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정갈하고 담백한 밥이 땡긴다면, 함경도 음식 전문점 차호랑으로 가자.

직장인 점심 맛집 시리즈의 첫 시작, 이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는 간단하다. 항상 같은 지역에서 부담 없는 금액으로 ‘오늘 뭐 먹지?’라는 인생 최대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플레이보이> 사무실은 선릉역과 삼성역 그사이의 대치동에 있다. 그렇다면 시작!

오늘의 점심 키워드는 밥이 나오는 한식,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정갈한 한상차림. 그래서 찾은 곳이 대치동 차호랑이다. ‘차호’는 함흥보다 북쪽에 위치한 동해안의 어업 중심지로 함경도 음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차호랑에선 차호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홍합밥(섭밥), 황태, 가자미 요리를 정갈하게 내온다.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대치동 차호랑 내부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대치동 차호랑 내부

차호랑 내부는 파티션으로 구분돼 좀 더 편안하고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또 여러 명이 앉아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눌 수 있는 방도 있어 ‘프라이빗’한 기분마저 든다. 각종 탕과 찜, 섭밥, 가자미 요리 중에서 오늘의 선택은 홍합밥으로 알려진 섭밥, 심지어 일 인당 1만 원이다. 직장인에게 안성맞춤인 ‘만원의 행복’!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플레이보이> 디지털팀은 섭밥으로 대동단결이다. 아쉬우니까 왕만두까지.

섭밥은 오동통한 홍합이 가득 든 밥과 미역국이 함께 나온다. 여기에 깔끔한 맛이 돋보이는 애호박, 숙주나물, 시금치, 고사리, 무말랭이, 묵 반찬까지! 게다가 원래 메뉴라는 것은 인원수보다 하나 더 시켜야 제맛이다. 과장을 보태 손바닥만한 왕만두도 추가 주문했다.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호무랑 섭밥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홍합을 집중 조명한다.

인심도 후하다. 따로 요청할 경우에는 양을 좀 더 넉넉히 주니까, 못 견디게 배고프거나 평소 많이 먹는다면 주문하면서 “많이 주세요”를 외치면 된다. 먹는 방법은 곤드레밥 먹는 것과 비슷하다.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참기름은 참참 두른다.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간장과 고춧가루가 들어간 소스로 간을 맞춘다.

디렉터 Y는 참기름을 두르는 나에게 그 순간에마저 기똥찬 디렉션을 줬다. “참기름은 밥 주위 접시에 뿌려야 고소한 향이 고루고루 스며들어. 그렇게 밥에 바로 뿌리면 균일하지 않아. 내가 개발한 거야.”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여기에 양념장으로 간을 맞추면 끝. 짭조름한 맛을 선호한다면 김 가루로 마무리하자.

이쯤 되니 섭밥이 낯선 사람도 있을 듯하다. 섭은 토종 홍합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홍합 중 90%는 지중해담치다. 토종 홍합은 나이아신, 타우린, 칼슘, 철분, 엽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고, 항산화와 항염증 그리고 고혈압 예방, 피로 해소와 콜레스테롤 감소에 좋다. 골격 형성, 골다공증 예방, 빈혈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당장 내 입으로 가져와라.

이렇게 완성된 건강한 한 입. 감칠맛 도는 한 입 뒤에 뜨끈한 미역국 한 숟갈, 여기에 턱의 저작 운동을 유발하는 무말랭이 한 가닥 또는 숙주나물 무침이면 완벽하다. 섭밥은 섭밥 나름의 맛도 있지만, 곁들이는 반찬 따라 변하는 맛은 천양지차.

직장인 점심 맛집 1편 - 선릉역 차호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애호박 무침, 숙주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묵, 무말랭이, 고사리 무침

반찬의 간은 전반적으로 딱 알맞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자극적이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집밥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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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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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가른다.

왕만두는 8,000원에 다섯 개가 담겨 나온다. 일단 말 그대로 ‘왕’ 크다. 도톰한 만두피가 고기, 갖은양념으로 똘똘 뭉친 만두소로 꽉 차 있다. 아쉬운 점은 정말 크기 때문에 깔끔하게 먹기 힘겹다는 것과 만두피 표면이 덜 촉촉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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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빈 그릇. 든든한 포만감 덕분에 ‘열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차호랑에선 와인도 판매하고 있는데, 홍합과 와인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물론 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낮술 즉, 점심시간에 와인은 조금 무리겠지만.

총평 선릉역 먹자골목과 대치동 포스코빌딩 근처에 위치한 차호랑.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에서 건강한 함경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기본 반찬의 간도 적당한 편. 아재 향이 물씬 풍기는 한식집을 피하고 싶을 때 갈 만하다.

아쉬운 점 촬영 당일 밥에 찰기가 덜 했다. 며칠 전 좀 더 이른 시간에 갔을 땐 탱글탱글한 ‘물광 밥알’이었는데, 언제 방문하냐에 따라 밥 상태 그리고 밥맛이 조금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덜 촉촉했던 만두피도 아쉽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포토그래퍼 김원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