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서 온 예술

지금 당장 당신을 해변과 우거진 숲으로 데려갈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몇 년 전부터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작품을 미술 전시 공간에서 보는 일이 흔해졌다. 하지만 전시장의 모든 작품이 최신 기술로 제작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피터앤더울프, 프로덕션컴퍼니은, 케이투소프트가 플랫폼엘에서 공동 기획한 전시 <퓨처데이즈>가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유다. 11월 8일부터 17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카이빙 아티스트로 아시아 최초로 선정된 크리에이티브 그룹 ‘프로젝트 은(ONN)’의 국내 첫 XR(확장현실) 전시다. 확장 현실이란 컴퓨터 기술과 웨어러블 기기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가상의 결합, 다시 말해서 VR, AR, MR의 융합을 뜻한다. 동시대의 기술의 최전방을 가늠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미래의 예술’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정 표시가 된 부분에 애플리케이션에 내장된 카메라를 가져다대면 거대한 무용수가 나타나거나 작품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11월 한 달간 전시의 일부를 언제든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총 4관으로 구성되며 프로젝트 은이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퍼포밍 아트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구현한 6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1관의 작품 ‘안개-해변가’는 전시장 벽면에 거대한 바다가 넘실대고 바닥은 실제 모래가 깔려 있다. 공기와 습도, 소리까지 완벽하게 바다를 재현한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거닐 수 있다. 관람 도중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백발의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최신 기술이 선사하는 확장된 경험을 통해 현대인에게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작곡가 김인현의 작품 ‘로스트 화이트’는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았다. 공간에 들어서면 세계 5대 스피커로 손꼽히는 메이어사운드의 이머시브 오디오 기술을 통해 김인현이 작곡한 오라토리오를 감상할 수 있다. 동시에 화이트 큐브에 그려진 잃어버린 물건, 흰 물건의 드로잉, 이 뿐만 아니라 확장현실로 구현된 빼곡한 도심 속에 마치 거인처럼 서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낮게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대보면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디지털 기술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실용성만 부각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점 때문에 개막 첫 한 주에는 20대의 젊은 관객들이 대거 몰렸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이번 전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으니, 서둘러 방문해보길 바란다. www.futuredays.kr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플랫폼엘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