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합본호 19

거장의 증류주 찾기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는 역사, 희소성 그리고 특출난 맛의 증류주를 찾아 나선다.

탐 자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베일리스 아이리시 크림’, ‘말리부 럼’ 그리고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큰 성공을 거둔 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2018년 10월에 작고한 증류주 사업가 자고와 그의 동료, 제임스 에스페이와 피터 플렉은 그들 커리어의 황혼기로 이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대중성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귀하고 특별한 술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셋은 증류주 업계의 권위자다. 자고는 없어서는 안 될 증류주들을 만든 숨은 창조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에스페이와 플렉은 다양한 증류주 회사에서 고위 간부로 일해왔다. 이들이 함께 만든 가장 최근, 그리고 마지막 증류주 제조사인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Last Drop Distiller)’는 그들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에 반하는 기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라스트 워드(Last Word)’라고 불리는 부티크 호텔 체인을 소유한 에스페이의 친구 부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12년쯤 전, 에스페이의 친구는 그의 호텔 바에 넣을 하우스 위스키를 찾으면서다. 에스페이와 플렉은 증류주 업계에서 뿌리가 깊은 인물이기 때문에, 이들은 아주 희귀하고 훌륭한 술 중 많은 수가 스코틀랜드의 양조장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둘은 찾아 나설 마음이 있었다. 물론 그들 세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딸들도 이 사업에 기꺼이 뛰어들었으며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리 역사가 뛰어나도, 아무리 양조장이 훌륭해도, 아무리 희귀한 증류주라 하더라도, 마셨을 때 진심으로 즐겁지 않다면 구입하지 않아요.”

현재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의 브랜드 전략팀 수장이 된 비니 게라츠-에스페이는 많은 술을 시음해보던 아버지의 열정을 본받고 있다. “아버지와 동료는 이런 술통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미 퇴직한 상태여서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었죠”라고 게라츠-에스페이는 회상했다. “그래서 그들은 직접 스코틀랜드 북부지역에 가서 사람들에게 그들이 찾는 술통들이 혹시 있는지 물어보고 다니셨죠.” 회사의 전무이사인 레베카 자고에 따르면, 이 둘은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의 첫 증류주를 찾기 전까지 100가지가 넘는 위스키를 시음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그가 죽는 날까지 그가 마셔본 위스키 중 최고였다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이들의 작업은 업계에서 적잖이 화제가 됐고, 사람들은 또다시 새로운 술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이 둘은 코냑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은 코냑이 매우 심한 규제를 받는 산업이 되었지만, 스카치(스코틀랜드산 위스키)만큼 오래전부터 규제를 받아오지는 않았어요”라고 그는 설명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사람들이 그다지 꼼꼼하게 기록을 남기지 않았죠. 특히 소규모 양조장들은 더 그랬어요. 헤네시(Hennessy)나 마텔(Martell) 같은 제조사의 경우에는 가지고 있는 모든 술통을 기록하겠지만 증류주를 만들고 더 큰 양조장에 납품하는 작은 양조장들은 구체적으로 기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에스페이와 플렉은 또다시 돌아다니며 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하기도 하고 작은 양조장의 헛간 구석구석을 뒤졌다. 그 결과 그들은 또 다시 보물을 찾아냈다. “코냑은 오랜 기간 한 가족이 대를 이어 사는 매우 작은 집에서 발견했어요. 현재 집 주인의 할아버지가 증류한 후 그의 유산이라며 보관해오던 것이었죠”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첫 위스키처럼 이들이 찾아낸 코냑도 금세 팔렸다. “사람들은 ‘이제 다음엔 무엇일까?’라고 기대를 하기 시작했고, 우리 사업은 멋진 방향으로 발전하게 됐어요”라고 게라츠-에스페이는 말한다.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는 2008년에 공식적으로 설립됐으며, 2014년에는 레베카와 게라츠-에스페이가 현재의 직책을 맡게 됐다. 첫 작업이 기준이 됐다. “처음 우리의 고급 증류주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오래되고 희귀하고 맛이 좋은 증류주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어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하지만 희귀한 증류주의 특성상 양이 매우 적었다. 자고와 에스페이는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포트폴리오를 세우기 위해 위스키와 코냑 외 다른 술도 찾기로 나섰다. 철저한 검토 후, “진이나 보트카는 절대 우리가 다루는 술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이 두 주류는 오래 숙성하지 않았을 때 더 맛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술의 산지 또한 무척 중요하다. “스카치의 경우에는 괜찮아요. 왜냐하면 스카치 위스키 산업은 워낙 심한 규제 때문에 스카치가 가짜가 될 가능성은 유리병에 담겼을 때예요. 하지만 우리는 나무 술통 채로만 구매하기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은 없죠”라고 레베카는 설명한다. 하지만 직감도 무척 중요하다. “프랑스로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산 브랜디의 일종인 아주 훌륭한 아르마냑을 판매할 수 있다는 어느 큰 회사를 소개받았어요”라고 말한다. “가서 그들과 만났는데, 1888년도에 제조되었다는 아르마냑을 보여주더라고요. 아마 알고 있겠지만, 중국에서는 8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1888이라는 숫자는 참 유별나고도 특별하게 들린다고 볼 수 있죠. 그들은 저에게 판매할 수 있는 1888년산 아르마냑을 2,000L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시음해봤는데 1888년산이라고는 믿을 수 없더라고요. 항상 냉소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오래된 저장고를 뒤적이는 일, 그리고 실제로 술을 선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화려하지 않다.

일단 후보 증류주를 선택하고 나면, 게라츠-에스페이와 레베카가 런던의 “지루한” 사무실이라고 일컫는 본사에서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 팀 전원은 이 후보를 검열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전에 출시했던 증류주를 표본이자 검열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맛보는 95%의 후보들이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다. 여기에서도 직감과 개인이 느끼는 술의 맛이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게라츠-에스페이는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술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절개를 지킨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술만 출시한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게라츠-에스페이는 말한다. “아무리 역사가 뛰어나도, 아무리 양조장이 훌륭해도, 아무리 희귀한 증류주라 하더라도, 마셨을 때 진심으로 즐겁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을 구입하지 않아요.”

“구입한 증류주의 양을 원래 있는 것보다 축소해 말하지 않아요. 술을 병에 나눠 담을 때에는 한 방울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병에 담는답니다.”

양조장의 배경이나 역사에 빠져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그와 함께했던 마지막 출장에서 레베카는 프랑스 코냐크 지방에 있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제조한 보물과도 같은 코냑을 보유하고 있는 양조장을 방문했다. 헛간에 도착했을 때, “문에 커다란 자물쇠가 있었고 그 안에는 코냑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어요”라고 그는 기억을 상기하며 말한다. “1906년, 1912년 그리고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술통들이 그곳에 있었는데 저는 솔직히 ‘이거다, 우리가 다음에 출시할 술을 찾았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아버지와 함께 그곳의 술을 마셔보며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농장 주인에게 술 샘플을 본사에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주인은 그들이 열광적인 반응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본사의 회의실에서는, “술을 맛본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어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그들은 이 술이 오래되기는 했고 이야기가 매우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술 자체는 별로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농장 주인에게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 구입할 수 없다고 전해야만 했어요”

다행히 그들이 가장 최근에 출시한 증류주는 이 모든 시행착오를 만회했다. 나중에 다시 코냐크 지방을 방문했을 때, 레베카는 17세기부터 농장을 소유해 온 한 가족의 가장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1940년 그 지역에 나치들의 도로가 생겨날 거라는 소문이 돌자 양조업자였던 집 주인의 할아버지는 재빨리 그가 1925년에 만든 귀중한 그랑 샹파뉴 코냑 2통을 벽 뒤에 숨겼다. 이 술통들의 존재는 약 80년 정도 잊혀지고 있었다가 집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우리 모두 그 맛이 어찌나 훌륭한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어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안타깝게도 기대했던 것만큼 술의 양이 많지는 않았어요. 보유량 중 일부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병입 시설에 가는 도중 술통에서 흡수되기도 했고요.

게라츠-에스페이와 레베카는 그들이 하는 일이 불안정한 사업 모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양조업자에게 그들이 만든 술을 판매하라고 설득하는 것도 처음에는 꽤 힘든 작업이었다. ‘라스트 드롭’ 레이블을 달면 그들의 증류주가 특별한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제조업자에게 이해시키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가 버림받은 채로 있던 증류주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주기 시작하자 양조업자들은 술이 가진 희귀성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병에 넣고 고급주의 희소성을 높이기도 했다. ‘라스트 드롭 디스틸러’는 꾸준한 수익원이 될 만한 보다 저렴한 기본 제품이 없다. 게다가 새로운 브랜드들이 이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오면서 경쟁 구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예전보다 경쟁사들이 많아진 시장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신조 덕분에 우리는 다른 곳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이 두 여성은 애초 그들의 아버지가 세운 사업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이름만 봐도 이해가 될 거예요”라고 레베카는 말한다. “라스트 드롭(마지막 한 방울까지)이라는 우리 회사명은 우리가 술의 희귀성을 임의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해요. 구입한 증류주의 양을 원래 있는 것보다 축소해 말하지 않고요. 술을 병에 나눠 담을 때에는 한 방울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병에 담는답니다.”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번역 이연정
  • SHANA CLARKE
  • 사진제공 Jaroslaw Pawlak/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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