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관람불가

한국 영화에 붙었던 이 빨간딱지는 누가, 왜, 어디에 붙였나?

외설 단속에 걸렸던 박종호 감독의 영화 <벽 속의 여자>(1969)

1956년 영화 <자유부인>은 포옹과 키스 씬이 삭제됐고 <오발탄>(1961)에서는 아이를 업고 목맨 여인, 미군이 희롱하는 장면이 강제로 편집됐다.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에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가짜 아닌 게 없다”는 대사와 대학 휴강 장면을 스크린에서 들어냈다. 북한 병사를 인간적으로 그리면 반공법 위반이고 어두운 사회 현실을 묘사하면 불온한 것으로 간주하여 전면 개작 대상이 되거나 상영 금지를 당했다. 영화 속 청년들은 건전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그려질 것을 강요받았고 욕망에 솔직하고 능동적인 여성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위험한 존재로 취급받았다.

1961년부터 1969년까지 검열됐던 영화를 시대순으로 구성한 장면

한국 영화는 태동부터 검열의 대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선보인 영화부터 전쟁, 군사 정권기를 거치면서 오랫동안 권력의 지배에 그대로 노출돼 온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 영화가 100주년을 기념하여 1920~60년대의 영화를 대상으로 어떤 검열이 있었는지 풍부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 <금지된 상상, 억압의 상처-검열을 딛고 선 한국영화 100년>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화한 필름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 많이 있다. 

2006년 중국전영상자료관에서 발굴하여 복사 수집한 영화  <미몽>(1936)의 필름.
1970년대 검열실을 재현한 공간
실제 검열에 쓰였던 서류 자료

전시의 시작은 시대별로 어떤 검열이 있었는지 자료를 바탕으로 검열의 역사를 짚어본다. 이후 벽면 가득 펼쳐진 검열서류와 1970년대 검열실을 재현한 공간에서 삭제된 필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선정성과 폭력성이 과도한 작품의 경우에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의 제한된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영화는 어디에 당도했을까?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정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가 돌연 물러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례나 ‘제한상영가’ 등급에 관한 논란을 보면 검열의 시대는 현재 진행 중인 듯하다. “이 한편을 안 트는 순간, 그다음에 무엇이 오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2020년 3월 22일까지,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 www.koreafilm.or.kr/museum/main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