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플보

최악의 디자인 5

그나마 웃기기라도 하면 다행이겠다.

티에리 에르메스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바꾼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새로움을 위해 매번 혁신을 시도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의 눈으로 ‘이건 너무 갔다’ 싶은 최악의 디자인 다섯 가지를 골랐다. 물론 재미로. 힘든 월요일, 소소한 웃음을 짓길 바란다.

생 로랑 롤러스케이트 스틸레토 힐

‘여성에게 자유를 입힌 패션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 브랜드 생 로랑(Saint Laurent)의 2017 하우스 컬렉션 속 ‘롤러스케이트 스틸레토 힐’. 날카로운 힐에 바퀴를 달아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여성의 안위를 위협하는 아슬아슬한 디자인은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매 시즌 혁신을 선보여야 하는 디자이너, 안토니 바카벨로의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기는 한다. 가격은 한화로 약 295만 원. 고급 뱀 가죽을 두른 뒤 진주로 완성도를 높였는데, “제발 뱀 가죽은 가방에만”이라는 의견은 피할 수 없었다.

프라하 지즈코프 TV 타워

프라하의 지즈코프 TV 타워는 중세 건축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름다운 구시가지 한가운데에 스카이라인을 무시한 채 우뚝 솟아 있다. 이 당당하면서도 독특한 송신기 타워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지어졌고, 당시에는 특허받은 기술과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높이를 고려했을 때 최적의 구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미적 측면에서 아쉬운 건 사실. 그나마 내부 전망대를 설치한 건 ‘신의 한 수’인데, 아름다운 프라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이곳에선 지즈코프 TV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피아트 멀티플라

피아트에서 한때 생산했던 왜건 형태의 소형 MPV ‘멀티플라’. 전장은 제한하되 전폭은 넓게, 전고는 높게 만들어 최대 6명까지 편안하게 탈 수 있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시트 구성인데, 1열과 2열에 각각 3개의 시트를 설치한 3+3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피아트는 이를 ‘혁신’이라고 불렀지만, ‘개구리 얼굴 같다’, ‘인면어 같다’는 대중의 놀림을 받았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걸까? 1990년 탑 기어 시상식에서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차’ 부문에서 수상하며 영예(?)를 얻었다.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

영국 버밍험에 있는 셀프리지 백화점은 ‘퓨처 시스템즈’의 저명한 건축가 비토리오 래디치의 작품이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탁월성으로 잘 알려진 만큼 건축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안타깝게도 일반적 여론은 그것과 다르다. 매번 최악의 건축물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건물 외벽에 촘촘히 붙은 1만 5000여 개의 알루미늄 원판 때문이다. 파코 라반의 정장 양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지만, 보는 이들에게 ‘환 공포증’을 일으킨다. 또 건물 중앙의 원형 통로도 논쟁의 대상. 차라리 두꺼웠으면 좀 더 우람하고 섹시하지 않겠냐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탑샵 클리어 플라스틱 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탑샵에서 선보인 2017년 ‘클리어 플라스틱 진’. 이 핫한 아이템을 보면 한국 매장이 아직 입점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한때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박진영의 비닐 바지를 연상시키는데, 아마 국내 출시했다면 전국적 놀림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이미 해외에선 ‘워스트 패션 디자인 리스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으로 그 명성은 앞서 소개한 생 로랑의 롤러스케이트 스틸레도 힐과 명성을 함께 한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정수진
  • 사진제공 관광청,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