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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보이>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들 1편

다사다난이란 말도 모자라는 2017년, 그 격랑 속에서 <플레이보이>가 주목한 40명의 한국 남자들.

올해의 남자들 1편

문재인 2017년도 언젠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거다. 지금이 어떻게 기록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첫 줄에 누구의 이름이 쓰여 있을지는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내내 사람들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남자임이 분명하다.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청와대에 입성한 날, 대통령은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하는 날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대한민국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불리기 시작했고, 사드는 결국 배치되었다. 트럼프는 위안부 할머니와 포옹을 나눴고, 대통령은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무능’이라 표현했고, 다른 이는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5년이 남았다.

이승엽 이승엽은 시즌 전 미리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고도 올해 홈런을 24개나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단단한 결심엔 변함이 없었다. “이제 정말 은퇴를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홈런 하나에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22번째 홈런을 날린 뒤였다. 그리고 맞은 시즌 최종전이자 은퇴 경기, 이승엽은 첫 타석부터 홈런을 쳤다. 하나로 모자라 연달아 한 개 더. 그리고 언제나처럼, 두 손 번쩍 드는 대신 고개 숙이고 빠르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만화 같은 결말, 품위 있는 퇴장. 5번의 MVP, 한일통산 626개의 홈런, 1498개의 타점…. 그가 남긴 기록은 오래 깨지지 않겠지만, 이제 야구장에서 이승엽을 볼 수 없다.

봉준호 어쩌면 봉준호가 할리우드의 호출을 받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전작에서 한국적인 색을 덜어내고 SF 장르적 특성을 부각하면, 할리우드 SF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위기 앞에 놓인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이야기 <옥자>의 골조가 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옥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라는 점도 특별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옥자>를 기대하면서도 걱정한 이유가 된다. 세계를 무대로 두 번째 영화를 준비한 한국 감독은 어떤 영화를 선보일까?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멀티플렉스를 대대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전자는 각자 감상이 달랐을지 몰라도, 후자는 특별한 선례를 남겼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과 독립예술영화전용관 등에서 100여 개의 스크린을 확보했고, 그 안에서도 유의미한 관객 수를 기록했다. 다양성 영화를 독과점한다는 문제를 낳았지만, <옥자>가 상영된다는 이유만으로 관객은 소규모 극장을 찾아갔다. <옥자>의 관객 수 32만 명은 한국 영화에 특별한 숫자다.

우원재 우원재는 <쇼미더머니>를 별로 즐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삶이 항상 재미난 게 아닌데, 굳이 여기라고 즐거울 필요가 있냐는 태도 같았다.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 조마조마하고, 긴 문장에 숨이 모자랄까 맘 졸이게 되지만 꼭 긴장해서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대신 아슬아슬한 것을 집중해서 볼 때의 긴장이 생겼다. 가까이서 보니 더 선명했다. 요즘 누가 저렇게 옷을 입나, 누가 저렇게 랩을 하나, 그래서 요즘 저런 래퍼가 어디 있나? 없다. “오늘도 똑같은 밤을 맞어. 그래서 똑같은 가살 썼고 그래서 똑같은 모잘 눌러쓰고 똑같이 눈을 깔어, 나.” 그렇게 똑같은 우원재가 일종의 성장 드라마인 서바이벌을 성장 대신 ‘스타일’로 이겨낸 통쾌한 순간.

임지훈 카카오는 2017년 3분기에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도 2015년 1분기 이후 최대다. 그 중심에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국내 500대 기업 CEO 중 최연소인 임지훈 대표가 있다. 그는 실적 발표와 함께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아이’ 서비스를 소개했다. 20~30대는 그를 롤모델로 꼽고, 카카오는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을 묻는 설문에 매번 1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그는 리더십에 관해 “문화는 사원이 바꿀 수 없다. 리더만 바꿀 수 있다. 리더는 변명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젊은 CEO는 많지만, 성공적이면서 젊은 CEO는 흔치 않다. 그리고 그는 그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다.

양세형 2003년 ‘쭤뻐쭤뻐’로 데뷔한 양세형은 14년 뒤 ‘바리바리 양세바리 에블바리 쉑더바리 렛츠고바리 컴온바리 제주도엔 다금바리 살아있는 다금바리…’로 전성기를 맞았다. 오탈자 투성이지만 고치지 않겠다. 명확하게 말하는 양세형의 발음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양세형은 14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한결같았다. 바가지 머리도, 앳된 얼굴도, 그 얼굴로 뻔뻔하게 놀려대듯 말하는 말투도, 지나치게 명확한 발음도. 그가 2017년 <플레이보이>가 꼽은 ‘올해의 남자’가 됐다. 몇 년 전에는 그를 예의 없다고 말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귀엽다고 말한다. 눈치는 보지만 주눅 들지는 않는 그의 뻔뻔함이 이제 통하기 시작한 거다. 특히 고압적이고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캐릭터와 만났을 때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묘한 희열을 느낀다. 이상한 논리로 몰아붙이다가 뜬금없이 폴짝 안긴다. 온갖 깨방정을 떨다가도 허를 찌르는 한마디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예상 가능한 아무 말 3행시도 여전히 웃긴다. 이만하면 볼링 점수는 200이지만 키는 167cm인데 어쩔 거냐며 맞짱을 뜨자는 호기도 부릴 만하지 않나?(사실 그의 키는 165.4cm다.)

송강호 송강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는 건 익숙하다. 아니, 당연하다. 그러니까, 지금 대표적인 영화의 얼굴 중 하나다. 송강호는 그런 배우다. 그가 출연한 <택시운전사>는 올해 8월 개봉했다. 유독 부끄럽고, 시끄럽고,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보낸 국민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뼈아픈 역사를 다시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그런데도 수많은 관객이 <택시운전사>를 보며 울고 웃었다. 그 중심엔 송강호가 있었다. “영화 한 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고 하는데, 저는 반대로 말해요. 영화는 그럴 수 있다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그는 <뉴스룸>에서 80년대 광주 배경의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제가 느낀 ‘뜨거움’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졌고,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송강호라는 영화배우의 마음에서 나온 뜨거운 촛불은 1200만 명에게 나눠졌다.

윤종신 국내 음악계에서 윤종신만큼 꾸준한 뮤지션을 꼽으라면, 없다. 7년째 매달 한 곡 이상 <월간 윤종신>을 발표했고 그 사이사이 본인 앨범이나 동료 뮤지션의 음악에도 자주 참여했기 때문이다. 꾸준함이 낳은 성과일까? 그가 지난 6월 발매한 ‘좋니’는 각종 음원 차트 정상은 물론 윤종신에게 음악 프로그램 1위까지 선물했다. 돌아보면, 윤종신은 우리 곁에서 멀어진 적이 없었다. 그의 음악은 물론 거의 매일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다. 기억나는 게, 2011년 “진짜 가수가 뭔지 보여주겠다”며 등장한 <나는 가수다>에서 윤종신은 가수가 아닌, 진행을 맡았다.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역량과 별개로 그 무대에 서기엔 ‘요즘 가수’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젊은 가수들 틈에 서기에도, 오래된 가수들 사이에서도 어색한 그런 가수. “이런 소중한 상은 직접 나가서 받아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영광이에요.” 쟁쟁한 인기의 아이돌 가수 사이에서 ‘좋니’로 <뮤직뱅크> 1위를 차지한 윤종신은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그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소는 음악 스튜디오였다.

이국종 지난 11월 13일, 총격을 당한 귀순 북한 병사가 향한 곳은 서울이 아닌 수원의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센터였다. 이국종 교수는 그곳의 센터장이다. 생사의 갈림길, 같은 말이 수사가 아닌 현실인 곳. 남의 생사를 다루는 곳에서 그는 목숨을 건다. 한 해 200차례가 넘도록 야간헬기를 타고 환자에게 날아간다. 그러다 어깨가 부러지고 무릎을 다치고 왼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거기에 있다. “한국 사회에 오더를 내릴 사람은 많아. 근데 어떤 분야나 노가다를 뛸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한 그는 분노했지만 체념하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했다. “갈등하는 상황이 되면 과감하게 들어가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 환자 당장 수술할까 말까 생각이 들 때 힘든 길을 가라는 거죠.”(MBC FM <푸른 밤 이동진입니다> 中) 올해 이국종의 말은 사람들을 깨우고 뒤흔들었지만, 정작 그는 낮밤 없이 마스크를 쓰고 메스부터 쥔다. “말로 하는 거 소용없고요, 실제 수술하는 거 보면 어느 정도 내공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마광수 “난 실패한 인생입니다. 착잡하네요. 내가 쓴 문학은 인정받지 못했고, 학계나 문단에서도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마광수 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세상은 그를 외면했다. 1992년 발표한 <즐거운 사라>는 ‘음란문서’로 취급 받아 마 교수를 감옥에 보냈다. 고민해봤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는 정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멸시한 걸까? 세상이 말하는 마광수로만 그를 판단하진 않았을까? 그가 떠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를 들여다본다. “문학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빼면 문학은 시체고요. 그리고 단언컨대 사랑의 본질은 섹스예요.” 마광수는 누구나 그렇듯, 섹스를 좋아했다. 솔직했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문학적 상상에 섹슈얼리티를 더해, 깊은 서사를 녹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작가였다. 섹스는 감춰야 할 부끄러운 행위가 아니다.

신동엽 TV만 켜면 신동엽이 보였다. 그는 올해에만 11개의 예능에 출연했다. 농밀한 언변은 여전했고, 당연하다는 듯 웃겼다. 하지만 작년처럼 ‘신동엽 레전드’ 같은 식의 웃긴 영상이 마구 퍼진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 예능이 인기가 없던 건 더욱 아니다. <SNL>, <인생술집>, <미운 우리 새끼> 등 올해 가장 유명했던 프로그램의 중심엔 언제나 신동엽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그는 함께 출연한 이들보다 조금 뒤에서, 그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신동엽은 한국에서 제일 웃기는 남자에서 존재만으로 코믹한 기조를 형성하는 MC가 됐다. 판을 까는 남자. 올해의 신동엽은 그랬다.

윤계상 “무시무시했으면 좋겠어요. <범죄도시>의 장첸은 악(惡)이 곧 이미지인 인물이거든요.”(<맥스무비> 인터뷰 中) 윤계상이 연기 인생 14년 만에 처음으로 꺼낸 악랄한 얼굴은 특별했다. 색다른 악역의 등장은 입소문을 탔고 흥행은 물론 장첸은 특히 주목받았다. 장첸의 얼굴과 대사 “니 내가 누군지 아니?”가 그려진 이미지를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쓰는 사람까지 보일 정도다. <범죄도시>는 680만 관객 수를 돌파했고 2017년 박스오피스 4위, 19금 영화 관객 수 역대 2위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올드보이> 하면 최민식, <살인의 추억> 하면 송강호가 떠오르잖아요. 저도 <범죄도시> 하면 윤계상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는 중이다.

강형욱 “‘개를 어떻게 만지면 내 손끝이 짜릿할까? 말고 ‘내가 어떻게 인사를 건네면 네가 더 편하겠니?’라는 마음의 반려견 보호자를 봤을 때 기분이 좋아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이 ‘Sellev’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고통받는 개들의 뉴스를 쉽게 접하는 요즘, ‘개통령’의 등장은 어떤 위로였다. 강형욱은 <라디오스타>를 비롯한 인기 있는 예능에도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았다. 전문 직업인에서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방송에 나온 모습이 아니었다. 관심을 끌기 위한 과한 행동과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녹화가 끝나면 돌아가서 개를 쓰다듬고 안아줄 것처럼 보였다. 전문 직업인이 방송에 나와 지켜야 할 태도와 본업을 잊지 않는 마음, 강형욱은 그걸 보여줬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은 치밀하게 팬덤을 다졌다. 아이돌 팬덤이란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H.O.T(‘전사의 후예’)나 젝스키스(‘학원별곡’) 같은 ‘1세대 아이돌’이 팬덤을 형성하던 방식과 일견 비슷했다. ‘학교 3부작’과 ‘청춘 2부작’ 시리즈 음반으로 동년배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V라이브, 유튜브, 블로그 등을 이용해 교실 옆자리 친구처럼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케이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올해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케이팝 그룹은 이런 식으로 미국 대중에 다가간 적이 없어요. 싸이와는 달라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의 팬덤을 이긴 거죠.” <화양연화>라는 음반 이름처럼, 방탄소년단의 시대가 만개했다.

최승호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일에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외쳤는데, 진짜 4년 뒤에 나라가 망했어요.”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PD는 ‘웃프게’ 말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공범자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토록 썩은 국영방송의 실태가 현실이란 생각에, 보는 내내 아팠다. 그래도 희망을 봤다. 최승호가 저널리즘과 사명감을 안고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을 잡으러 다녔기 때문이다. 그가 가서 질문을 날리면, ‘공범자들’은 숨거나 도망치거나 눈도 못 맞췄다. 히어로 같았다. 올해의 액션 스타를 꼽는다면, <공범자들>의 최승호는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

김상조 그는 ‘삼성 저격수’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됐다. 대통령이 바뀌었다. 김상조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그는 칼춤을 추는 대신 당연하고 상식적인 과제를 스스로에 던지는 것으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거칠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약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말을 ‘균형’이라 해석해보면 어떨까. 그는 “문재인 후보의 경제 철학은 케인스 주의”라 규정한다. 김상조에 거는 기대로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을 옮긴다. “경제학의 과제는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김생민 늦여름쯤이었나? 직장인들의 출퇴근길에 팟캐스트 채널 하나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렇게 김생민은 데뷔 25년 만에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15분 분량의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그는 정말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21년 동안 리포터로 활동한 <연예가중계>에서 처음으로 인터뷰이가 된 그는 지난 시간에 대한 감정을 눈물로 쏟아냈다. 올해, 그는 우리에게 두 마디의 명언을 남겼다. “스튜핏”, “그뤠잇”.

이승우 이승우는 1981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다. 이후 여섯 번의 문학상을 받았으며 프랑스의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한국 작가 중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사람으로 이승우를 꼽았다. 문학계에서 이승우가 남다른 이유는 성실하다는 점도 있다. 그의 열 번째 소설 <모르는 사람들> 책 소개란에 이런 문장이 있다. “‘쓴다’는 동사의 힘을 믿는 사람, ‘매일 쓴다’는 것으로 인생의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 36년 동안 ‘소설가로 산다는 것’을 흔들림 없는 작품들로 몸소 보여주는 사람.” 글을 쓰지 못한다면 사는 게 아니라고, 뭐든 써야 살 것 같다고. 이승우의 책에선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절박함과는 다른 직업 의식이자 성실함이다.

홍상수 올해 초 개봉한 <그 후>에는 누가 봐도 ‘그 사건’ 이후에 관한 삶이 들어가 있었다. <그 후>를 보고 나니, 의문이 남았다. 그는 영화로 자신의 사생활을 은밀히 합리화하려는 감독인지, 혹은 사적인 삶을 영화에 회상하며 반영하는 감독인지에 대해서. 홍상수와 김민희는 올해 일거수일투족 화제였다. 그만큼 <그 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홍상수는 아랑곳 않고 영화 두 편을 더 공개했다. 지난 10월엔 차기작 <풀잎들>까지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풀잎들>엔 김민희도 출연한다. 지금 홍상수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영화를 찍어내고 있다. 꿋꿋하게.

페이커 페이커가 울었다. 지난 11월 롤드컵 결승에서 패한 뒤, 손에 얼굴을 파묻고 일어나질 못했다. 그게 얼마나 이상한 일이었으면, 지금 ‘페이커’를 검색하면 ‘페이커 눈물’이 곧장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대개 이기는 것만 봤으니까. 대단한 승리 후에도 울지 않았으니까. 누구나 한번쯤 질 수 있는 거니까. 그는 전 세계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압도적 성과를 올린 선수고, 한국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눈물을 닦아낸 페이커는 얼마나 강해져 있을까.

<플레이보이>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들 2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Credit

  • 에디터 유지성, 강예솔, 양보연
  • 일러스트 이승범
닥터 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