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와 인어도 사랑할 수 있다

30년 가까이 영화로 자신의 상상 속 판타지를 그려온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를 공개한다. 늘 그래 왔듯 어둡고 관능적이다. 미국 <플레이보이>와 그가 운명처럼 만났고 델 토로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자신의 영화와 가치관에 대해 털어놨다.

벙어리와 인어도 사랑할 수 있다

영화에서 신과 괴물 그리고 평범한 인간을 적절히 아우르는 기예르모 델 토로는 데이비드 린치와 팀 버튼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관을 구축한 감독이다. 델 토로 감독은 데뷔작부터 남달랐다. 그가 20대에 멕시코에서 촬영한 <크로노스>는 매혹적인 생명체를 포함한 영상미와 영원불멸의 삶을 주는 황금 뱀파이어 벌레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델 토로 감독은 이 모든 영화적 표현을 절묘하게 어우르며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뿐만 아니라 2006년 개봉한 판타지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독재정권 시절 스페인을 배경으로 현실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자연적 고난을 이겨내는 사람들을 다뤘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가는 어린 주인공의 얼굴을 빌려 테러 조직이 벌이는 무자비한 전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 그는 심란하고 기묘한 이야기 <헬보이> 시리즈를 공개했고, 절망적인 인류를 구원하는 <헬보이> 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어김없이 파격이란 단어가 그를 따라왔다.

델 토로 감독의 최근 작품인 <퍼시픽 림>과 <크림슨 피크>는 전작에 비해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다르다. 그의 독창적인 연출과 세상을 보는 명민한 시선이 보란 듯이 금의환향하기 때문이다. 1962년이 배경인 이 어두운 우화는 군사 실험 시설에 갇힌 벙어리 청소부 여인과 극심한 고문에 시달리는 인어 남성이 중심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미국의 대형 영화사에서 제작했고, 유명 배우 샐리 호킨스와 마이클 섀넌 등이 출연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하지만 표현주의적인 세트 디자인과 몽환적인 수중 신 등 기이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은 델 토로 특유의 작가주의 감성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세간의 호평을 받았고 델 토로 감독은 74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미국 <플레이보이>는 델 토로 감독을 만나 <셰이프 오브 워터>에 대해 놀라운 이야길 나눴다. “제가 1962년을 영화의 배경으로 한 건 그때가 미국인들이 말하는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는 운동)’과 적절히 들어맞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당시 백인들은 번영의 찬가를 부르고 있었죠. 모두가 미래를 논했어요. 국가 간 우주개발 경쟁 같은 공상적인 얘기로 가득했죠. 하지만 1962년 케네디가 암살당했고 베트남전쟁이 터졌어요. 그리고는 케네디 정부 시절의 모든 꿈이 날아갔어요. 이 영화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예요. 차별, 오만, 폭력 그리고 인종이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오해 등등. 진실이 없는 시대인 오늘날에도 이어져오고 있는 것들이죠. 저에겐 이 모든 것이 제가 남미에서 영화를 찍던 시절부터 품어온 음침한 괴생물체의 사랑 이야기처럼 차별과 같은 세상의 그림자를 담고 있다고 봐요.”

“이 영화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예요. 차별, 오만, 폭력 그리고 인종이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오해 등등.”

제작비 2천만 불에 달하는 이 영화는 델 토로 감독만의 클래식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부적응자들이자 친구 사이인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자일스(리처드 젠킨스)는 낡은 극장 위층에 산다. 그곳은 마치 그들의 영혼을 적셔주는 듯 고전 뮤지컬 영화가 깜빡이며 흐른다. 이 모든 실마리는 여태껏 볼 수 없던 종류의 은밀한 러브스토리로 이어진다.

“저는 섹스 신 하나 없는 ‘청렴한 미녀와 야수’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의미 없이 변태적이기만 한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누군가의 성적 자극만을 위한 변태적 사랑 행위에 대해 늘어놓지 않았어요.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했죠. <셰이프 오브 워터>는 괴물과 여자가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일 뿐이에요. 엘라이자는 괴생물체와 섹스한 다음 날 아침 친구에게 어젯밤이 어땠는지에 대해 얘기해요. 괴물과 그녀 사이에는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을 뿐인 거죠.”

반면에 군사실험의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손을 먼저 씻어야 부인을 만질 수 있고, 와이프는 섹스 중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결혼생활을 하는 중이다. “괴생물체와 인간의 섹스보다 끔찍한 건 이런 거예요.” 델 토로 감독이 영화에 담은 특별한 ‘사랑의 모양’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그가 <셰이프 오브 워터>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수많은 메시지 중 중심은 ‘평등함’이다. 오히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영화 속 괴생명체와 벙어리의 사랑 이야기는 ‘평범한’ 괴물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수많은 영화 속 괴수가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면,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괴생명체는 자신을 억압하는 인간처럼 ‘평범’해지고 싶지 않다. 좀 다른 몸으로 산다고 해서 지천에 널린 사람과 같아지고 싶을 거란 기준,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멀찍이 달아난다. “욕망은 놀랄 만큼 관용적인 거예요. 반대로 욕망을 부정하는 거야말로 놀라울 만큼 부당한 거고요.” 그의 말처럼 누군가의 삶에 대해 자신의 기준을 두고 평가하는 것만큼 우매한 일이 또 있을까. <셰이프 오브 워터>는 특별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Credit

  • 에디터 양보연
  • 일러스트 Timba Smits
  • Stephen Rebello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