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흡연 정책의 필요성

나도 매너 있게 담배 피우고 싶다.

“우린 커피와 담배 세대에요.”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커피와 담배>에서는 1986년부터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며 만담을 나누는 이들의 11개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처럼 공공장소에서 실내에서 담배를 피는 건 이제 시대착오적인 일이 되었다. 최근 SNS에 담배 셀카를 올린 한 연예인은 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질타를 받았다. 담배를 낭만이나 멋으로 여기던 시대는 끝났다. 간접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았으며, 중요한 키워드는 ‘웰빙’이나 ‘금연’ 같은 것들이 되었다. 서울시에서도 2012년부터 시행된 적극적인 금연 정책으로 확실히 도시의 거리 환경이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길빵’으로 비흡연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남아있으며, 흡연자들은 ‘흡연 난민’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적당히 담배 필 곳을 찾기 힘들어졌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문제를 겪는 이유 중의 하나는 흡연에 관한 정책이 금연 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판매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흡연자에 대한 권리를 마련해주는 정책 역시 비흡연자를 위한 정책이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흡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 <커피와 담배> 스틸컷

1 금연구역 25만여 곳 VS 흡연시설 40곳 서울의 금연 구역이 25만여 곳이나 되지만, 공식적으로 설치된 흡연 시설은 단 43곳뿐. 넓은 공원, 번화가의 대로에서 흡연구역을 찾는 것은 흡사 포켓몬을 사냥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흡연시설이 40여 개 밖에 없는 것은 사실 흡연자들보다 비흡연자들에게 더 문제다.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아닌 회색 지대는 전부 합법적으로 흡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구역의 증가는 정당하게 담배를 사는 이들의 흡연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장소에서 흡연하는 일 역시 줄어들도록 도와줄 것이다.

2 개방형 흡연 부스 극히 적은 흡연 시설의 개수도 문제가 되지만, 그나마 서울에 설치되어 있는 밀폐형 흡연 부스는 닭장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시설이 문제다. 제대로 된 밀폐형 흡연 부스를 만드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밀폐형 흡연 부스에는 헤파필터가 들어간 환풍기를 권유하는데 장비가 고가임은 물론, 청소가 부실하면 니코틴이 벽에 들러붙어 인체에 해롭고, 청소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비용 탓에 외국에서도 거의 개방형 흡연 구역의 설치를 유도한다. 50% 이상 개방이 지침이다 보니 새어나가는 담배 연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비흡연자들을 위한 흡연실 관리 가이드라인도 함께 요구된다.

3 흡연권과 혐연권 모두 보장하는 해외의 ‘분연 정책’ 몇몇 국가에서는 흡연실이 없더라도 흡연 구역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가시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정해진 거리에 따라 흡연 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공공시설의 출입구로부터 10m, 도로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흡연 구역을 만든다. 이러한 흡연 구역을 알기 쉽도록 명시하며, 이정표도 크게 설치해 흡연자들이 정해진 구역에서 흡연하도록 유도한다. 또, 최근 일본에서는 아이가 담뱃불이 눈에 튀는 사고로 ‘분연’ 정책이 시행되었다. 분연은 흡연과 비흡연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도보 5분 거리마다 흡연 부스를 설치하고, 구역 외에서 흡연하는 이들을 강도 높게 단속하고 높은 과태료를 부과한다.

Credit

  • 에디터 한수연
  • 정수진
닥터플레이보이 7월 2차