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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보이>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들 2편

다사다난이란 말도 모자라는 2017년, 그 격랑 속에서 <플레이보이>가 주목한 40명의 한국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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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산 장태산은 1982년 <불꽃>으로 데뷔한 만화가다. 요즘은 웹툰 <몽홀>을 3년째 연재 중이다. 흑백에서 컬러로, 연필에서 전자펜으로 창작 환경이 변했어도 그의 화풍은 종이에 그릴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물엔 꼿꼿한 펜 선이, 배경엔 수묵화 같은 ‘터치’가 있다. 다만 그는 구력을 자랑할 생각이 없다. “내가 너희들 태어나기 전부터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야, 라는 식의 지질한 태도. 지난 40년의 경력으로 지금의 작업을 폄하했다가는 도태될 수 있는 거다.”(네이버 인터뷰 中) 매주 금요일, 장태산이 그린 만화를 본다.

손석희 올해도 JTBC의 손석희 사장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거머쥐었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쟁자는 없다. 아마 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렇지만 조금도 흥분하거나 흔들린 모습을 내비치지는 않는다. MBC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하마평에 그는 “우리 구성원들만 괜찮다면 여기 5층에 남아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손석희의 시대는 쉽게 저물지 않을 것 같다.

딘딘 TV를 켜면 딘딘이 나왔다. 딘딘이 웃으면 같이 웃었다. 딘딘이 시무룩해지면 남들이 웃었다. 드세고 위태로운 농담으로 자기들끼리만 웃긴 ‘한남’들의 텔레비전에서 딘딘을 만나면 일단 반가웠다. 리모컨 내려놓고 걱정 없이 웃을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힙합을 잘하는 예능인이 되고 싶다, 는 그의 오랜 바람이 이제는 이뤄진 걸까? 그의 팬클럽 이름 ‘흥미딘딘’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김태호 카풀 앱 풀러스(Poolus)는 올해 신임 대표로 김태호를 선임했다. 그는 얼마 전 22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동시에 ‘시간선택제’ 서비스와 관련해 또 다른 고비를 맞았다. 사실 풀러스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성과와 위기, 화제와 논란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무소의 뿔처럼 나아간다. 의심과 경계, 법적 규제쯤은 당연하다는 듯한 배포도 있다. 스타트 업이 성공하기 힘든 나라에서 풀러스는 꽤 현명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교환 “연기한 모든 인물을 ‘만난다고 생각해요. 연기했다는 말고, ‘만나서 옮겼다’는 게 저한텐 맞아요.”(<맥스무비> 인터뷰 中) 구교환이 말했다. <꿈의 제인>의 제인은 영락없는 트랜스젠더였다. 때로는 구교환이 성소수자의 고통을 아는 것처럼 리얼했다. 성소수자를 보는 시선에서 ‘특별함’을 걷어내고 그대로의 제인을 만나야 가능한 연기였다. 지금 그는 영화계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백승욱 미국의 스타 셰프 아키라 백이라는 이름 대신 ‘백승욱’이라는 한국 이름을 내걸고 ‘DOSA by 백승욱’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음식도 생소했다. 그렇지만 그는 확신이 있었다. 정확히 1년 6개월 만에 그는 미쉐린의 별을 받아냈다. 그를 닮아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맛은 이렇게 성공을 알렸다.

주진우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추적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 사이 그는 100번이 넘는 고소와 고발을 당했지만 아직까지 감옥에 가지 않았다. 많은 실패를 겪었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도 했지만, 아직도 알아내지 못한 문제가 산더미다. 끈질기게 파헤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그저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올해 첫날, 박지만 회장의 수행비서 사망 사건이 있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한 문장을 남겼다. “저는 절대 자살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끈질기게 취재를 하고 있다.

강운구 몇 해 전, 사진가로서 자신의 의무 복무가 끝났다고 말했던 강운구 작가. 그는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기반을 다진 주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의무감을 덜어내고 즐기듯 찍은 사진을 모아 9년 만에 새로운 전시 <네모 그림자>를 열었다. 그는 이 사진들을 “주웠다”고 표현했다. 평생 네모난 틀로 세상을 포착했던 그가 반대로 세상에 흩어진 네모난 틀을 모은 작품들은 놀랍게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거였다. 76세의 사진가 강운구의 작품은 나이 드는 법을 모른다.

박재범 잠은 자는 걸까? 작년 말 정규 음반을 발표한 지 얼마나 됐다고. 올해는 7장의 싱글을 냈고, 새 레이블(하이어 뮤직)을 세웠고, <쇼미더머니>에 출연했다. 2017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과 한국 힙합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을 독식하기도 했다. 제이 지의 레이블 락 네이션의 멤버가 됐다는 낭보까지. 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장님이라니.

심보선 심보선 시인은 6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발표했다. 6년이나 쓰고 지우다 결심한 시집이지만, 제목은 <오늘은 잘 모르겠어>다. 그는 이를 관통하는 철학적 화두는 ‘불확실성’이지만 그것도 확실하진 않다고 말한다. 시집은 출간 한 달 만에 1만2천 권을 찍었고, SNS에는 유행어처럼 그의 글이 돌아다녔다. 그의 시는 일종의 공감이고, 위로였다.

유병재 유병재의 캐릭터는 좀 애매하다. 겸손한 것처럼 보이지만 할 말은 한다. 쉽게 수긍하지만, 듣고만 있지는 않는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지만, 스스로 개그맨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블랙코미디를 택한 건 당연한 일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웃기게 넘길 줄 아는 그의 센스는 스탠딩 코미디 쇼와 책 <블랙코미디>로 발현됐다. 그는 천생 개그맨이다.

백현진 백현진을 음악가로 알았든, 배우로 알았든, 시인으로 알았든 상관없다. 내년이면 또 달라져 있을 테니. 올해는 개인전 <그 근처>를 열었고,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미술가로서 돋보였다. 그의 올해의 작가상 전시작은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이다. 그 ‘휴게실’에는 그가 쓴 동명의 시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로 만든 소리가 있다. 그곳에서 전방위적 백현진을 만나는 일.

배정남 ‘제3의 전성기.’ 농담 반 진담 반, 올해 배정남에게 붙어 다닌 수식어다. 터닝 포인트는 <라디오스타>였다. ‘형님’들 사이에서 능청스러운 존재감을 뽐내던 중 던진 한마디, “슈어, 와이 낫.” 터졌다. 이 한마디로 그가 다시 전성기를 맞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여기에 몇 년 전 ‘클럽 난투극’에 대한 해명과 상대인 마르코를 배려하는 배포까지. 독설과 시기, 질투가 난무하는 <라디오스타>에서 배정남은 선한 이미지와 호감을 길어 올린 몇 안 되는 남자다.

김범준 ’35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상을 받은 솔로 하우스는 김범준 건축가의 작품이다. 그는 다가구 주택의 기존 틀은 유지한 채 철강 구조물을 덧대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단순해 보이는 그의 방식이 인정받은 이유 역시 단순하다. 멀쩡한 건물을 허물지 않았다는 것. 바로 지금 서울 건축이 지향해야 할 방식이다.

김오키 김오키는 올해 두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해 12월 말에 낸 <LUVOKI>까지 ‘소급’하면 세 장. 근면이 음악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밴드 멤버에게도 “천재”나 “짐승”이라 불리는(자라섬 재즈페스티벌 인터뷰 中) 뮤지션이 작업에 몰두할 때 생기는 믿음이 있다. “저는 삶에 알람이 있는 사람이죠.” 세 장의 음반을 다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한현민 그가 런웨이에 서면 쳐다보게 된다. <타임>지도 그를 봤다.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선정했다. SNS 사진 한 장으로 모델이 된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5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명사가 됐다. 그를 ‘혼혈 모델’이라 소개하는 것 또한 차별일 터. 힘차게 걷는 한현민에게 박수를 보내며, 남은 벽을 허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권문수 패션 브랜드 ‘문수권’의 디자이너, 권문수. 그가 올해 밀라노에서 첫 컬렉션을 치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단에서 후원한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의 주제는 ‘YOLO(You Only Live Once)’. 다양한 패턴이 혼재된 컬렉션에는 그만의 유머가 담겨 있었다. 재미있는 건 뭐든 시도해보는 그의 호기심은 이제 더 넓은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정가람 올해 영화 <시인의 사랑>에서 소년을 연기한 정가람은 특별했다. 베테랑 연기자 양익준과 전혜진 사이에서도 그는 주눅 든 기색 따윈 없었다. 오히려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연기 잘하는 신인’정도의 말로 호명하기엔 작년의 <4등>과 올해 <시인의 사랑>에서 보여준 정가람의 배우 재능은 남다르다. 눈부신 소년과 호젓한 남자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 배우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이상순 사랑하는 아내와 제주도에 산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재능도 있다. 그렇지만 그 일로 악착같이 살지는 않는다. 행복의 기준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상순의 삶은 부럽다. <효리네 민박>이 방영된 이후 그는 ‘국민 남편’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제주도의 작은 클럽에서 틀던 음악을 이제 청담동의 행사장에서도 튼다. 좋지 아니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삶이다.

김주혁 “죽음을 두려워하니까 이렇게 잘 살려고 노력을 하는 거예요.” 지난해 <하퍼스 바자>와의 인터뷰, 김주혁이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보. ‘구탱이 형’이거나 ‘광식이 형’이거나,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날’ 것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그를 잘 안다는 입장으로 결례를 범하는 대신, 조심스레 유작 <흥부>와 <독전>을 기다린다. 그러면 이 진한 슬픔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더 찾을 수 있을까.

<플레이보이>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들 1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Credit

  • 에디터 유지성, 강예솔, 양보연
  • 일러스트 이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