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섹스를 가르친 선생님들

생식기의 구조와 기능 설명만으로 부족한 우리에게, 섹스가 뭔지 제대로 알려줬다.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은 지나치게 생물학적이고 해부학적인 지식만 알려준다. 혈기 왕성한 십 대에게 생식기의 구조와 기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주로 포르노와 같은 음란물로 왜곡된 성 지식을 습득하곤 하는데, 그래서는 곤란하다. 포르노가 아니라, 다행히 정규 교육이 아니라 바깥에서 우리에게 섹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었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들의 가르침은 여전히 실질적 도움을 준다.

수 조핸슨(Sue Johanson)

수 조핸슨(Sue Johanson) 브라운관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도넛같이 생긴 자위기구를 손가락에 넣어 시청자들에게 설명한다. 할머니는 수화기 너머로 젊은이들의 성적 고민에 관한 상담을 시원하게 해준다. 세계적인 성 교육자 수 조핸슨의 이야기다. <Talk Sex with Sue>는 우리나라 케이블 채널에서도 자막과 함께 전파를 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 특히 이 방송은 전후 방송에 섹스 관련 용품 광고로 넣고, 섹스 퀴즈나 섹스 트렌드를 소개하는 등,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나는 본격 성 프로그램. 물론 임신, 피임은 물론 게이나 레즈비언 섹스에 대한 광범위한 담론도 빼놓지 않는다. 수 조핸슨은 대중들을 상대로 성교육을 한 기여를 인정받아, 캐나다에서 각종 국가적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구성애

구성애 미주권에 수 조핸슨이 있다면, 한국 성 교육계의 ‘본좌’라면 단연 구성애 선생님이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구성애는 민주화 시절에 사회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주삿바늘만 꽂는 삶을 살기는 싫다’고 생각하며 우연한 기회에 성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특히 1998년 MBC에서 <구성애의 아우성>을 타이틀로 한 성교육 강의를 진행하며 우리나라에 전무후무한 여성 성 교육계의 일인자로 이름을 알렸다. 구성애 본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친한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그때 어머니가 자신을 끌어안으며 ‘성애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주며, 자신의 어머니처럼 성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여성에게 위로를 주는 인물. 최근에 유튜브 딸바 TV에 출연해 털털한 옆집 이모 같은 아우라로 여전히 눈길을 끈다.

베티 도슨(Betty Dodson)

베티 도슨(Betty Dodson) 여성 자위의 대모라고 불리는 성 교육가 베티 도슨이 저술한 <네 방의 아마존을 키워라(Sex for One)>는 이미 여성학의 고전이 되었다. 저서에서 ‘자위는 섹스다’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대담하고 직설적으로 기술했다. 여성의 성 해방에 있어서, 자위의 중요성을 이미 70년대 초반부터 인식하며, 행복한 섹스를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일이 먼저라고 이야기한다. 미술가이기도 한 베티 도슨은 ‘자기 사랑’에 관한 운동을 전시나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해온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마광수

마광수 윤동주 연구의 입지전적 학자,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그리고 한국 에로티시즘 문학의 선구적 인물 고(古) 마광수. 성에 대해 특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성적 욕망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해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에로티시즘 소설을 창작하라고 했던 ‘문학과 성’ 강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1992년에 프리섹스를 즐기는 여대상 사라의 이야기를 다룬 <즐거운 사라>가 발간되었는데, 음란물이라는 혐의를 받으며 검찰에 구속되었다. 기성 문단에서도 맹비난을 받으며 교수직에서 잠시 해임되었다. 최근 ‘미투 운동’에서 각계 저명한 인사들이 권력을 이용해 성추행을 일으킨 것과는 달리, 소설이 ‘음란물’이라며 기소되었던 마광수의 사생활이 매우 깨끗했던 것을 보면, 자기기만 없이 욕망에 솔직했던 교수의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정수진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