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워라밸’ 세대예요

"그냥 월급 받은 만큼만 적당히 일하고 칼퇴할게요."

저, '워라밸' 세대예요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의 준말인 ‘워라밸’은 2018년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다.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듯, 워라밸 세대는 업무와 삶의 적당한 균형을 추구한다. 이들은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현재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며 뭐든 ‘적당한 것’을 원하는데, 굳이 말하자면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은 수단에 불과하달까.

“이래서 요즘 애들은 안돼. 우리 때는 말이야…”라고 생각하기엔 꽤 오래부터 시작된 개념이다(꼭 이런 말은 ‘꼰대’가 하더라). 런던경영대 조직행동 교수 로버트 고피(Robert Goffee)와 리차드 에스케이스(Richard Scase)의 한 연구 결과는 ‘성공을 위한 전통적인 커리어보다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을 위한 커리어에 관한 관심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놀라운 점은 이 연구는 1989년에 이뤄졌다는 사실. 즉, 워라밸을 ‘요즘 애들’의 생각이라고 치부하기엔 약 30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우리나라에서 워라밸, 워라밸 하는 걸까? 슬프지만, 그 이유는 OECD 국가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과 실질임금이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 OECD 35개국의 평균인 1764시간에 비해 1.7개월, 미국보다 1.6개월 더 일하는 셈이다. 반면, 연간 실질임금은 평균의 중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독일과 비교했을 때 더 극명하게 와닿는데, 독일은 연간 1363시간 일하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우리나라의 2배 이상이다. 한마디로 일은 ‘개’처럼 하는데, 돈은 ‘티끌 모아 티끌’이니 업무와 삶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 이로 인해 많은 직장인은 자발적으로라도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된다.

이렇듯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오히려 퇴사 욕구를 상승시키고 목표를 상실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된 일부 기업은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주말이나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자제하는 등 기업 문화를 바꾸고 있다. 실제로 혹자는 “주4일제를 도입하고 월급은 20% 깎였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더 ‘살맛’ 나고 일의 집중도도 좋아졌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쯤 되면, 보수적인 우리 상사님들은 “그래도 그렇지. 어쩜 이렇게 일에 관한 열정이 없을 수 있나?”라며 우리의 소소한 열정을 비판할 것이다. 그렇다면 반문해보자. “회사가 제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요? 제 열정은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하는 데에 쓰겠습니다. 상사님은 현재 삶이 행복하신가요? 저, 워라밸 세대예요!”

결국, 삶의 지향점을 일에 두느냐, 삶 자체에 두느냐 가치관 차이고, 더 깊게 들어가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과거와 달리 열심히 해도 힘든 현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숨통을 트이고 싶은 이들의 야무진 꿈이 잘못된 건 아니니까. 워라밸 세대,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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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한수연
  • 사진제공 Orn Rin/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