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말라

이유도 모른 채 열정적으로 읽게 되는 책.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말라

제목과 표지만 봤는데도 심하게 끌리는 책이 있다. 2006년 첫선을 보이고 한국에서 새 얼굴을 하고 나타난 이 책,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웅진출판사)도 그랬다. 게다가 일러스트레이터 민조킹이 그린 새빨간 선의 그림까지 보면 아마 당신도 이 책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게 될 테다.

속옷만 입은 남녀가 뒷짐을 지고 입을 맞추고 있다. 야하면서도 귀여운 이 일러스트는 책의 주제를 얼핏 드러낸다. 넘어질 듯 불안한 모양 자세로 끊임없이 서로를 갈망하는 두 사람. 이 책은 남이었던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하고, 지속하고, 종말엔 헤어지는 과정까지 깔끔한 문체로 담담하게 서술한다. 물론 ‘어떤 섹스를 하길래 비웃지 말라는 거지?’라는 조금 음흉한 상상을 했던 독자에게도, 그에 걸맞은 묘사를 선물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꽤 ‘신선한’ 묘사가 많다는 얘기다.

미술전문학교의 19살 남학생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한다. ‘나’는 20살 연상의 선생님, 유리에게 매력을 느끼고, 어느 날 유리는 나에게 데생 모델이 되어주길 권한다. 화가와 모델로서 둘의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에도 유리는 신뢰하는 남편을 두고, 나와의 육체적인 사랑과 관계에 열정적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둘의 만남은 서서히 식어간다. 치정극에서 흔히 볼법한 선생과 제자 간의 사랑이지만 건조한 말투와 낯선 묘사 때문인지 이들의 만남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 둘의 섹스보다 독특하게 지속하는 ‘관계’에 더 집중하게 된다.  

관계가 너저분한지, 아름다운지, 이상적인지는 남들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나’와 유리처럼 한순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서로에게 빠져들었다가 돌아보면 둘만 아는 이야기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 그러니까 연애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책은 조곤조곤 일러준다.

지은이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제41회 가와데쇼보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여 개성적인 문체로 주목 받는 신인 소설가다. 나오코라라는 필명은 일본에서 흔한 여자 이름인 나오코와 콜라의 합성어인데 한 문예평론가는 이 필명에 대해 ‘고도자본주의 사회하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 의지의 표현’이라 평한 바 있다.

“그 겨울,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열정적이었다” 책을 감싸고 있는 분홍색 띠지에 박힌 문장이다. 관계가 너저분한지, 아름다운지, 이상적인지는 남들의 시선으로 판단되는 게 아니다. 나와 유리처럼 한순간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서로에게 빠져들었다가 돌아보면 둘만 아는 이야기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연애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 책은 일러준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의 겨울은 어땠는지, 만약 춥고 따분했다면 올겨울이 가기 전에 뭐라도 지펴보는 건 어떨지 말이다.

다소 주관적인 평이지만 책 속 문장은 다소 심심하고 너무 말갛다. 휴일 낮에 붐비는 카페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밤에 보면 헛헛한 마음이 들지 모르니, 이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를 볼 것. 대체 책 제목은 누가 지었나? 너무 잘 지은 거 아니야? 

영화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지고 싶다는 건 바보 같은 소리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착실히 관계를 쌓아가면서, 애무는 천천히, 다정하게, 정성껏, 동시에 에로틱하게, 상대의 반응을 섬세히 살피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책 53쪽

“사랑이 아니라 집착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타오르는 불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태우지 말고, 그저 조용히 잘 지낼 수는 없을까, 하고 바래본다. 그러나 심장이 불타오르고 있지 않다면 살아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이라고도 사랑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유리에 대한 애틋함이 나를 몰아붙였다. 이유도 모른 채 열정적이었다.” 책 56쪽

“혹시라도 신이 잠자리에 든 인간들을 굽어살피다, 누군가 흔해빠진 행동으로 자기에 취해 있는 것을 본다 해도,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하고 있는 중일 테니까, 웃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책 103쪽

Credit

  • 에디터 백가경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