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제조법, 최대한 쉽게

따라하기만 하면 3개월 안에 차트 1위의 히트곡을 만들 수 있다고?

히트곡 제조법, 최대한 쉽게

BTS가 전 세계 내로라하는 대중음악 차트를 갈아엎고 있다. K팝이 ‘힙’의 기준이라도 된 것 같은 요즘, 제목 자체만으로 눈길을 끄는 책이 나왔다. 워크룸에서 나온 신간 <히트곡 제조법>은 1980년대 영국의 대중음악 씬에서 인기를 얻었던 곡들을 다채롭게 분석하는 실용서다. 혹자가 말하듯 성공의 공식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걸까? 단 3개월, 이 책에서 하라는 대로 곡을 만들면 1위 히트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단다.

당신이 음악 업계의 현직자 혹은 음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만년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재밌으니까. 더불어 너도나도 크리에이터인 이 시대에 ‘창작욕’을 불태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마치 어딘지 좀 웃기고, 매번 맨땅에 헤딩하는 동료가 SNS에 갈겨 쓴 메모를 보는 것 같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해주면서 ‘까짓거! 나도 뭐든 만들고 쓸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의 저자를 소개하면 KLF라는 영국 2인조 음악 그룹이다. 힙합을 베이스로 애시드와 앰비언트 하우스 성향의 음악을 선보이며 1990년대 초까지 다수의 히트곡을 쓴 스타다. 대중음악의 통념과 신화를 깨부수기도 하고 그 속에서 완전한 승자가 된 적도 있는 이 그룹은 소위 ‘썰’ 같아 보여도 유익한 이야기만 해준다.

더불어 영국의 원저를 한국 실정에 맞게 옮겨 쓴 미묘의 존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현재 음악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이면서 다수의 매체에 케이팝 아이돌에 관한 칼럼을 쓰는 대중문화 평론가다. 그는 KLF가 곳곳에 쏟아내는 실질적인 노하우나 정책, 법률 등을 국내 실정에 맞게 구체적으로 풀어쓴다. 익살스러운 어투 때문인지 본문보다 그가 쓴 주석이 더 흥미롭게 읽힐 정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유튜브를 켜놓고 읽길 바란다. 일단 한 장씩 넘기다보면 1980년대를 빛냈던 전설적 트랙들이 쉴새 없이 쏟아지는데, 텍스트와 함께 들으면 재미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아래에는 <히트곡 제조법>에서 발췌한 것으로, 장르 불문하고 방황하는 창작자에게 유용한 문장들이다. 

“하위문화 애티튜드에 관해서라면 또 한 가지 유용한 팁이 있다. 순혈주의는 버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타라. 설탕을 뿌려라. 앞에서 언급한 토니 제임스 유의 인간 중 누군가는 바로 이걸 이해했다. 누구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25쪽)             

“사람을 대할 때는 그들이 당신과 한 팀이라고 또한 당신이 그들의 의견과 손길을 존중한다고 느끼게 해주자. 누군가의 성공 가도에 함께하는 건 누구에게든 기분 좋은 일이다.”(42쪽)

“오후 3시가 넘었다면 스튜디오 예약도 했겠다 라디오 1을 틀고 <스티브 라이트 인 디 애프터눈>을 듣자. 어떤 각도에서 보면 스티브 라이트는 천재다. 그 정확한 각도는 직접 찾아내 보자.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DJ이다.”(43쪽)

“월요일 저녁은 친구네 집에서 보낸다. 혹시 빌릴 만한 음반이 있는지 본다. 그보다 중요한 건 당신 작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에게 쓸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 보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천재적이다. (중략) 밤이 되면, 잊지 말고 아침 8시에 알람을 맞춘다. 할 일이 있다면 자기 전에 하고, 그룹명으로 떠오르는 게 없는지 생각해보라.”(53쪽)

“1982년 결성된 맨체스터의 록 밴드 더 스미스(The Smiths). 쓸쓸하고 우아하며 염세적인 감성의 가사로 유명하며 후대의 음악가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영국 팝에 기타와 록이 되살아난 이유라고도 한다. 그렇다 보니 영국 음악 덕후들이나 ‘마이너 감성’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각별한 이름이다. 이를테면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도 주요 모티프로 등장하고, 한때 홍대 앞에 ‘스미스’라는 이름의 바가 있기도 했다. 그런 느낌이란 얘기다”(55쪽, 54번째 주석에서 발췌)

“하지만 인디 신에서 여드름 꼬마도 찌질이도 아닌, 분명한 대중적 어필을 지닌 작품이 등장하는 건 결국 시간문제였다. 바로 마스(Marrs)의 ‘펌프 업 더 볼륨(pump up the volume)’이었다. 이게 분기점이었다. 이 음반은 UK 1위를 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히트했다.”(59쪽)

“우리가 너무 허세 부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선언하면, 댄스 음악과 춤을 통해 인간은 잠시나마 태초의 낙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대낮의 햇빛 아래 다시 생각하면 손발 오그라드는 소리다.”(76쪽)

“코러스의 가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외에는 어떤 것도 다뤄선 안 된다. 시니컬한 의미나 잔머리 전혀 없이 말하건대, ‘클리셰에 매달려라’. 클리셰는 우리가 모두 느끼는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에 클리셰인 것이다. 가사가 지적으로 훌륭하거나 낯설고 새로운 사상을 다루기 때문에 많이 팔리는 음반이란 없다.”(86쪽)

“마지막으로 부채질을 하자면, 인디 출신 밴드의 벚꽃 노래가 유행하고 <무한도전>이 ‘나만 알고  싶은 밴드’들을 줄줄이 길어 올리던 시절을 기억하라. 그리고 그때 인디 신에서 나온 한없이 따분하던 무수한 음반을 기억하라. 좋은 음악은 배고플 때 나오는 게 아니다. 희망이 없을 때 나온다. 이 책에서 말하는, 히트곡을 제조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처럼”(216쪽, 옮긴이의 글에서 발췌)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워크룸
  • 영상출처 유튜브 채널 'SoundsIUsedToHear', 'The Beatles', 'Chris', 'beat68', 'The Smiths', '4AD', 'Eagle Rock', 'morrisjrs1965', '씨티알_제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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