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 합본호

사이다의 컴백

외면당했던 사과 발효주가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단맛이 강한 맥주의 대용으로, 외면당한 지 오래된 하드 사이다(사과 발효주)가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랜 기간 사람들의 외면을 꿋꿋이 버텨온 하드 사이다이기에 충분히 얻을 인기라고 여겨진다.

사이다, 혹은 사과 발효주는 인간이 사과를 처음 발견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이다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문화에 걸쳐 취기를 느끼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로 기록되어 왔다. 미국 건국 초기에는 정당한 이유로 어디에서든 하드 사이다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사이다가 물보다 안전한 마실 거리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존 채프먼이라는 스베덴보리 선교사는 1800년대 후반부터 50년간 미국 전역에 이 과일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그의 노력으로 현재 미국 전역에서 사과가 재배되고 있다. 그가 조니 애플씨드라는 신화적인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채프먼은 접붙이기를 하는 대신 땅에 사과 씨를 심어 사과나무 농장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갔다. 씨를 심어 자란 사과는 “크랩 애플(crab apples)”이라는 종으로 불리게 됐다. 이 사과는 시큼하고 타닌 성분이 많아 쓴맛이 나는 품종으로 나무에서 바로 따 먹기에는 좋지 않지만 사이다로 제조하기에 완벽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이다는 그 후 100년 이상 미국에서 사랑받았다. “이질에 걸리는 것보다 술에 취하는 것이 낫죠”라고 뉴잉글랜드의 에덴 사이다(Eden Cider) 소속 영업부장인 제프 러셀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던 사이다도 찾기 힘들어졌다. 그 결과 과수원이 버려지고, 과실이 달려있던 사과나무도 관리받지 못했다. “한때 다른 어느 나라보다 사이다용 사과품종이 가장 많았어요”라고 러셀은 말한다. 미국 양조업자들은 일 년 정도면 곡물을 키워 발효시키고 병입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수원들이 사이다를 만들 수 있는 만한 상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렸다. 이 시기는 물 정수 시설도 발명됐고, 미국인들의 입맛도 바꼈다. 20세기가 도래하고 있는 때였다.

지난 10년간 사이다가 완전히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사실 사이다가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시 사랑받게 되기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을 뿐. 큰돈을 벌 수 있는 거대 제조사들과 점점 떠오르고 있던 작은 제조사들이 열정을 가지고 새로 하드 사이다 사업에 손을 댔다. “처음 사이다가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은 미국과 캐나다의 제조업자 중 많은 수가 미국 전역의 사과 농장을을 찾고 투자하기 시작하면서였어요”라고 오스틴의 페어웨더 사이다(Fairweather Cider)의 파트너인 존 스테이플스는 설명한다. “과수원과 사과 농부들이 매우 훌륭한 품종, 즉 당분과 타닌 함유량이 높은 그들 집안의 신종 사과를 재배하도록 하는 것이었죠.”

“우리는 지금의 시스템을 믿지 않는 무정부주의자들로 우리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라며 카웨키는 열변을 토하며 말한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랍니다”

신종 사과 품종은 보통 요리용 사과(일반 마트에서 쉽게 구입 가능한 디저트 사과나 테이블 사과)와 사이다용 사과(톡 쏘고 타닌 성분이 많이 든 사과)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금주법 이후 사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이 더 이상 재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품종들을 포함해 이 두 부류의 사과 품종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페어웨더는 오리건주의 과수원과 파트너쉽을 맺어 전통적인 사이다용 사과뿐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 사과까지 활용하면서 보다 현대적인 사이다 사업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사이다용 사과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매년 버려지게 될 사과를 활용하는 것이 사이다 제조업자들이나 생산자들의 입장에서는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마트용으로 재배되지만 다 소비되지 못하는 사과 품종이 매우 많아요”라고 스테이플스는 말한다. “예전에는 우리가 직접 우리 사과를 압착했지만, 도시인 오스틴에 있다 보니 과수원이나 발효할 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과 농부나 과수원에서 사이다 제조업자들을 위해 사과를 대신 압착해준답니다.”

요리용 사과를 사이다에 사용하며 페어웨더는 현대적 제조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적어도 미국 사이다제조협회(United States Association of Cidermakers)에서는 그렇게 본다. 현대적인 사이다는 미국인에게 친숙한 테이블 사과 품종을 사용하는 데 반해, 전통적 사이다는 사이다용 사과 혹은 톡 쏘고 쓴맛이 있는 품종만을 사용한다.

두 스타일의 사이다가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사이다 제조에 관한 모든 것이 성문화되고 있지는 않다. 일례를 들면, 사이다 제조에 있어서 ‘드라이(Dry)’라는 단어가 매우 흔히 사용되는데 이 단어만으로도 사이다 제조가 오늘날 얼마나 제한 없이 자유로이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사이다에는 당이 하나도 없지만 어떤 사이다에는 12g까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한 없는 제조법은 예전 수제 맥주가 처음 붐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기술적으로는 그 제조법이 와인과 비슷하지만 사이다는 수제 맥주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사이다 마케터는 맥주와 같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맥주를 양조하는 것처럼 집에서 사이다를 만드는 사람 또한 늘어났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저는 오래전부터 맥주를 즐겨 마셨어요”라고 스테이플스는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와인이나 샴페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이스트(집에서 사이다를 만드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이스트) 대신 에일 이스트를 사용하는 사이다 제조법을 개발해내기 시작했어요.” 스테이플스와 그의 파트너는 텍사스주에 있는 아거스 사이더리(Argus Cidery)를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스트를 구하기 위해 지역 맥주 가게를 찾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스테이플스는 말한다. “그 당시에는 사이다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장비들이 시장에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배운 후 직접 만들어야 했답니다. 우리는 압착기와 그라인더를 제작하고 2주마다 월차를 낸 뒤 아파트에서 약 500kg의 사과를 압착했어요. 지역 비료센터를 찾아 발효시켰고요. 다 만든 후에는 파티를 벌였죠.”

페어웨더가 사이다를 즐기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데에는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스테이플스는 그의 ‘멘토’라고 말하는 오리건주의 사이다 제조업체인 레버런트 넷스 사이더리(Reverent Nat’s Cidery)의 넷 웨스트와, 페어웨더와 파트너쉽을 이룬 지역 아트 스튜디오 및 스크린 프린팅 숍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들은 그가 여러 바에 샘플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게 되기 전까지 협력자들에게 그를 소개해줬다. 그 결과 다양한 바에서 사이다 납품 약정서를 작성해줬고, 이로 인해 그는 투자자를 유치하고 영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접 발로 뛰고 혼자 다 해결해야만 해요”라고 스테이플스는 말한다.

사이다 제조업자인 브랜든 카웨키도 동의한다. “개인적으로도 사이다 제조 커뮤니티가 요즘 번창하고 있다고 느껴요. 서로 도와주고 싶어 하죠. 누군가 사과나무가 있는데 압착기가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 사이다를 만들어요.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거죠.” 그가 만들고 있는 소규모 생산 사이다 ‘더 밸리! 더 마운틴스!(The Valley! The Mountains!)’는 그와 그의 아내가 주운 사과를 뉴욕에서 빌린 압착기로 압착해 만든 약 200L의 사이다로부터 탄생했다. 부부는 그때 이후 리빙스턴 매너 북부로 이사해 여전히 주운 사과로 사이다를 만들고 있다. “이곳 설리번 밸리의 사과나무들은 말 그대로 흙길에 비처럼 사과를 떨어뜨려요”라고 카웨키는 말한다. 사과가 넘쳐나지만, 그것을 활용해 사이다를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답니다.”

카웨키에게는 사이다를 만드는 것이 탐험이자 크랩 애플이 독특한 자연환경을 만드는 이 지역과의 교감이기도 하다. 그는 이 부분이 사이다와 맥주를 구분 짓는 점이라고 말한다. “맥주는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마음을 먹고 만드는 술이에요”라고 카웨키는 말한다. “갑자기 맥주를 우연히 발견하거나 하지 않죠. 다시 말해 맥주는 계획을 세우고 만드는 술이죠. 레시피도 있고 들어가는 재료도 제조업자가 선택하죠. 어떤 목표를 위해 작업을 하는 셈이에요. ‘맥주를 만들고 싶은데 한 번 해보고 어떻게 되나 보지 뭐’라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이다의 경우에는 과일이 어디에서 자랐는지, 어떤 맛인지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와인과 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이다의 맛은 매우 다양하고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적어요. 적어도 우리가 사이다를 만드는 방법의 경우에는 그래요. 우리는 이스트를 첨가하지 않아요. 판매되는 이스트를 구입해 사용하지 않죠.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과도 구입하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요. 이제 이곳에서 살고 있으니 가능하면 이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사용하려고 한답니다.”

카웨키는 2017년에 약 750L의 사이다를 제조했다.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양에 아주 조금 못 미치는 정도였다. 그들이 만든 사이다는 대부분 농작물이나 장비를 물물교환하거나 비슷한 소규모 제조업자들의 사이다와 교환을 했다. 그는 뉴욕의 다른 사이다 제조사들인 애런 버 사이다(Aaron Burr Cider)와 웨이사이드 사이다(Wayside Cider)를 언급한다. “우리는 지금의 시스템을 믿지 않는 무정부주의자들로 우리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카웨키는 열변을 토하며 말한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에요. 우리도 결국에는 허가증을 발급받고 도시로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상품을 찾게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목표는 우리가 사과 그리고 그것이 자라는 땅, 나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이랍니다” 지난 10년간 미국 시장에서 사이다 시장은 무탄수화물 섭취의 유행과 소규모 제조업자들의 증가에 힘입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우리는 지금 소수의 겁 없는 사이다 제조업자들이 조니 애플씨드와 같이 집요하고도 개인적인 사이다 탐구에 착수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인 사이다 매출은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대규모 사이다 생산회사의 매출 급락으로 인한 현상) 우리는 의문을 품게 된다: “다음 유행할 주류는 뭘까?”

Credit

  • 에디터 김민지
  • 번역 이연정
  • AL SOTACK
  • 사진제공 EVAN WOODS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

플레이보이 합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