인 인물 사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이 많이 담겨 있어요.”

그녀의 2017년 사진 작품 시리즈 ‘허물을 벗다 Shedding Skin’에서 알-아라시는 레바논의 전통적인 대중목욕탕인 ‘함맘’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친밀하고 관능적인 시리즈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오해를 한 겹씩 벗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진 속 모든 여성이 무슬림은 아니지만 중동 여성이 나체로 찍히는 것을 응했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히 획기적인 프로젝트였다. 알-아라시는 프로젝트를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주변환경과 분위기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제게 나체로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는 것은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같아요. 일기를 어떻게 쓸지 계획을 세우지는 않죠. 감정을 거짓으로 꾸며내지도 않고요.” 알-아라시는 주로 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하고 결과물은 소셜 미디어와 각종 기사, 전시회를 통해 공개한다.

“만약 <플레이보이>에서 제게 모델을 해달라고 했다면 100퍼센트 거절했을 거예요. 아랍계 미국인이자 무슬림 여성이기까지 한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닐 때가 많아요.”

그녀의 사진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 속의 주제는 식물이나 커튼, 물결치는 스카프, 잠겨있는 물에 의도적으로 가려질 때도 있다. 알-아라시는 그녀의 자화상이 “성적인 것과는 전혀 반대의 것”이라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보이>에서 전례 없는 제안을 해왔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만약 <플레이보이>에서 제게 모델을 해달라고 했다면 100퍼센트 거절했을 거예요. 아랍계 미국인이자 무슬림 여성이기까지 한 우리의 몸은 우리의 것이 아닐 때가 많아요. 그래서 여성 에디터가 제게 저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 묘사해달라고 했을 땐 아주 멋지고 역사적인 화보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보통은 남자가 여자를 대상화해서 촬영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비춰지길 원하는 모습으로 <플레이보이>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이해하고 누가 독자가 될지 고려하는데 중요한 지점이 되었죠. ‘내 사진을 보는 사람이 남자라면 여성으로서 찍은 자화상으로 그들에게 뭘 보여줘야 할까?’, ‘나의 벗은 모습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까?’, ‘남성의 시선과 맞닿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 등의 고민을 했어요.”

필리핀에서 찍은 그녀의 사진들은 어떻게 보면 실패한 보도사진가로서의 커리어에서 한 발 나아가는 행보일 수 있다. 알-아라시는 아랍계 미국인이자 무슬림 여성의 베일에 가려지지 않는 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거의 접할 수 없는 중동 여성의 모습을 통해 고정관념이 돼버린 사회적 인식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북부 예멘에서 촬영한 검은색 아바야와 히잡으로 몸을 가린 초상화가 있다. 배경은 마치 달에 있는 듯 황량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의 캡션은 다음과 같다. “예멘에서의 자화상 촬영. 여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당신을 만든 사람이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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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백가경
  • 모델 Yumna Al-Arashi
  • 포토그래퍼 Yumna Al-Arashi
  • Lynsey Addario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