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생명체와의 사랑을 다룬 영화 3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거다. “나는 결여다.” (중략)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사랑에 관해 위와 같이 언급했다. 지난주,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감독상과 작품상의 명예를 안았다. 이런 영화에서 괴생명체는 주로 소수자, 혹은 무언가 결여가 있는 이를 상징한다. 괴생명체는 자신의 조악한 외모의 이면 속 순수하고 외로운 영혼을 알아본 인간과 교감을 이룬다. 상대 인간 역시 결여된 존재라는 건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두 존재의 관계는 사랑이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17) 영화의 예술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유수 영화제의 수상 이력이 아님에도, <셰이프 오브 워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건 분명하다. 말을 하지 못 하는 일라이자는 항공 우주 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친구가 없는 그는 어느 날 센터에서 포획한 괴생명체를 보고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괴생명체는 우주 실험을 명목으로 해부될 위기에 처한다. 일라이자는 생명체를 구조하는 것을 거부하는 친구에게 수화로 간절하게 말한다.

“나도 그 사람처럼 소리를 못 내요. 그럼 나도 괴물이에요? 그는 내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모르는 눈빛이에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 봐주니까요.”

영화에서 물방울로 묘사된 일라이자와 괴생명체의 섹스 신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힌다. 이 장면은 자유로운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 물방울처럼, 사랑 역시도 그 어떤 모양으로든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위손> (1990)

<가위손> (1990) 손에 가위가 달린 인조인간 에드워드는 혼자 성에 갇힌 채 외롭게 산다. 그런 에드워드를 가엾게 여긴 화장품 방문 판매원 펙은 그를 마을로 데려온다. 그는 가위 손으로 미용, 정원, 조각 등 여러 재능을 뽐내며 마을 사람에게 관심받고, 펙의 딸 킴과 사랑에 빠진다. 난생처음 사람과 교감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 에드워드. 그렇지만 곧 사람들의 질투로 누명을 쓰게 돼 마을에서 쫓겨나고 킴과도 헤어지게 된다. 영화 <가위손>은 외로움이 깊게 밴 조니 뎁의 눈빛, 위노나 라이더의 청춘, 그리고 팀 버튼 최고의 연출이 담긴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에서 에드워드는 가위 손으로 사랑받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을까 봐 만지지도 안지도 못한다. 다시 성으로 돌아가 가위로 눈을 흩뿌리며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처럼 누구에게나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가위 손’ 같은 핸디캡이 있을 테다. 그것이 무엇인지 곱씹게 하며, 길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

<이티> (1982)

<이티> (1982) 우주선 사고로 지구에 조난한 작은 외계인 이티. 그가 조난한 곳은 엘리엇의 집이었다. 홀로 낯선 지구에 떨어져 두려워하는 이티와 아버지가 없는 외로운 소년 엘리엇은 우정을 쌓으며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에 과학자들이 찾아와서 이티를 잡아가려고 소동을 일으키며 엘리엇과 아이들은 이티를 지키려고 한다. 이티가 아플 때 엘리엇도 같이 아플 정도로 둘은 깊게 교감하게 되었다. 특히, 둘이 자전거를 타고 날아 보름달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작품 끝에 우주선을 발견한 이티는 집으로 돌아가고 엘리엇과 안타까운 이별을 하지만, 손가락을 들어 “나는 영원히 여기에 있을 거야.”라고 말한다. 나약하지만 순수한 존재들의 아름다운 교감을 담은 영화.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정수진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