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 없는 코끼리

인간 때문에 진화하는 동물들.

2016년 4월 30일,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국립 공원에서 1만 6천 개의 상아를 불태웠다. 밀렵꾼으로부터 몰수한 코끼리 상아 105t, 가격으로 따지면 무려 1710억 원어치나 된다. 코끼리에게 상아는 생존의 도구다. 먹이를 찾고 물 웅덩이를 파고 천적의 공격을 막기 위한 무기. 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코끼리 밀렵이 궁극적으로 유전자 풀을 바꾸고 있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상아가 ‘하얀 금’으로 불리며 부의 상징이 되면서부터일까. 상아를 탐낸 인간 때문에 갈수록 코끼리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세계 자연보전총회 아프리카코끼리 조사(2016년)에 따르면 1930년대 약 300만 마리였던 코끼리가 1981년 130만 마리, 1986년 75만 마리, 2016년 35만 마리로 줄었다고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학살 때문이다. 살아남은 것은 상아가 작거나 없었던 개체들. 그리고 그들 간의 결합으로 ‘상아 없는 코끼리’가 태어나고 있다.

2억 1780만 년 전, 코끼리의 시조 메리테리움이 지금의 코끼리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 약 5천만 년. 하지만 코끼리가 인간의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아를 없애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백여 년에 불과하다.

큰 야생동물을 잡는 트로피 사냥으로 인해 몸집이 주는 알래스카 불곰, 고기와 약재로 쓰려는 인간에게서 벗어나고자 소리 안 나는 꼬리를 선택한 방울뱀, 정글 깊은 곳까지 벌목하여 기계톱 소리를 흉내 내게 된 바우어새. 과연 이 동물들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인간 때문에 지구의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Credit

  • 에디터 백가경
  • 은수저
  • 사진제공 Haywiremedia/Shutterstock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