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12월의 노래들

서른한 번의 낮과 밤이 남았다. 흥분과 후회, 숙취와 다짐을 반복하며 맞이하는 12월의 노래들.

Arthur Russell-This Is How We Walk On The Moon ‘리버브’의 잔향 효과는 때로 입김 같다. 그는 입술이 얼어붙은 사람처럼 뭉개진 발음으로 노래한다. 첼로를 끌어안은 아서 러셀의 가장 개인적인 순간.

Yoko Ono-Walking On Thin Ice 존 레논이 총을 맞고 쓰러진 날, 그의 손에는 이 노래의 최종 믹스본이 들려 있었다. 12월 8일은 그가 사망한 날이다. 길에는 살얼음이 얼어 있었겠지.

Maxwell-…Til The Cops Come Knockin 섹스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많지만, ‘경찰이 문을 두드릴 때까지’라는 각오만큼은 넘어설 수 없다.

Bob Dylan-Winterlude “예배를 다녀오자, 그리고는 밥을 짓자, 그러다 스케이트 링크가 반짝거리면 밖으로 나오자.” 밥 딜런의 겨울과 사랑.

Charlotte Gainsbourg-Rest 2017년 ‘올해의 노래’를 살펴보며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는 밤.

윤상-새벽 윤상이 말하는 새벽은 아직 밤의 여흥이 가시지 않은 순간이라기보다 아침을 맞이하기 직전, 그 아쉬움을 담고 있다. 어제 좀 더 잘할걸. 새벽을 깨우는 교회당 종소리 같은 전주로 시작해 번쩍 눈이 뜨이는 신시사이저 연주까지, 올해 좀 더 잘할걸.

Tatsuro Yamashita-Christmas Eve 일본에선 매년 이맘때쯤 타츠로 야마시타의 ‘Christmas Eve’를 들을 수 있다. 이곡을 BGM으로 사용한, 매년 다시 봐도 가슴 뛰는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JR 도카이 철도 광고와 함께라면 더욱 뭉클한 성탄전야. 시티팝은 여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Pet Shop Boys-It Doesn’t Often Snow At Christmas 1997년, 깜짝 선물 같은 팬클럽 한정 싱글로 처음 나왔다. 2009년 신보 <Yes>와 함께 화려한 컴백으로 박수갈채를 독점하더니, 불쑥 크리스마스 EP를 내놓으며 정식 공개했다. 펫 숍 보이스와의 총천연색 크리스마스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할 텐데,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드물다는 그해 런던의 성탄절엔 눈이 내렸다. “빙 크로스비, 듣고 있나요?”

Lil Louis-French Kiss 완벽한 섹스엔 말이 필요 없다. 레이브의 기운을 품은 4분의 4박자 몽환의 하우스 드라이브.

The Kinks-End Of The Season 계절은 끝나지 않았지만, 한 해가 저무는 날. 출렁이는 연말의 흥분이 가시면 찾아오는 진짜 혹독한 날들을 맞이하는 부드러운 각오. 일단 내일이 없는 파티부터 끝내고.

Credit

  • 에디터 유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