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합본호 19

한판 할까? 딕싯!

아이스브레이킹은 물론 속 얘기를 들춰낼 보드게임을 추천한다.

연말연시 모임이 유독 많은 요즘, 크고 작은 모임에서 대화의 주제는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안부를 묻고 연애에 대해 얘기하다가 추억을 팔게 된다. 물론 그런 대화도 좋지만 오래 봤던 사람들과 전혀 색다른 얘기로 대화를 하고 싶거나 서먹한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의 온기를 빠르게 지피고 싶다면 프랑스의 보드게임 <딕싯 Dixit>을 추천한다. 테이블 위에 좋은 술과 미묘한 호감 전선이 놓인 자리라면 더더욱.

딕싯은 라틴어로 ‘말하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보드게임 앞면에 적힌 ‘하나의 그림 속에 천 가지 생각’이라는 문장만큼 이 게임을 잘 설명하는 것도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장루이 루비라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카드를 여러 사람이 각자의 배경지식으로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큰 희열을 만끽할 수 있다. 2008년에 프랑스 발매된 이 보드게임은 다른 보드게임들이 수읽기, 빌드짜기, 주사위 굴리기 등으로 두뇌를 풀가동시킬 때 오로지 감성에 의존한 알레고리로 업계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처음 프랑스판이 만들어지고 난 후 이듬해 초 황금 에이스 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한국어판을 비롯한 다국어 판이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졌다. 이후부터 치솟은 <딕싯>의 인기는 현재진행 중이며 보드게임의 본거지라고 불리는 독일에서도 가장 큰 권위를 지닌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임 규칙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모임의 한 명이 이야기꾼이 되어 자기가 내고자 하는 카드의 특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묘사한다. 일상적 문장, 노래의 한 구절 등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후 이야기꾼의 묘사에 따라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를 한 장씩 내고 모인 카드를 순서를 섞어 앞면으로 펼친다. 이야기꾼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이 이야기꾼이 낸 카드를 맞혀야 한다. 만약 모두가 맞히거나 아무도 맞히지 못하면 이야기꾼은 득점할 수 없다. 그러니 발화자는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정답과 오답이 골고루 나오도록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 그림을 보고 묘사하는 게 다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장루이 루비라가 그린 그림은 보자마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승패는 잊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푹 빠진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대화들이 주위를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모임 구성원 중에 평소에 호감이 있었거나 오늘 처음 봤지만,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딕싯으로 빠르게 그(녀)를 파악해보자.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사진제공 Nikoletta Lia Muhari / 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