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영상의 민낯

미술 전시 <미디어펑크: 믿음·소망·사랑>은 짜릿하고 재미있기만 한 영상의 민낯을 폭로한다.

‘오염된 혀’, 최윤이, 이민휘

2019년을 사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먹고 웃고 속삭이고 움직이는, ‘영상’과 사랑에 빠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동영상에 특화된 스토리 기능이 생긴 것만 봐도 그렇다. 유저들은 하루 평균 32분 이상 스토리 기능에 머문다. 해당 기능이 추가되기 전보다 훨씬 더 오래 체류한다. 영화, TV, 유튜브 채널, 스트리밍 영상 등 영상이 재패한 이 세상에서 <미디어펑크: 믿음·소망·사랑>전은 좀 삐딱한 필터를 끼고 그것을 바라본다. 악의적 편집, 무비판적 신뢰, 어떤 제재 없이 전파되는 가짜 희망, 맹목적으로 시청하게 만드는 요란한 시각적 효과 등 영상이 지닌 맹점을 은유적으로 폭로하기 위해서다. 

<미디어펑크: 믿음·소망·사랑> 전시 포스터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르코미술관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미디어-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영상 작품, 영상 이미지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담론을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아카이빙의 일환으로 쾌락주의의 극단에 서 있는 영상 이미지를 아티스트들의 눈을 통해 낯설게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두 작품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거대한 VCR에서 흡사 사회주의 체제에서 사상을 전파하는 사람이 등장해 ‘뽕끼’ 가득한 노래를 부른다. 심지어 기괴한 분장을 하고 스톡 이미지에서나 볼법한 작위적인 배경 앞에서 말이다. 음악가 이민휘와 최윤 작가의 협업으로 제작된 작품 ‘오염된 혀’는 최근 한국사를 비추는 현상을 ASMR, 대중가요, 선전 문구 등의 어법을 차용해 총 여섯 가지의 곡을 들려준다. “나라를 부르지 마라 나라를 부르지 마라(중략) 나라 어머니는 약장수였다네 나라 아버지는 싸움꾼이었다네 그들 자식 이름은 나의 나라였다네”처럼 진중한 문제를 담은 노랫말과 비디오에 풍자적 요소를 녹여냈다.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 파트타임스위트

두 번째는 영상 이미지의 최전선이라고도 할 수 있는 VR(가상현실)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다. 이 작품은 제목처럼 관람객은 360도 VR 헤드셋을 끼고 추락하는 비행선에 탑승하여 겪는 일련의 상황을 다룬다. 아티스트 파트타임스위트는 관람객을 신도시 지역의 폐허, 지하 벙커, 전자 쓰레기장, 광장, 공사장 뒤편, 고시원 등으로 던져놓는다. 이 장소의 공통점을 찾자면 찬란한 미래를 실현해줄 것 같은 희망이 존재했다는 것. 하지만 ‘너’라고 불리는 관람객들은 희망찬 미래에 닿지도 못하고 궤도를 이탈하여 미지의 세계로 떨어지고 만다. 드론을 타고 상공으로 유유히 올라갔다가 꽃잎들과 함께 추락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누구나 카메라와 편집 프로그램만 있으면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고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비로소 실현될 걸까? 하지만 혹자는 무비판적으로 생산되는 신뢰할 수 없는 영상들을 쓰레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믿고 보는 영상 콘텐츠들이 헛된 소망을 어떻게 전파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영상을 사랑해야 할지, 그 시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0월 2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티켓 무료.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아르코미술관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