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건축, 크루징 파빌리온

"새로운 섹스를 탐험할 수 없는 도시는 쓸모 없다."

지금 스톡홀름에서는 ‘플레이보이’의 DNA와 일치하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크루징 파빌리온>이라는 전시로, 디자인과 건축 전문 미술관 아크데스(Arkdes)에서 섹스의 새로운 면을 소개한다. 크루징(cruising)은 주로 게이 남성이 공원, 공중화장실, 클럽, 대중목욕탕 같은 공공장소에서 섹스하거나 섹스할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대상을 남성 게이에 국한하지 않고 LGBTQ+의 문화로 확대하여 해석했다. 과거에는 성 소수자들이 특정 장소에서 오프라인으로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이제는 데이팅 앱과 도시의 발전, LGBTQ+ 문화와 함께 크루징 역시 진화하는 중이다. 큐레이팅 콜렉티브 ‘크루징 파빌리온’은 이러한 변화를 2년간의 리서치와 함께 이번 전시에 녹여냈다.

 

전시는 관람객들을 연속적인 환경으로 초대한다. 클럽 바, 암실, 침실 순서로 전 세계적인 예술가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크루징을 해석하고 곁눈질한 결과를 담았다. 바에는 붉은 네온 조명이 켜져 있고 침실에는 신비로운 푸른 조명이 공간을 지배한다. 곳곳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어두운 공간이 있으며 섹슈얼한 감성을 자아내는 디자인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크루징 파빌리온을 구성하는 큐레이터 피에르 알렉산드레 마테오스와 아티스트 라스무스 마이럽, 건축가 옥타브 페로는 건축 분야에서 게이 섹스는 여태껏 조명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덧붙여 관람객들 게이 섹스의 그 복잡성을 감상하고 그중에 디자이너, 건축가가 있다면 섹슈얼리티의 진가를 더 많이 알아봐 주길 바란다고 했다.

크루징 파빌리온의 작업은 게이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실험이 아니다. 레즈비언 여성에게 크루징이 어떤 의미일지, 혹은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원하는 크루징은 어떤 형태일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성에게 공공장소는 대게 위험한 공간이에요. 도시에서 늦은 밤 홀로 걷는다는 것은 아주 많은 여성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큐레이터 마이럽은 도시가 섹슈얼리티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평화롭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설명한다.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도 마음 놓고 연애하고 섹스할 수 있는 도시. 건축적인 측면에서 섹슈얼리티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나? “새로운 섹스를 탐험할 수 없는 도시는 쓸모 없다.” 크루징 파빌리온이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포토그래퍼 Johan Dehlin
  • 사진제공 Cruising Pavilion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