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로운 빌딩 딜도

"자위는 뉴욕의 건축 동향을 나타내는 굉장한 은유다"

핑크색 실리콘으로 만든 딜도와 애널 플러그, 그 모양이 심상찮다. 길게 뻗은 외형과 작게 표현된 창문을 보니 영락없는 건물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볼프강 & 하이트(Wolfgang & Hite)가 만든 이 섹스토이는 뉴욕 허드슨 야드에 세워진 호화로운 빌딩을 축소해 그대로 모사했다.

뉴욕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강 유역은 지금, 보기만 해도 아찔한 마천루가 끊임없이 건설되고 있다. 금융가 월스트리트나 상업지구 미드타운 이후 이곳이 새로운 중심가로 부상할 거라 예견하는 사람도 있지만, 몇몇 건축 비평가들은 물질주의적이고 급진적인 개발을 비판한다. 볼프강 & 하이트 역시 ‘장소성’이 부재한 허드슨 야드의 건축을 자위용 섹스토이에 비유했다. “뉴욕에서 일고 있는 건축 ‘붐’에 엄청난 관심이 쏠리지만, 뉴욕과 도시 개발자들은 수십 년 동안 서로 자위하는 꼴이었다. 자위란 단어는 뉴욕이란 도시의 건축 동향을 나타내는 굉장한 은유다”

이들이 디자인한 섹스토이는 허드슨 야드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을 빼닮았다. 항문에 끼는 애널 플러그는 건축가 토마스 해더윅의 벌집 보양의 건축물 ‘베셀’을 모티브로 했으며, 이외에도 건축회사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가 설계한 문화 센터 ‘더 셰드’ 등의 빌딩이 포함됐다.

2008년 건축 비평가 에이다 루이즈 헉스터블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허드슨 야드의 건축물이 놀랍게도 섹스 토이를 닮았다”고 불평한 바 있다. 더불어 “맨하튼에서 가장 크고 가장 최신이며 출입이 제한이 가장 엄격한 커뮤니티가 뉴욕의 ‘이웃’으로서 가치가 있느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허드슨 야드는 시민들에게 공간적 청사진을 보여주기는커녕 부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 것이가. 볼프강 & 하이트는 두 얼굴의 도시 허드슨 야드에 ‘자위’라는 개념으로 날 선 비판을 던졌지만 비판에서만 그치진 않았다. 이들은 훗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뉴욕시 기획재정부와 건축 관계자 오너들에게 섹스토이 세트를 보냈다고. 다시 생각해보면, 자위는 섹스에 도움을 주며 섹스는 근본적으로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자위의 긍적적 의미처럼 허드슨 야드의 욕망에만 충실했던 건축 열기가 건강한 방향으로 선회하길 기대한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Wolfgang & Hite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